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이 지난 6월 말 발생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현대 아이파크 아파트 화재 원인을 ‘인적 부주의’로 결론내린 것으로 9일 전해졌다. 당시 에어컨 수리 기사가 사용한 가스 토치의 불꽃이 주변 물건에 옮겨붙으면서 화재가 일어났다는 내용이다. 반면 전기 누전이나 에어컨 냉매 가스 누출 등은 화재 원인이 아니라는 게 소방당국의 결론이다.
조선비즈는 소방당국이 이달 초 작성을 마친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 화재현장 조사서’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했다. 조사서는 A4 용지 72쪽 분량이다. 화재 개요, 소방 활동, 발화 지점 판정, 화재 원인 검토, 화재 현장 사진, 피해자 현황 등의 순서로 작성된 문서다.
아이파크 아파트 화재는 지난 6월 20일 오후 1시 22분에 발생했다. 진화는 오후 4시 36분에 완료됐다. 다행히 숨진 사람은 없었다. 다만 4명이 연기 흡입, 화상 등 경상을 입었다. 15명이 아파트 옥상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또 불이 번지면서 아파트 7세대에 피해를 주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아이파크 아파트 205동 10층 한 세대의 발코니에 있던 에어컨 실외기실에서 불이 시작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실외기실에서는 에어컨 수리 기사가 응축기(콘덴서) 교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수리 기사는 “수리 중에 화재가 발생해 그 불을 끄려다가 손에 화상을 입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는 두 손에 2도 화상을 입고 연기를 흡입한 상태에서 구조됐다.
화재 원인에 대해 소방당국은 “작업자(에어컨 수리 기사)가 적극적으로 진화를 시도하는 등 고의적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의도적 방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어 소방당국은 전기 누전, 가스 누출도 화재 원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전기 누전 여부와 관련해 소방당국은 “(에어컨 수리) 작업 전에 전원선을 제거하여 전기를 차단한 상태였다”면서 “전기적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은 배제된다”고 했다.
국가화재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9~2023년 에어컨 관련 화재 1265건 중 986건(78%)이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했다. 이어 과열 등으로 인한 기계적 요인 102건(8%), 부주의 86건(2%) 등이 화재 원인으로 파악됐다.
또 소방당국은 가스 누출과 관련해 “발화 지점 부근에서 냉매 가스 용기, 부탄 가스 용기와 이동식 연소기가 발견된다”면서도 “이동식 연소기를 사용하지 않은 점, 가스 누출 등에 의한 폭발적 연소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보면 가스적 요인도 (화재 원인에서) 배제 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에 대해 “인적 부주의로 추정된다”고 결론내렸다. “에어컨 실외기 응축기 교체 작업 중 동관을 절단하기 위해 수리 기사가 사용한 가스 토치의 불꽃이 주변 가연물과 접촉 또는 전도·복사 등 형태로 열이 전달돼 착화·발화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동관은 에어컨 실외기와 실내기를 연결해 에어컨 작동에 필요한 냉매가 순환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소방당국은 당시 화재가 시작한 아파트 1세대는 전소됐다고 판단했다. 불이 번지면서 아파트 같은 동에 있는 6세대도 피해를 입었다. 화재 발생 후 4개월 가까이 됐지만 피해 세대 중 일부에서는 복구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소방당국 조사서에는 재산 피해 액수가 ‘***’로 표시돼 식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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