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 첫 날인 7일에는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 위원장을 겨냥하고 방송 장악 문제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만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인공지능(AI)과 딥페이크, 빅테크 규제 같은 중요 정책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 위원장은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탄핵 소추로 인해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이에 따라 국정감사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 위원장의 출석을 강하게 요구하며 동행명령장 발부를 경고했다. 이날 오전 국감에는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출석해 방통위 현안에 대한 질의를 받았으나, 장인상을 이유로 오후 국감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 위원장의 출석을 계속해서 촉구하며 논쟁이 이어졌다.
결국 이날 오후 3시쯤 이 위원장이 국감장에 일반 증인 자격으로 출석하자,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거세게 쏟아졌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통위의 사유화가 명백하다. 이 위원장이 방통위 직원을 동원해 불출석 사유서를 대신 제출하게 한 것은 공직자로서의 책임을 저버린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직자는 자신이 맡은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도 방통위를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은 부적절하다”고 비난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논란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황 의원은 “김건희 여사가 특정 정당의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이는 단순한 소문이 아닌 중요한 문제다. 이러한 의혹을 가짜뉴스로 치부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면서 이 위원장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판단할 근거가 없다”고 짧게 답변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위원장을 향해 공영방송 장악 문제를 중심으로 질의를 이어갔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위원장의 출석 거부가 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을 위한 시도로 보인다”며 “방통위는 공정한 매체 환경을 보장해야 하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감에는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 허욱 페이스북 코리아 부사장 등 글로벌 IT 업계 주요 인사들이 출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심도 있는 정책 질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딥페이크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이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이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현재 딥페이크 기술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성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이 더 수반돼야 하고, 인력 증원도 필요하다”며 “(딥페이크 관련) 예산이 2024년 11억원 정도이고 2025년 정부안은 9억원 정도로 조금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딥페이크와 같은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예산과 인력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수향 네이버 뉴스서비스 총괄 전무는 네이버의 인공지능(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가 학습 데이터로 언론사 콘텐츠를 사용한 것에 대해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를 받았다. 최 의원은 “네이버가 언론사 콘텐츠를 AI 학습에 사용하면서,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전무는 “보상 문제는 해외에서도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으나, 언론계와 협력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치적 공세로 이어지는 국감 흐름에 불만을 나타내며 방통위의 정상화와 주요 정책 해결을 촉구했다. 현재 방통위는 위원장이 직무 정지된 상태에서 부위원장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주요 정책 결정과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식물 상태’에 놓여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방통위는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야당은 오로지 이진숙 위원장의 출석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다”며 “방송 장악 문제도 중요하지만, AI와 딥페이크 같은 기술적 이슈도 충분히 다루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 사무처장은 “AI와 딥페이크 문제를 비롯한 주요 정책들이 방통위의 정상화를 통해 신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방통위가 제 기능을 빨리 회복해야만 국민들이 기대하는 정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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