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년 전, 고대인들의 자취가 남은 남미 칠레의 지형문자가 무분별한 사막 레이싱으로 인해 계속 훼손되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칠레 아타카마 사막 보존 비영리단체 ‘아타카마 사막 재단’은 타라파카주(州) 알토바랑코스 고고학 단지 내 사막 지대에 있던 지형 문자들의 훼손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재단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사진을 보면 지형 문자들 위로 차량 바퀴 자국이 거미줄처럼 어지럽게 덮여 있다.
이 곳은 3000년 전 고대인들이 거주하던 곳으로, 원주민들이 동물과 인간, 사물을 묘사한 지형 문자가 남아있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땅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오프로드 레이싱이 공식으로 또는 불법으로 진행되면서 수천년간 그 자리를 지켜온 ‘사막의 역사책’이 훼손되고 있다.
고고학자이자 재단의 회장인 곤살로 피멘텔은 드론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공개하면서 “드론으로 지형 문자를 처음 봤을 때 믿을 수 없었다. 몇 가지 지형문자는 이제 거의 알아볼 수조차 없게 됐다. 최악은 이 피해가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라고 낙담했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 아타카마는 강한 햇볕과 혹독한 환경으로 유명하다. 칠레 당국이 인적이 드물던 이곳에서 오프로드, 버기, 오토바이 레이싱 경기 개최를 허가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참가자 가운데 일부는 경로를 알고도 일부러 이를 이탈하거나 허가 없이 차량을 몰기 시작했고 지형 문자 훼손이 더욱 심각해졌다.
마르셀라 세풀베다 칠레 고고학회장은 “고고학 단지 주변에 출입 금지 안내문이 설치돼 있으며, 이는 운전자가 자신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형 문자는 거대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는 보지 못했다고 우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단 등 사막 지형 문자를 보호하려던 이들이 당국에 불만을 수차례 제기하면서 2022년 당시 유적지를 훼손하는 이들의 사진을 신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재단과 지역 박물관의 계속된 신고로 결국 사법 당국은 유적지를 훼손한 이들에게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1만 4500달러 이상의 벌금을 물겠다고 밝혔다. 또한 현지 정부는 전문가들을 소집해 훼손되지 않고 남아있는 지형 보호에 적극 힘쓰겠다고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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