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으로 누그러졌던 강(强)달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주 동안 60원 오르면서 2개월 만에 1360원을 넘어섰고, 상승세는 점차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당분간 1360원대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5.4원 오른 1361.3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1360원을 넘은 것은 지난 8월 14일(1360.60원) 이후 2개월 만이다.
◇ 원·달러 환율, 이달 들어 60원 넘게 올라
지난달 19일 美 연준의 빅컷으로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같은 달 30일 1307.8원을 기점으로 상승 전환했다. 이달 첫 거래일인 10월 2일(1319.30원·+11.50원)과 4일(1333.70원·+14.30원), 7일(1346.70원·13원) 연달아 10원 넘게 올랐다.
환율 상승세를 막아줄 것으로 기대됐던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소식도 강(强)달러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WGBI에 편입되면 패시브 투자자금(특정 시장이나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의 자금)이 유입돼 국채 수요가 늘어나고, 덩달아 원화 매수세도 거세지면서 환율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WGBI 편입 직후인 지난 10일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5원 오른 1350.2원이었다. 이튿날엔 0.7원 떨어졌지만, 다음 거래일인 14일에는 1355.90원까지 치솟았다. 15일에는 1360원을 넘어서면서 2주 동안 환율이 무려 60원 오르게 됐다.
이처럼 강달러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미국의 견조한 성장세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전월 대비 25만4000명 늘어나면서 올해 3월(31만명)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15만명 증가)도 훌쩍 뛰어넘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도 시장 예상치(2.3%)보다 높은 2.4%로 집계되면서 강달러를 부채질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9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높은 3.3%이었다. 이처럼 미국 경기가 튼튼한 모습을 보이고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지 않으면 물가·고용안정을 양대 책무로 하는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는 늦어질 수 있다.
강달러를 저지해야 할 주요국 통화가치는 떨어지는 모습이다. 유로화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17일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위안화도 지난 12일 중국 정부가 발표한 국채 발행 확대 등 경기 부양책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주요국 통화가치 하락으로 경쟁 관계에 있는 달러는 상승 압력을 받는 모습이다.
◇ “당분간 1360원대 지속” vs “1350원 아래로 내려올 것”
일각에서는 환율이 1360원대를 당분간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좋아서, 미 연준이 11·12월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보다 중간에 한 번 쉴 수 있다는 시장 전망이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환율이 1360원대를 지속하다가 미국 소매판매지수·주택경기지표 등 지표와 장기금리 영향 등에 따라 (환율이) 변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말에 미국 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기대감으로 환율이 떨어질 거란 시장 전망이 있지만, 미국 외 다른 국가들도 금리 인하 기조를 보여 미국 금리 인하 영향이 환율에 크게 반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연말까지도 환율 1350~1360원대 박스권을 오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1350원 밑으로 내려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달러 강세를 기반으로 북한 도발 등 지정학적 리스크, 엔화 약세 등이 반영돼 환율이 일시적으로 올랐지만 추가적인 상승 리스크 압력은 커 보이지 않는다”며 “11월 미국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미 연준이 11·12월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연말까지 1330원대에 묶여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환율이 일시적으로 오르긴 했지만, 11월 미국 대선·FOMC와 같은 빅이벤트가 끝나면 불안감이 어느 정도 떨어져 환율이 1320~1330원대 정도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달 미국 소매판매지수·주택경기지표 등도 참고해야 겠지만 연말까지 환율이 크게 튈만한 요소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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