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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6년→5년제 검토나선 정부…‘의료교육 부실화’ 논란 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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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한 의과대학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소재 한 의과대학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수업 등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에게 2025학년도 복귀를 전제한 조건부 휴학이라는 ‘당근’을 내민 것과 동시에 복귀하지 않는 학생은 유급 또는 제적 처리하겠다는 ‘채찍’을 내놨다.

이와 함께 의사인력 공급의 공백을 막기 위해 총 6년인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나선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이를 두고 ‘의료교육 부실화’를 야기시키는 대책이라며 규탄했다. 

7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부총리 겸 교육부 이주호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 발표를 통해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이 아닌 ‘휴학’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해당 대책은 ‘동맹휴학 불허’라는 기본원칙은 지키면서 미복귀 학생에 대해서는 2025학년도에 복귀하는 것을 조건으로 휴학을 승인한다는 것이 주요다.

이 부총리는 “집단행동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의 사유가 아니므로 앞으로도 허가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며 “각 대학에서 2024학년도에 학생들이 최대한 복귀해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정상 진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휴학 의사를 표명하는 미복귀 학생들에 대해서는 2025학년도 시작에 맞춰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휴학 의사 및 개별적·개인적 휴학 사유 여부, 복귀 시점을 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했다”며 “이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사를 정상화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정부는 의료인력 양성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목표로 각 대학과 협력해 교육과정을 단축·탄력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예과 2년·본과 4년 등 총 6년인 교육과정을 5년으로 단축해 올해 의정갈등이 추후 배출될 의료인 수에 장기적인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여기에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의사 국가시험·전공의 선발 시기를 유연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제도 개선안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화한 뒤 하반기 내 개정해 2025학년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 부총리는 “마지막까지 학생 복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정부와 대학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대학도 개인적 판단으로 복귀를 결심한 학생들이 집단적 분위기로 복귀에 영향받지 않도록 자유롭게 학교로 복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시기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정부의 발표에 의료계는 즉각 반발하며 의대 교육이 부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대 교육 특성상 6년간 교육과정이 빈틈없이 잡혀 있어 방학 기간도 짧은 데다 시험도 많아 1년을 줄일 경우 교육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이주호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이주호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한의사협회,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등 의료단체는 지난 6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의대 교육의 질적인 고려는 전혀 없이 학사일정만 억지로 끼워 맞춰 부실교육을 감추려는 졸속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며 “의대교육 자체가 이미 정상적이지 못한데 시일이 촉박해지니 이제 대놓고 의대교육 부실화를 고착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을 받을지 휴학을 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학생들의 자유로운 결정에 달린 것”이라며 “의대교육을 망가뜨리고 국민건강을 내동댕이치는 교육부의 잇따른 무리수 대책에 우리는 극렬히 공분하며 정부의 선 넘은 폭거를 엄중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는 의대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줄이겠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후 논란이 이어지자,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모든) 대학에 획일적으로 5년 단축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교육부 심민철 인재정책기획관은 “현재도 대학이 설정한 학점을 이수한 학생에 대해서는 수업 연한을 1년 정도까지 단축할 수 있는 조기 졸업 제도가 있다”며 “핵심은 모든 대학이 (교육과정) 5년 단축을 강압적으로 한다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선택적으로 그렇게 한다고 할 경우 지원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대책이 의대생 복귀에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다. 그간 정부와 대학 측이 의대생 복귀를 위해 각종 카드를 내밀었음에도 의대생들은 요지부동이었다.

동맹휴학을 승인할 수 없다는 교육부가 기존 원칙을 저버렸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기존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을 대상으로 별도의 휴학 사유를 파악하고 복귀 시점도 내년으로 명시하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해당 의대생들은 당초 의대 증원에 반발해 동맹 휴학 차원에서 휴학계를 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일각에서는 의대생에만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는 본보에 교육부가 제시한 조건부 휴학 승인은 대학학사 행정 기준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대학에서 휴학은 6개월 또는 1년 기간으로 이뤄지고 군 휴학의 경우 군 제대 시까지 가능하다. 특히 본인의 필요성에 의해 신청되고 대학은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은 승인하게 돼 있다”며 “이런 점에서 본다면 교육부가 제시한 조건은 6개월 휴학만을 승인하겠다는 것인데, 타 학과 학생들의 휴학 요건과 비교하면 지나친 제약 조건을 제시한 것”이라고 짚었다. 

‘5년제 단축’에 대해서 이 교수는 의과대학 교육의 질과 관련돼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행정 부서인 교육부가 앞장서서 5년 단축을 제시하는 것은 성급했다”며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의과대학 교육의 질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기관에서 필요한 경우 교육부에 요청을 하는 절차로 진행돼야 하며 그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데이신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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