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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침해 논란’ 교원평가 폐지 결정…교원단체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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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소재 한 중학교 교실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세종시 소재 한 중학교 교실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교육부가 교권 침해 지적을 받았던 기존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전면 개편해 학부모 조사와 서술형 평가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환영 의사를 드러낸 한편, 일각에서는 학교 현장을 더 혼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4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교원능력개발 평가 폐지 및 교원역량 개발 지원제도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2010년 도입된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원의 교육활동 전문성을 평가하고 그에 따른 능력개발 향상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로 동료교원 평가 및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의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초등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부모가 평가에 참여하며 모든 평가는 익명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평가자가 익명인 것을 악용해 교원평가가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인신공격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비판이 교직 사회에서 지속 제기됐다. 이에 교육부는 현장 교원 정책 전담팀(TF) 등과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교원의 자기 주도적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개편 방안 시안(안)을 발표하고 수렴된 국민 의견을 추가 반영해 방안을 확정했다.

우선 교육부는 기존의 교원능력개발평가를 폐지한다. 구체적으로는 ‘학부모 만족도 조사’가 없어지는 대신 교육과정을 비롯한 학교 경영 전반에 대한 의견 제시가 가능한 ‘학교 평가’로 대체된다. 학생 만족도 조사는 ‘학생 인식 조사’로 개편된다.

서술형 조사도 폐지되며, 교사의 지도로 학생의 성장·변화를 어느 정도 끌어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문항이 교체된다.

교원 스스로 실시하는 ‘자기 역량 진단’도 추가되며, 기존 동료 교원 평가는 교원능력개발평가와 별도로 시행되는 동료 평가 제도인 ‘교원업적평가’의 다면평가와 연계된다.

이와 함께 역량 진단 결과와 연계한 AI 맞춤형 연수 추천 시스템도 도입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개정 추진을 통해 연수 관련 예산도 확충할 방침이다.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특별연수 인원 확대 및 유형을 다양화하는 등 보상도 늘린다. 더불어 교원의 특성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심층적으로 교원의 역량 개발을 지원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과 함께 교원양성기관 등 연수기관과 연계한 ‘(가칭)교원역량개발센터’ 구축을 지원한다.

개편된 교원역량개발 지원제도는 내년에 학생 인식 조사부터 도입된 후 2026년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올해는 새 제도 도입의 준비 기간으로 보고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시행되지 않는다. 이는 지난해 서이초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으로 유예된 데 이어 2년 연속이다.

교육부 고영종 책임교육정책실장은 “교원역량개발지원제도 도입으로 교원의 자기주도적 성장을 지원하고 교원이 헌법과 법률로 보장된 바에 따라 교육전문가로서 존중받고 전문성을 향상할 수 있도록 교육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총리 겸 교육부 이주호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진행된 ‘제47회 함께 차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부총리 겸 교육부 이주호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진행된 ‘제47회 함께 차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교총의 ‘현행 교원평가 폐지’ 요구를 수용하고 지난해 말 단체교섭 합의 사항을 전격 반영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학생 서술형 평가, 학부모 만족도조사, 강제 연수 부과 등을 없애는 등 현행 교원평가제도를 폐지한 것은 마땅하고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다만 학생인식조사에 대해서는 학생의 성장·변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그 결과를 학습연구년 교사 선정과 연계하는 것은 기존의 폐해를 답습하게 되고, 교직사회의 수용성도 담보하기 어렵다며 추후 해당 부분은 배제해야 한다고 짚었다.

새롭게 도입되는 자기역량진단에 대해서는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포지티브적 활용과도 연계하지 말고 오롯이 자기성찰적 참고자료 형태로 운영해야 한다”며 “진단과 연계해 제공될 예정인 AI 추천 맞춤형 연수 역시 진행 여부는 교사가 자율 결정하게 하고 제도적으로는 연수비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춰 설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른 교원단체에서는 교육부의 방안을 두고 “포장지만 갈아 끼운 교원평가 재추진”이라며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일부 개선된 측면은 있다. 그러나 그동안 학교 내 갈등을 지나치게 부추겼던 동료평가의 비중은 오히려 확대됐으며 평가 일정 또한 기존 하반기(9~12월)에서 학년도 전반(1~12월)에 걸친 평가로 대폭 연장됐다”며 “부당하게 차등 지급하는 성과상여금 제도가 폐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폭 확대된 동료평가는 교사들이 서로를 감시하게 만들고 학교 현장을 더욱 큰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넣을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자기역량진단에 대해서는 “교원 간의 자발적인 수업 나눔과 전문성 신장을 위한 노력을,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외적 동기 위주의 형식적 활동으로 변질시킬 뿐만 아니라 해당 업무 담당자의 행정업무 부담과 동료 교사 간 갈등을 가중시키는 몰상식한 발상”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전교조는 학생인식조사에 대해서도 학교에서 이미 과정중심평가 등의 방식을 활용해 학생의 배움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어 교원역량개발을 이유로 같은 내용을 중복 평가하는 것은 효과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투데이신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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