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선임 과정이 1년 7개월 만에 공식적으로 절차적 하자를 드러내며 한국 축구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KFA) 감사 중간 발표를 통해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사실상 무력화되었다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2월 24일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으나 이 과정에서 정몽규 KFA 회장이 최종 면접을 직접 진행하고 이사회에서의 선임 절차가 누락된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사회 선임 절차는 협회 정관에 따라 감독 선임을 주도하고 자문하는 기구로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그러나 문체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이러한 필수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
마이클 뮐러 전 위원장 체제의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해 1월 19일에 출범했지만 협회는 위원회가 구성되기 전부터 이미 후보군을 추리고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력강화위원회 구성원들이 위촉되기 1주일 전부터 61명의 후보군을 23명으로 압축하는 작업이 진행되었으며 이는 위원회의 역할을 무시한 것이다.
1차 회의에서 밀러 위원장이 감독 선임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위원들은 필수 정보를 공유하는 조건으로 이를 받아들였지만 이후 아무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2월 7일 후보자 5명의 화상 면접 결과를 보고 받고 1, 2순위 후보자는 직접 면접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2월 8일과 9일에 면접을 진행하고 클린스만 전 감독을 적임자로 선정했다.
문체부는 정 회장이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주도한 최종 면접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하며 관련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감사에서도 평가 내용을 파악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협회는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이사회 선임 절차가 누락된 점도 강조했다. 당시 KFA는 밀러 위원장이 여러 후보자를 상대로 면접을 진행했다는 주장을 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문체부의 판단이다.
이번 감사 결과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 이후 처음으로 절차적 하자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정몽규 회장과 KFA 측도 문체부의 감사 내용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문체부에 따르면 KFA는 정 회장이 면접을 통해 후보자를 따로 평가한 것이 아니라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고 주장했지만 그 과정에서 기록이 남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사회 선임 절차를 준수하지 못한 사실은 인정했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것은 인정했다”며 “당시 A매치 일정 때문에 바빴다는 실무자의 설명이 있었으나 그런 상황 논리로 정관에 명시된 이사회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정상적 조직의 지배구조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2022년 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경기를 마지막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었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4강 탈락의 결과를 맞이하며 경질되었다. 그는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앞세워 우승이 기대되었으나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패하며 실망감을 안겼다.
이러한 절차적 문제와 더불어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내부 갈등도 드러나며 클린스만 전 감독의 팀 관리 능력에도 의문을 남겼다. 그는 경질 직후 인터뷰에서 “어려운 시기에는 곁을 지켜줄 동맹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정 회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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