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가 취임 1년여 만에 네트워크 조직에 대한 대대적 개편에 나섰다. KT의 고질적 문제로 꼽혔던 방만한 인력체계를 재정비하고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내실 다지기 행보로 읽힌다. 그룹사와 역할 분담을 통해 AI 시대에 최적화된 경영체제를 갖춘다는 구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통신 네트워크 운용·관리 자회사인 KT오에스피와 KT피앤엠을 신설하고 네트워크 관리 업무와 인력을 이관한다. 본사는 네트워크부문을 중심으로 망 고도화와 전략을 담당하고 자회사는 현장인력 중심으로 망 품질을 관리하는 이원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신설 자회사로 전출되는 인력은 약 3800명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빈자리는 AI 관련 인력으로 채울 전망이다. 앞서 KT는 KT넥스알을 흡수합병해 AI 핵심 자산인 빅데이터 전문 인력을 확보했다. 이번 개편 역시 조직 슬림화와 동시에 AICT에 적합한 사업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인력 조정으로 네트워크 경쟁력은 유지하면서 절감한 비용으로 AI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 앞으로 KT는 망 구축과 운용, 유지보수 등 기존 통신사업자의 고유 역할을 자회사에 넘기고 본사는 AI 사업 역량을 높이는데 집중한다.
KT가 이번에 자회사로 이관하는 업무는 교환실·기지국·중계기를 연결하는 선로설비에 대한 설계·시공·유지보수와 국사 내 전원시설 설계, 도서산간 무선망 운용 등이다. 경쟁사 SK텔레콤도 이같은 업무를 SK네트웍스서비스, SK오앤에스 등 관계사에 위탁하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 일환으로 진행되는 희망퇴직 역시 10년 이상 근속에 정년을 1년 남긴 고령 직원이 대상이다. 자회사 재배치를 통해 구조조정 충격을 완화하면서 비용도 효율화하겠다는 계산이 담겼다.
고임금 인력 조정과 상권영업·현장지원 등 비효율 업무 정리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KT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KT는 사업부를 쪼개는 물적분할이 아닌 현물출자 방식을 택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했다. 내년 1월 신설되는 자회사의 2029년까지 목표 매출은 KT오에스피가 8380억원, KT피앤엠은 457억원으로 잡았다. 100% 자회사인 만큼 실적은 전부 모회사 KT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으로 인한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 KT가 퇴직자에게 역대 최대 일시금 지급 계획을 밝힌 만큼 일회성 인건비가 영업비용으로 처리되면 배당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네트워크 품질관리 업무가 자회사로 외주화되면서 안정적 망 운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가기간통신망 사업자인 KT 핵심 책무인 통신망 품질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조합 등 회사 내부에서도 네트워크 운용·관리 역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KT의 이번 조치는 네트워크 경제성 활력 저하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해석된다”면서 “통신품질과 관련해서는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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