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전 영월 역주행 참변으로 가장을 떠나보낸 뒤 사망자의 두 살배기 아들이 여전히 악몽을 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6일 오전 1시 27분께 강원도 영월의 한 국도 터널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차량의 역주행으로 가장을 잃은 일가족이 아직도 아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중앙일보가 18일 보도했다.
아빠이자 가장인 이 모 씨가 떠난 뒤부터 그의 두 살배기 아들은 “아빠, 빠방 콰광”이라며 꿈에서 깨어난다.
이 씨는 당시 가족과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아내 안 모 씨의 할머니 집으로 향하던 중 변을 당했다. 당시 차에는 이 씨의 4세 딸과 2세 아들, 아내, 장인·장모가 타고 있었다. 장인과 장모는 갈비뼈 골절, 허리 골절 등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으며 안 씨는 충격으로 왼쪽 손목이 잘 안 움직이거나 전보다 기억력이 떨어졌다.
이 씨는 사고 직전 장인과 그룹 ‘H.O.T’의 ‘캔디’를 부르고 있었다고 한다. 안 씨는 “노래를 부르던 남편이 갑자기 소리를 질러 앞을 봤을 땐 이미 차가 산산이 조각나고 있었다”라며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사고가 나서 피할 수 없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이 씨는 가족의 상태를 챙기며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안 씨는 “남편이 다리가 끼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도 ‘괜찮냐’, ‘내가 미안하다’고 했다”라며 “본인이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뭐가 그리 미안했을까”라며 눈물을 훔쳤다.
안 씨가 기억하는 이 씨는 항상 어떤 상황에서든 가족이 먼저인 가정적인 남편이자 다정한 아빠였다. 사고 이틀 전, 인천 영종도에 살던 안 씨와 아이들이 서울 마포구로 이사한 것도 이 씨 때문이었다.
마포구에 있는 한 바버샵에서 6년간 일했다는 이 씨는 항상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다. 그와 함께 일한 바버샵 동료는 “(이 씨는) 항상 손님을 편안하게 해주고 기술도 뛰어나 예약이 끊이지 않았다”라고 추억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16일 영월군 국도 38호선 영월2터널에서 이 씨가 몰던 카니발 승합차는 역주행하며 달려오던 셀토스와 정면충돌했다. 경찰 조사 결과 역주행 차량 운전자는 20대 현역 해병대 부사관으로 밝혀졌다. 그는 사고 직전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또한 면허취소 수치(0.08%) 이상으로 확인됐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