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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와인 진출 따라갔던 현대, 버거도 일단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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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국내 수제버거 시장에 현대백화점그룹도 가세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과거 와인 시장 진출 당시처럼 안전한 추종전략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그린푸드는 1년가량 논의한 끝에 미국 캐주얼 수제버거 브랜드 ‘재거스’를 들여왔다.

재거스는 미국 1위 스테이크 전문 브랜드 ‘텍사스 로드하우스’의 수제버거 브랜드다. 속칭 ‘미국 3대 버거(쉐이크쉑·파이브가이즈·인앤아웃)’는 아니지만 패티를 두 장 겹쳐 넣어 고기 맛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현대그린푸드가 어느 정도 수위로 버거 사업에 뛰어들지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수제버거 시장이 확대될 땐 손을 놓지 않고 따라가겠다는 신호 정도로만 읽고 있다.

일단 SPC그룹의 쉐이크쉑이나 한화갤러리아의 파이브가이즈처럼 오너가 3세가 성과를 내고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가져온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그린푸드 제공
/현대그린푸드 제공

◇SPC, 한화와 다른 현대의 진출전략

수제버거 전쟁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SPC 부사장이 쉐이크쉑(쉑쉑·Shake Shack)을 들여오면서부터 시작됐다. 쉐이크쉑이라는 이름값에 공격적인 마케팅과 이를 뒷받침 할만한 조직력이 합세하면서 사업은 순항하고 있다.

처음 쉐이크쉑을 가지고 올 때 2025년까지 25개점을 내는 것이 목표였는데, 올해 4월에 이미 25호점인 부산센텀점을 개점했다. 숫자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홀로서기도 단행했다.

지난해 말 SPC 파리크라상은 쉐이크쉑 한국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빅바이트컴퍼니를 신설했다. 물적분할 당시 공개된 작년 12월 한 달 기준 빅바이트컴퍼니의 매출액은 약 90억원, 영업이익은 3190만원이었다.

쉑쉑의 뒤를 이어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인 파이브가이즈를 들여온 곳은 한화갤러리아다. 역시 김승연 한화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도입을 주도했다.

2023년 6월 서울 강남에 1호점을 열었고 지금까지 총 5개 점포가 문을 열었다. 또 내년 하반기엔 파이브가이즈의 일본 진출도 담당할 계획이다.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이자 파이브가이즈 운영을 담당하는 에프지코리아는 한국에서 2028년까지 15개 점포를, 일본에서는 앞으로 7년간 2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재거스의 입지 선정전략이 다르다는 점도 버거시장 공략에 일단은 적극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재거스 글로벌 1호점은 지난달 말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에 개장했다. 지금까지 한국 시장에 진출한 햄버거 브랜드들은 유동인구가 많고 광고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는 서울 강남이나 성수 등지에 둥지를 틀었다.

반면 재거스의 평택 미군기지점은 일반인은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곳이다. 당연히 화려한 데뷔전을 치르거나 입소문을 통한 광고효과를 내긴 어렵다. 대신 미군 수요가 안정적이라 장사가 잘 되지 않더라도 큰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

또 미군 기지내 한인 수요를 감안해보면 미국인의 맛과 한국인의 맛을 적절히 섞는 시험무대로도 활용할 수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이미 지난 2019년 미국 1위 스테이크 전문 브랜드 ‘텍사스 로드하우스’를 같은 방식으로 가져온 적이 있다. 텍사스 로드하우스는 약 2년 뒤엔 2020년 말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에 2호점을 냈다. 이후 현대백화점이나 현대아울렛에 속속 입점시켰다. 지금까지 총 8개 매장이 개장했다.

요식업계 관계자는 “2년가량 매장을 운영했다면 메뉴에 대한 이해도나 경영 전략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힐 때”라면서 “그룹 계열사 입점도 훨씬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과거 와인시장 진출처럼 안정성 중시

유통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요식업 사업에 집중할 때는 시장에 반쯤만 발을 걸쳐두는 추종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공격적으로 나서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것보다는 안정적인 성과를 지향하면서 시장이 커질 때 과실을 일부 따먹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뜻이다.

최근 몇년새 유통업계 오너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와인 사업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신세계는 와인 유통을 강화하기 위해 2022년 2월에 약 3000억원을 들여 미국 나파벨리의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를 인수했다. 또 인근의 와일드푸트 빈야드를 약 460억원에 사들였다. 롯데마트는 잠실에 400평 규모로 보틀벙커를 개장했다. 와인시장이 꺾이면서 폐점에 이르게 된 롯데마트맥스의 창원중앙점도 300평 규모다.

이때 현대백화점그룹은 자본금 5억원짜리 와인 수입 유통사 비노에이치를 설립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와인전문매장 와인웍스는 현대백화점 지점 5곳 정도에 크지 않은 규모로 입점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와인사업이나 버거사업이나 소비자에게 특색이 있는 상품을 선보여 주는 것을 우선 가치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재거스는 쉐이크쉑이나 파이브가이즈처럼 엄청 유명하진 않지만 충분히 특색이 있는 브랜드라고 판단했고 평택 미군기지를 시험 삼아 확장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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