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한림원은 물었다.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작가 한강(54)은 답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책과 함께 자랐어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할 수 있지요. 매우 가깝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제 소식이 한국 문학 독자들과 제 친구들, 작가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되면 좋겠어요.”
한림원이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와 인터뷰하기 위해 작가 한강에게 전화한 시간은 저녁 8시께다. 작가는 아들과 막 저녁식사를 마친 뒤였다. “일을 안 하고, 책도 좀 읽고 산책도 하며” 전화 받기 전까지도 “아주 평화로운 저녁”은 “정말 놀라고, 정말 영광이고, 영광”인 저녁으로 삽시에 바뀐다.
한강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세계 독자가 있다면 ‘작별하지 않는다’가 ‘마중물’이길 희망했다. 자신의 최근 작품이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에 대해서는 “3년 동안 이 소설을 썼는데, 여러 이유로 제게 무척 힘든 시기였다. 3년 동안 주인공과 주변 인물, 나무와 햇빛, 그 모든 게 너무 생생했던 그 이미지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말했다.
작가는 자신에게 영감을 준 작가를 특정하진 않았다. 대신 “모든 작가가 하나의 집단”으로 “때로는 방황하고, 때로 결단한다. 그들의 노력, 그들의 모든 강점이 영감의 원천이었다”는 말로 갈음했다.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영감의 원천 가운데 한 명이라고 쓴 걸 읽었다”는 한림원 쪽 질문에도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좋아하긴 했지만 어린 시절 영감을 준 유일한 작가라곤 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강 작가는 소설 ‘소년이 온다’ 후기에 ‘5·18’ 3년 뒤인 1983년 읽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 대한 강한 인상을 회고, “아이들을 위한 책으로서는 놀랍게도 처음부터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며 사랑과 절망, 존엄과 고통의 동반자적 관계를 되짚고 “그렇게 거의 불가능한 방식으로 때로 우리가 만남을 경험하는지도 모른다”고 쓴 바 있다.
마지막으로 축하 계획을 묻는 한림원 쪽에 한강은 여느 한강처럼 답했다.
“전화 통화가 끝나면 아들과 같이 차를 마시며 조용히 자축할 생각입니다. 술은 먹지 않아요.”
한겨레/임인택 기자 / webmaster@huffingto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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