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장녀로서 아버지에 대한
아픔을 털어놓은 가수
가수 양희은은 53년 넘게 무대에 서온 베테랑이자, MBC 라디오 ‘여성시대’의 24년 차 DJ이다. 그는 2021년 에세이 ‘그러라 그래’에 이어 최근 신간 ‘그럴 수 있어’를 출간하며, 에세이스트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71년 ‘아침 이슬’로 데뷔해 ‘작은 연못’,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가을 아침’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그는 가요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아버지로 인한 상처
하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어린 시절의 상처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양희은은 장녀로서 가세를 일으키기 위해 어릴 때부터 무대에 서야 했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난 후 집안은 빚더미에 앉았고, 그는 자매 셋이서 서로 의지하며 어려운 시절을 견뎠다.
가난보다 더 큰 고통은 생전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새살림을 차린 것이었다. 그 배신감은 그에게 깊은 상처로 남아, 오랫동안 아물지 않았다.
눈이 무섭게 내리던 1962년, 바람 피우는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한 어머니는 외갓집으로 떠났다. 아버지는 아침엔 엄마를 붙잡고 가지 말라고 하더니, 그날 저녁엔 내연녀를 데리고 집에 들어왔다고.
아버지의 행동은 어린 양희은에게 충격적이었다. 아버지는 새 여인과 함께 새출발을 알리듯이 자신과 자매들을 큰집으로 보내고, 그 뒤에는 세 자매의 옷을 태웠다.
그는 “살아있는 사람 옷을 태우는 건 땅에 묻고 없애버리는 거다. 그리고 새 옷으로 다 갈았다. 그게 죽음 의식이다”라며 아버지의 만행에 받은 어린 시절 상처를 고백했다.
앞서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힘든 시절이었지만 아버지가 그립지 않았다. 오히려 미웠다”라며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아버지가 서른아홉의 나이에 돌아가셨다. 그때 나는 어린 마음에 용서할 수 없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자신이 서른아홉을 넘기자, 그때서야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고. 그는 “충분히 흔들릴 수 있는 나이였다”며, 당시 아버지의 상황을 돌아보며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그 나이 때가 되니 아버지가 이해된다니. 맘이 찡해지는 이야기에요.”, “정말 고생 많으셨네요”, “누구나 마음속에 상처 입은 어린아이가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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