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연일 폭로성 발언을 쏟아내자 여권 내에선 “신빙성 없다”며 선을 그으면서도 정치적 파장이 커질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명 씨 논란 등을 비롯해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위기감이 당 안팎으로 확산한 가운데, 친한(한동훈)계 일각에선 김건희 특검법을 포함해 당이 상황 변화에 따라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추경호 “명 씨 발언 신빙성 없어” 선 그었지만…與 ‘난감’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연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겨냥해 폭로성 발언을 쏟아내는 명 씨에 대해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노심초사하는 기류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정감사 대책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명 씨의 최근 발언들에 대해 “일방적인 얘기들이 알려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렇게 신빙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 씨에 대한 당 차원의 조치 가능성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보면 발언자들의 내용이 서로 충돌되는 지점도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였다.
당 지도부는 명 씨 발언이 개인적인 과시 차원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여권 내에선 정치적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명 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언급하며 인사 및 정무 개입 등의 주장들을 펼치고 있는데, 명 씨 발언의 진위 여부에 따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명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김 여사로부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참여를 제안받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추천했다고 주장했다. 또 2022년 9월 김 여사가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에 불참하려던 이유가 명태균 조언 때문이라는 소문이 돈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자 명 씨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라”고 회신한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도 공개했다. 명 씨는 “(검찰 조사를 받으면) 잡아넣을 건지 말 건지,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명 씨 논란은) 우리 당에 호재는 분명 아니다”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당이 이렇다할 입장 표명을 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상황을 지켜보는 심기가 편하지는 않은 분위기”라고 했다.
◇친한계 “檢 ‘김 여사 불기소하면 특검법 방어 어려워져”
이런 가운데, 친한계에선 민주당이 김 여사 특검법을 재발의할 경우에 대비해 당이 구체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이 이달 중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조가조작 관여 의혹 사건에 대해 결론을 낼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김 여사 기소 여부에 따라 당의 부담이 적은 쪽으로 당내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지금 도치이모터스 이게 굉장히 큰 변수가 될 것 같다”며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하게 되면 특검법을 방어하기가 조금 더 어려워진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했다. 검찰이 김 여사 기소를 하면 야당이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할 때 방어할 명분과 논리가 생겨 당 부담이 줄어들지만 반대로 불기소할 경우 특검법 반대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신 부총장은 ‘검찰 처분 이후 김 여사 특검법에 찬성할 수도 있나’라는 진행자 물음에는 “너무 나간 얘기”라면서도 “(검찰의 결론)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해야만 현명한 대응책이 무너지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한 대표가 김 여사 이슈에 대해 분명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전날(7일) 원외 당협위원장과의 비공개 자유토론에서도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전해듣고 “행동할 때가 됐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선택을 해야 한다면 민심을 따를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 발언에 대해 신 부총장은 “한 대표가 강조하는 ‘국민 눈높이에 따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의 연장선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했다. 이어 “이전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 고민을 넘어서 액션(행동)해야 될 이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아닌가 싶다”며 민주당이 김 여사 특검법을 재발의할 경우 당의 대응 방향을 예로 들었다.
친한계인 장동혁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건희) 특검을 반대한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야 하느냐”라며 “좀 더 상황을 보면서 같이 고민하고 사안이 바뀔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나 해결책을 찾는 것을 신중하게(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 의혹에 대해) 사과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데 원내에서도 많이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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