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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지 않은 홍콩]⑥“금융 파트너 만나기 편한 홍콩, 아태 거점으로 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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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시아의 금융·경제 허브(hub)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누려왔던 홍콩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이후 빚어진 중국 본토와의 정치적 갈등 때문에 외국 자본이 줄줄이 홍콩을 이탈하면서 국제 사회에선 머지않아 싱가포르가 홍콩 대신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은 다소 이르거나 과장된 감이 없지 않다. 조선비즈는 다양한 현장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홍콩의 객관적인 현 위상과 내일에 대해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홍콩이 아시아의 금융허브가 된 것은 1990년대다. 1992년 미국이 관세와 투자, 비자 발급 등에서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한 대우를 해준다는 내용의 ‘홍콩 정책법’ 덕분에 홍콩의 위상은 치솟았다. 여기에 낮은 세율과 최소한의 규제 등 혜택까지 제공하면서 홍콩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과 함께 세계 3대 금융 허브로 떠올랐다.

최근 몇년 사이 세계 1위 경제 자유지를 뒷받침했던 홍콩 정책법의 폐지와 반역·내란 등에 대해 최고 종신형을 선고하는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등장하면서 여러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이 퇴색됐다. 몇몇 금융기업들은 홍콩을 떠나 싱가포르 등 대체지에 정착하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기업 55곳이 홍콩 증시에서 상장 폐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JP모건 체이스, 블랙록,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 등 여러 글로벌 금융사와 투자사가 아시아 시장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허태형 크래프트 부대표./민서연 기자
허태형 크래프트 부대표./민서연 기자

홍콩의 이같은 특징들은 여전히 유효했다. 홍콩에 지사를 두고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 크래프트 테크놀로지스(QRAFT Technologies)도 이같은 이유에서 홍콩을 아시아 거점으로 꼽았다. 특히 크래프트의 경우 아시아 거점을 싱가폴과 홍콩 중 어디로 둘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 크래프트 측은 규제나 세금같은 제도적인 뒷받침도 있지만 금융 관련 포커스를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결국 어떤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는가가 중요하고 홍콩이 그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트는 금융 인공지능(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2016년 설립됐다. 설립 당시에는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자산 관리 솔루션을 개발해 개인 및 기관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운영했다. 이후 액티브 자산 운용과 상장지수펀드(ETF) 분야로 확장해 지금의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크래프트에서 최고 솔루션 책임자(CSO)를 맡고 있는 허태형 부대표는 “과거 증권사 근무 당시 이런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에서 착안해 현재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며 “AI를 통해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트의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운용 부문과 솔루션 부문으로, 전자가 ETF를 AI로 운용하고 여러가지 펀드에 대한 조사를 AI가 담당한다면 후자는 좀 더 직접적인 서비스를 만들어 금융 및 투자사에 제공한다. 예컨대 거대언어모델(LLM)을 가지고 미국에 뜬 공시를 요약하고 번역하면서 증권사에 제공하는 식이다. 허 부대표는 “최근에는 솔루션 쪽 개발을 거의 마쳐, 국내 대형 운용사들에게 LLM기반 챗봇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챗봇이 활성화되면 상담사 없이도 24시간 라이브로 소통하면서 국내 ETF의 다양한 정보와 필요한 설명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허태형 크래프트 부대표./민서연 기자
허태형 크래프트 부대표./민서연 기자

크래프트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AI ETF들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QRFT와 AMOM, LQAI 세 가지로, QRFT같은 경우 미국 S&P500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500 ETF 트러스트(SPY) 대비 14% 이상의 누적 초과 수익률을 달성, 출시 이후 13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허 부대표는 “백 번의 설득보다 중요한 게 결과물 하나인 것 같다”며 “QRFT의 수익률을이 글로벌 금융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있고 이를 통해 투자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크래프트는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에서 투자를 받았으며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으로부터 약 1750억원의 투자금을 받으며 관심을 모았다.

특히 AI를 활용한 투자는 여러 금융사들이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던 분야지만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허 부대표는 큰 회사에서 만드는 데 어느정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대문에 핀테크 스타트업들과 협력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어느정도 성장한 조직이라면 정해진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놓아야하는데, 최근 AI산업은 너무 빠르게 발전하다보니 프로젝트가 끝날 때쯤에는 기존에 만들어놓은 모델이나 결과물이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은 매출도 일으키면서 수익도 내고 AI R&D까지 해야하는 건데,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며 “그래서 통상 R&D는 보조 방법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AI에 투자하고 있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같은 사업은 국내에서만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허 부대표는 설명했다. 국내 스타트업이기에 국내에서 파트너사를 만드는 게 가장 쉽지만, 국내 금융사들의 경우 안전성을 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서 시장에 없던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하는 데 다소 보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해외에는 국내보다 더 큰 규모의 다양한 금융사들이 있기에, 실패를 하더라도 해외 쪽에서 사업을 진행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크래프트는 2021년 1분기에 홍콩 지사를 설립하고 같은 4분기 미국 지사를 설립했으며 유럽과 중동 지역에도 해외 지사를 두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태형 크래프트 부대표./민서연 기자
허태형 크래프트 부대표./민서연 기자

홍콩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거점으로 설정하고 북미보다 먼저 설립한 데에 대해 전세계 금융 기관과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라는 점을 가장 먼저 꼽았다.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어 있어 크래프트가 목표로 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것. 이를 위해 홍콩 지사를 설립하며 홍콩 투자청의 도움을 받았다. 허 부대표는 “현재 협업 중인 여러 기업들의 본사나 지사 또한 상당수가 홍콩에 위치해 있어 좋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다”며 “법인 설립 과정과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한 네트워크 및 비즈니스 환경 조성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받아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허 부대표는 홍콩 사회는 사업에는 친화적이지만 현지 법률과 규제가 국내와 달라 법무 및 세무 전문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 현지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네트워킹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했다. 그는 “국내 금융 핀테크업쪽에서 LLM 챗봇 만들어 정보를 제공하고 하는 것들은 크래프트가 제일 잘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고객사들과 협력을 통해 시장을 이기는 ETF, 정확하고 투자에 도움이 되는 AI 챗봇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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