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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무문사(無門寺)에 가서 <7> – 정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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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가 단편소설을 연재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림자와 칼」로 아침소설의 문을 연 정찬주 작가가 두 번째 작품 「자화장」에 이어 「무문사에 가서」를 선보입니다. 작품의 배경은 무문사라는 이름의 절집이지만 불교적 상상력에 매달린 작품은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因緣), 사람과 자연의 인과(因果), 천지불인(天地不仁)의 세계 한복판을 걸어가는 우리네 삶이 곧 수행의 길이며 인생의 여로에는 인간의 힘이 어쩌지 못하는 섭리가 가로놓여 있음을 숨이 막힐 듯 아름다운 문장 속에 새겨 놓은 명작입니다. [편집자]


나는 단풍잎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아기 손바닥 만한 것으로 곱게 물들어 있었다.

“참, 저에게 봄날 따둔 차나무 어린 싹이 많아요. 찾는 신도님들에게 보내주고 있어요. 작설차라고 해요.”

“새의 혓바닥 만하다는 찻잎 말이군요.”

“잘됐어요. 오늘 마침 차를 담는 오동나무 상자를 여러 개 사왔거든요.”

부도장을 나온 나는 그 단풍잎을 개울물에 띄웠다. 그녀는 말없이 지켜보기만 하였다. 단풍잎은 곧장 떠내려가지 않았다. 물살을 받지 않는 물위에서 한동안 머뭇거리다가 절 쪽으로 흘러갔다. 물의 나그네가 되었다.

나는 그 단풍잎이 잃어버려서는 안 될 소중한 무엇이라도 되는 것처럼 눈을 주며 쫓아갔다. 그러나 개울물소리가 좀 더 크게 울리는 통나무로 만든 다리에서는 그것과 헤어져야 했다. 단풍잎은 물을 따라갔고, 나는 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다 건넌 뒤 그녀가 말했다.

“여긴 막차가 일찍 끊어져요.”

“그렇더군요.”

나는 발걸음소리를 죽이며 그녀를 따라 법당 앞을 지나갔다. 법당문은 아직도 열려 있었고, 금빛 비로자나불이 경내를 굽어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일주문 쪽에서 법고 소리가 둥둥둥 울려왔다.

법고는 여승의 눈높이에 매달려 있었다. 여승이 장삼자락을 펄럭거릴 때마다 커다란 법고가 자신의 서원을 가락으로 펼쳤다. 삼계의 축생을 제도한다고 했던가. 힘찬 가락에 쇠잔해져가는 날빛이 잠시 밝아지곤 하였다. 경내로 들어서려던 어스름이 주춤주춤 물러섰다.

그녀의 방은 우물터 반대편에 있었다. 그리고 방문은 서편을 향해 나 있었다. 그녀가 방문을 열자, 방 안 정면의 불구(佛具)가 서쪽하늘을 응시했다. 동자상이었다.

“제 수호신이에요.”


동자상은 장식이 별로 없는 밋밋한 반닫이 위에 동그마니 앉아 있었다. 나는 토방에 선 채로 동자상과 마주쳤다.

동자는 고개를 약간 틀고서 웃고 있었다. 아기부처의 웃음이었다.

“동자와 함께 지낸 지 십수 년은 될 거예요.”

낯익은 동자의 미소였다. 틀림없었다. 그 스님이 만든 동자였다. 그녀가 마을을 떠나던 날, 째보 형을 통해서 건네주었던 그 동자가 분명했다.

나는 동자를 더 이상 바라보지 못했다. 미소 짓고 있는 동자 앞에서 눈물이 자꾸만 나오려고 했다. 그녀를 보자 더욱 견딜 수 없었다. 먼 하늘로 물결쳐가는 법고소리 때문이었을까. 서쪽하늘 한 자락이 어느새 붉게 물들고 있었다. 노을은 동자의 불그스름한 뺨 빛깔이었다.

등둥둥, 둥둥둥……. 일주문을 나서면서야 나는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무문사(無門寺)라고 적힌 현판도 어둑한 산 그림자 속으로 접혀들고 있었다. 이윽고, 법고소리마저 끊어졌다. 「끝」

조이뉴스24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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