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주권’ 강조한 라이총통 10일 건국기념일 연설 문제 삼아
中, 라이 연설 대만독립 자백이자 兩岸 평화파괴 행위로 규정
항모 랴오닝함까지 동원해 대만포위 대대적인 군사훈련 실시
中 군사훈련은 대만독립 의지 꺾기 위한 강한 군사적 압박용
중국과 대만 사이의 대만해협에 격랑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반중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이 대만의 주권을 강조한 지 나흘 만에 중국 인민해방군이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까지 동원해 대만을 완전히 포위하는 형태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중국군은 라이 총통의 건국기념일(雙十節) 연설에서 “중국이 대만을 대표할 수 없다”는 이른바 ‘양국론'(兩國論)을 문제 삼아 14일 하루동안 육군·해군·공군·로켓군을 대거 동원해 대만섬을 포위, 압박하는 대규모 군사 합동훈련을 실시했다고 대만 연합보(聯合報), 홍콩 명보(明報) 등이 보도했다. 중국군의 대만포위 훈련은 중국이 대만 첫 직선제 총통선거를 앞둔 1996년 3월 대만해협에 미사일 등을 발사해 촉발한 3차 대만해협 위기 이후 네번째다.
명보에 따르면 이날 훈련은 대만을 에워싸는 6개 블록 형태로 펼쳐졌다. 중국군 군용기 125대와 함께 대만섬 동쪽 해역·공역에 항공모함 랴오닝함 전단도 배치됐다. 중국 해경은 2901·1305·1303·2102편대 등 4개 편대를 처음 배치해 대만섬 순찰에 나섰다. 오전 8시 해경 4개 편대가 대만섬을 돌며 경계 활동을 펼쳤고, 1시간 뒤 중국 푸젠(福建)성과 가까운 대만 둥인다오(東引島)·마쭈다오(馬祖島) 인근 해역에서 2개 편대가 순찰을 실시했다.
중국군 동부전구(東部戰區) 리시(李熹) 대변인(해군대령)은 이날 새벽 5시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동부전구는 육군·해군·공군·로켓군 등 병력을 조직해 대만해협과 대만섬 북부·남부·동부에서 ‘롄허리젠(聯合利劍·날카로운 칼)-2024B 연습’을 실시한다”며 “대만 ‘독립세력’에 대한 경고”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군함과 항공기가 여러 방향에서 일제히 대만섬에 접근하고, 각 군 병종(兵種)이 합동 돌격할 것”이라며 “‘대만독립’ 분열세력의 독립 도모 행동에 대해 강력한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만 포위 군사 훈련은 이번이 네번째다. 중국이 1996년 3월 23일에 치러지는 중화민국 최초의 직선제 총통 선거를 앞두고 ‘양국론’을 주장한 리덩후이(李登輝) 국민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3월17~25일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어 2022년 8월 중국군은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응해 대만을 둘러싸는 대규모 군사 훈련을 진행했다, 지난해 4월에는 차이잉원(蔡英文) 당시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당시 미 하원의장 회동을 이유로 재차 대만 포위 훈련을 단행했다.
올해 들어서는 5월20일 라이 총통 취임 연설에서 ‘독립’이란 표현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대만은 주권을 갖고 있으며 중국은 대만과 대등하게 대화·협력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문제 삼아 취임 사흘 만인 23일부터 이틀 동안 대만 포위 ‘롄허리젠-2024A 연습’을 감행했다.
중국군은 훈련 실시 발표 후 13시간 만인 이날 오후 6시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알렸다. 리 대변인은 “14일 동부전구는 ‘롄허리젠-2024B 연습’의 각 과목을 원만하게 끝냈다”며 “전구 부대는 시시각각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면서 훈련과 전투 준비를 지속 강화하고, ‘대만 독립’ 분열 행위를 단호히 좌절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대만포위 훈련은 라이 총통이 양국론을 시사한 ’건국기념일 연설을 빌미로 군사 압박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는 연설에서 “중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 국가의 주권을 견지하고 침범이나 병합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전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그가 어리석은 대만 독립 입장을 드러내고 정치적 사익을 위해 대만해협 긴장 격화도 불사했다”고 비난했고, 이틀 뒤인 12일 중국 상무부는 대만을 상대로 추가 무역 보복 조치 검토를 밝히며 반발했다.
중국의 대만을 겨냥한 군사적 압박은 최근 전례 없는 수준이다. 중국은 2020년 양안의 공중·해상 경계선 역할을 해온 대만해협 중간선을 공식 부정한데 이어,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중국의 강력 반대에도 대만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중국 군용기의 중간선 침범이 상시화했다. 그해 8월 한 달 동안 전년에 한 건도 없었던 중국 군용기의 중간선 침범이 302회로 급증했다.
더군다나 라이 총통 취임 이후에는 군사 압박 강도가 더욱 거세졌다. 올해 중국 군용기의 중간선 침범은 1102회(1~9월)에 달하고, 중국 군용기의 영공 침범을 방지하기 위해 대만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ADIZ)도 무력화됐다. 지난 1~9월 중국 군용기의 대만 ADIZ 진입 횟수는 1905회로 2020년(381회)의 5배에 이른다.
특히 첨단 드론(무인기)를 대거 투입하면서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군사압박 범위가 넓어졌다. 중국이 항공모함 개발과 업그레이드에 집중하면서 수십 대의 군용기를 탑재할 수 있는 랴오닝함·산둥(山東)함은 각종 군사훈련에서 대만 해역에 적극 투입하고 있다.
대만은 강력히 반발했다. 대만 국방부는 14일 “국방부는 이런 비이성적 도발 행위를 강하게 규탄하면서 병력을 보내 적절하게 대응했다”며 “실제 행동으로 자유 민주를 수호하고 중화민국(대만)의 주권을 지킬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와 함께 대만은 미국과 킬러 드론(무인기) 970여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대만군은 15일 해당 드론을 북부 타오위안(桃園)과 중부 타이중(臺中), 남부 가오슝(高雄), 동부 화롄(花蓮) 등 대만섬 사방의 주요 전략적 위치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만이 구매하는 드론은 대인용 드론인 스위치블레이드300 685대와 대장갑차용 드론인 알티우스 600M-V 291대다. 계약 금액은 52억 7000만 대만달러(약 2256억원)에 이른다. 두 드론은 목표 지역을 순찰하다가 목표물이 식별되면 공격하도록 설계됐다. 스위치블레이드는 20분 동안 30㎞를 비행할 수 있고, 알티우스는 4시간 동안 440㎞의 비행이 가능하다.
드론을 활용한 중국군 방어전략은 지난 6월 새뮤얼 퍼파로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이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WP는 “중국의 대만 침공시 미군의 1차 전략은 드론 등 수천 기의 무인 전력을 동원해 중국 전력을 최대한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나는 기밀로 분류된 무기들로 대만해협을 ‘무인지옥’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전략으로 중국군을 한 달간 완전히 비참하게 만들 수 있고 이후 본격 대응에 나설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국론’은 대만 태생으로 중국 본토에 뿌리를 둔 국민당 출신 총통이었던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이 1999년 도이치벨레 인터뷰에서 처음 거론한 중국과 대만이 각각 별개 나라라는 논리로 양안관계에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라이 총통은 건국기념인 연설에서 “지금 중화민국(대만)은 이미 타이·펑·진·마(대만 본섬과 펑후(澎湖), 진먼(金門), 마쭈(馬祖)에 뿌리내렸고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며 “중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신(新)양국론’이라고 맹비난했다. 천빈화(陳斌華) 중국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15일 밤 라이 총통의 연설이 해롭고 파괴적인 대만 독립의 자백이라며 “대만 독립분자이자 평화파괴자”라고 비판했다. “중국이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한 것을 대만 독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천 대변인은 5월 취임사의 ‘신양국론’이든 10월 초 ‘조국론(중국은 대만의 조국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이든, 건국기념일 연설의 ‘대만독립 신오류’든 모두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도발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모두 ‘신 양국론’을 더욱 체계적 구체화한 것으로 대결적 사고가 더욱 강하고 도발적이 된 것이 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