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기자단 ‘김치찌개 만찬’ 행사에
민주당 “보여주기 쇼통” 평가절하 했지만
李, 1심 선고 앞두고 ‘명슐랭 가이드’ 홍보
정치권 ‘내로남불’ 비판 피하기 어려울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의도 명셰프'(이재명+셰프)로의 변신을 계획 중이다. 이 행사에서 이 대표는 지지자들과 여의도 인근에서 만나 직접 요리를 내어주고 고민을 듣는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민주당이 과거 윤석열 대통령이 기획한 용산 김치찌개 기자단 만찬을 ‘쇼통’으로 평가절하했던 만큼, 이른바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 대표가 이번 행사를 진행할 경우 정치권으로부터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이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명슐랭 가이드’ 온라인 포스터가 공유되고 있다. 공지된 내용에 따르면 신청은 오는 15일까지, 촬영은 21일 오후 5시로 이 대표와 청년 10명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행사다.
세계 최고 권위의 여행정보 안내서인 미슐랭(미쉐린) 가이드를 착안해 만든 이번 포스터에는 ‘각양각색 다양한 맛의 고민을 나누고, 마음을 요리해 주는 힐링 시간’ ‘명셰프로 변신한 이재명 대표가 직접 준비한 맞춤형 요리를 맛보는 시간’이라는 설명도 붙었다.
청년들이 당면한 현실과 고민을 듣겠다는 취지지만,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청년정책의 미비 등을 성토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가 직접 요리를 제공한다는 소식에 그의 지지층이 모인 온라인 팬카페에서도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다만 이번 행사가 진행될 경우 정치권 일각의 ‘내로남불’ 비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24일 대통령실 출입기자단과 2년 전 약속했던 ‘김치찌개 만찬’ 행사를 마련하자 민주당이 ‘쇼통’으로 평가절하했던 전례가 있어서다. 김건희 여사는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치찌개 만찬’ 이튿날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검찰 수사에 아랑곳 않고 뻔뻔하게 공개일정을 소화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거부에 대한 국민 분노를 비웃듯 보여주기식 ‘쇼통’을 하는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나 이 대표도 검찰의 수사 대상인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 그는 7개 사건으로 기소돼 총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사건에 대해 내달 15일과 25일 1심 선고도 앞두고 있다.
아울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도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내달 14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일 하루 전이다. 민주당이 비난했던 윤 대통령 내외와 같은 내용으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음식을 마련하는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을 두고 윤 대통령과 자신을 비교해 차기 대권주자로서 온화한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의 과거 김치찌개 만찬이 언론과의 소통을 넓히려는 의지로 보였지만, 여전히 ‘불통’ ‘고집’ 이미지가 더 뚜렷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비슷하게 직접 음식을 마련하는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은 현직 대통령보다 차기 유력 대권 주자인 자신이 국민에게 더욱 진심이라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구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명슐랭 가이드’ 행사는 이 대표의 재판 일정 등으로 인해 변동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홍보 담당자의 실수로 포스터가 잘못 공유된 것”이라며 “이 대표 스케줄을 고려해 재조율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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