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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아침은 광둥, 점심은 홍콩, 저녁은 마카오… 강주아오 대교가 연 ‘1시간 생활권’

조선비즈 조회수  

오전 9시, 중국 남부 광둥성 주하이시에 있는 ‘강주아오 대교’ 진입목인 주하이 도로 통상구. 이곳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40분가량 달려 강주아오 대교를 건너니 바로 홍콩이었다. 내린 곳에서 차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 홍콩국제공항을 둘러본 뒤 홍콩식 딤섬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이후 다시 강주아오 대교를 건너 주하이로 돌아오니 오후 2시였다. 저녁엔 마카오로 건너가 파리지앵 마카오 에펠탑과 야경을 감상했다. 마카오를 드나드는 데도 편도 30분이면 충분했다.

홍콩(香港)과 주하이(珠海), 마카오(澳門)를 잇는 강주아오(港珠澳) 대교가 2018년 10월 23일 개통한 이후 6년이 흐른 지난 8일, 기자가 직접 체험한 ‘강주아오 1시간 생활권’이다. 강주아오 대교는 올해에만 2000만명 넘게 이용하며 홍콩·마카오로 넘어가는 중국 본토의 유일한 육로로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 광둥성과 홍콩·마카오 경제를 하나로 묶어 2030년까지 세계 최대 경제허브로 키우겠다는 중국의 ‘웨강아오(粤港澳) 대만구(大灣區·대형 연안 지역)’ 전략도 강주아오 대교를 중심으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총길이 55km로 세계 최장 해상 교량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강주아오 대교. 중국 광둥성 주하이와 홍콩, 마카오를 연결한다./바이두 캡처
총길이 55km로 세계 최장 해상 교량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강주아오 대교. 중국 광둥성 주하이와 홍콩, 마카오를 연결한다./바이두 캡처

◇ 본토~홍콩·마카오 간 이동 시간 30~40분대로 단축

이날 2층짜리 셔틀버스를 타고 강주아오 대교에 들어서니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긴 6차선 도로가 수평선 너머까지 펼쳐져 있었다. 실제 강주아오 대교의 총길이는 55km로 한국에서 가장 긴 다리인 인천대교(21.4km)의 2.5배에 달하는 것은 물론, 세계 해상 교량 중 가장 길다. 다리 중간에는 6.7km 길이의 해저 터널을 지나야 하는데, 이 역시 세계 최장의 해저 침매(沈埋·완성한 터널을 바닷속에 묻는 공법) 터널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강주아오 대교 전시관 관계자는 “다리를 짓는 데 사용한 강철은 총 42만톤(t)으로, 파리 에펠탑을 60개 지을 수 있는 양”이라고 했다. 중국이 강주아오를 짓는 데 들인 돈은 9년간 1269억위안(약 24조1100억원)이다.

강주아오 대교는 주하이와 홍콩, 마카오 세 곳의 거리를 대폭 단축시켰다. 이전에 주하이와 홍콩을 오가는 주요 교통수단은 페리로, 1시간가량 소요됐다. 하지만 이날 셔틀버스는 시속 제한 80km 도로에서 달리는데도 출발한 지 40분 만에 홍콩에 도착했다. 일반 차량은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0분 만에 강주아오 대교 주파가 가능한 셈이다. 홍콩과 마카오 역시 이전엔 육로로 4시간가량 걸렸지만, 이제 강주아오 대교를 이용하면 30~40분 만에 오갈 수 있다.

이용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도 강주아오 대교의 장점이다. 주하이와 홍콩을 오가는 셔틀버스는 편도 58위안(약 1만1000원·06~24시 기준)으로, 페리(170홍콩달러·약 2만9000원)보다 훨씬 싸다. 자동차 역시 개인 승용차나 택시는 150위안(약 2만8000원), 화물차는 60위안(약 1만1000원)인데, 하이패스와 비슷한 ETC를 이용하면 5%를 할인해 주는 데다, 신선 농산물 운송 차량은 전액 면제, 명절에는 무료 개방 등 혜택이 많다.

출입경 절차도 중국인 기준으로 보면 비교적 간편하다. 원래대로라면 중국 본토와 홍콩 또는 마카오의 세관을 각각 거쳐야 한다. 하지만 원스톱 시스템이 도입돼 있어 자동차는 물론 여행객들도 한 번의 증명으로 출경과 입경 수속을 동시에 끝낼 수 있다. 이곳 관계자는 “(여행객의 경우) 셀프 통관을 이용하면 15초 안에 모든 수속을 마칠 수 있다”라며 “화물차는 항구에 입장해 퇴장하기까지 3분이면 된다”라고 했다.


강주아오 대교는 개통 이후 외신이 ‘유령 다리’라고 보도할 만큼 한동안 이용률이 저조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는 것이 중국 측 설명이다. 올해 들어 강주아오 대교를 통해 출입경한 인원은 지난 4일 기준 200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6%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치다. 특히 지난 1~7일 국경절 연휴에는 63만여명, 13만7000여대의 차량이 강주아오 대교를 이용했다. 지난해 국경절보다 각각 46.8%, 63.3% 늘어난 것이다. 강주아오 대교를 통해 중국 본토를 드나든 외국인 여행객 역시 4일 기준 31만명으로, 1년 전보다 185.5% 증가했다.

중국은 웨강아오 대만구 전략이 강주아오 대교를 중심으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2017년 3월 처음 공개된 이 프로젝트는 광둥성의 선전, 광저우, 주하이, 포산, 중산, 둥관, 후이저우, 장먼, 자오칭 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하나로 묶어 거대 광역 경제권을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먼저 강주아오 대교 덕에 ‘1시간 생활권’이 구축됐다는 평가다. 월마트 산하 회원제 창고형 대형마트인 샘스클럽의 주하이점의 지난해 신규 등록 회원 중 홍콩인이 35%를 차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1인당 연간 소비액은 평균 6000위안(약 110만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올해 1~8월 강주아오 대교를 통한 주하이의 총수출입액은 9223억8000만위안(약 17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국 관영 경제일보는 “강주아오 대교를 통한 주하이 수출입액이 첫 1000억위안을 돌파하는 데는 2년이 걸렸지만, 두 번째 1000억위안을 넘어서는 데는 7개월, 8~9번째 1000억위안 돌파에는 약 5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라며 “웨강아오 대만구의 교통 인프라 연결로 형성된 ‘1시간 생활권’ 덕에 주하이의 문화 및 관광 명소와 소비 시장이 번성하고 있고, 강주아오 대교는 광둥성 전체의 대외 무역 성장을 촉진하는 새로운 동력이 됐다”라고 했다.

중국 광둥성, 홍콩, 마카오를 자유롭게 오가기 위해 각 지방정부에서 발급한 번호판을 모두 취득한 자동차./이윤정 기자
중국 광둥성, 홍콩, 마카오를 자유롭게 오가기 위해 각 지방정부에서 발급한 번호판을 모두 취득한 자동차./이윤정 기자

◇ 환전·로밍 필요… 지역 간 차이 여전히 명확

하지만 강주아오 대교가 1300억위안에 달하는 가치를 해내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당장 이용 인원만 봐도 그렇다. 국경절 연휴 기간 일평균 9만명이 강주아오 대교를 통과했는데, 하루에 45만명까지 드나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용률이 20%에 불과한 수준이다. 실제 이날 기자가 직접 본 강주아오 대교는 수속 인원이 적었던 것은 물론 다리 위 차량도 많지 않았다. 인구 대국이라는 중국 특성상 평일에도 관광 명소마다 인파가 몰리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이용률은 저조한 것이다.

이는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 간 생활 환경 차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자가 느낀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화폐였다. 위안화를 쓰는 본토와 달리 홍콩은 홍콩달러, 마카오는 파타카 또는 홍콩달러를 쓴다. 본토 중국인들이 주로 쓰는 간편결제 시스템도 홍콩에서는 사용이 어려워 신용카드 또는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이동통신도 통일돼 있지 않아 강주아오 대교를 건너다보면 중간에 휴대전화 신호가 끊긴다. 홍콩이나 마카오를 몇 시간만 다녀오려고 해도 로밍이 필요하다.

강주아오 대교가 주하이, 홍콩의 도심과 다소 떨어져 있다는 점도 문제다. 주하이의 경우 최대 번화가인 공베이상업지구부터 강주아오 대교까지 정체 없이 차로 15분이 소요된다. 홍콩은 도심까지 최소 40분은 이동해야 한다. 반면 페리는 홍콩 도심에서 바로 탑승이 가능해 거리와 소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페리가 편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외에 외국인은 중국인처럼 셀프 통관을 이용할 수 없어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하다는 점도 강주아오 대교의 활성화를 막는 요인이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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