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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LOVE, 페어런츠①] 나만 몰랐던 우리 아이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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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처음이다. 그래서 서툴고 실수가 많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도,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도 그리고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우리 사회가 그렇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일상의 사소한 말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고 아동학대로까지 확대되는 사회를 만들어서는 안된다. ‘아이 LOVE, 페어런츠’, 아이를 사랑하고, 부모를 사랑하고, 아이와 부모가 사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시작해야 할 첫걸음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성남에 사는 정지훈(남/40대, 가명) 독자님이 보내주신 그림. 정지훈 님은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외출했을 때 “너 나중에 집에가서 보자”라는 소리를 들으면 너무 공포스러웠다고 한다. ‘아동학대’라는 단어를 들으면 그 당시 느낌이 떠오른다고.  / 그림=정지훈
성남에 사는 정지훈(남/40대, 가명) 독자님이 보내주신 그림. 정지훈 님은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외출했을 때 “너 나중에 집에가서 보자”라는 소리를 들으면 너무 공포스러웠다고 한다. ‘아동학대’라는 단어를 들으면 그 당시 느낌이 떠오른다고.  / 그림=정지훈

시사위크=김두완·권정두·연미선 기자  2022년 아동학대 신고접수는 4만4,531건이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12분마다 1건씩 접수되는 꼴이다. 이 중 약 63%가 아동학대로 판단돼 법적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아동권리보장원은 “넓은 범위에서 아동학대의 개념을 해석하면, 사법기관에서 결정한 학대 개념과 상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동의 복지 등을 훼손하는 측면에서 보면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학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 일상에서 무심코 했던 사소한 말과 행동들이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아동학대로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일반인들은 아동학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을까.

◇ 설문 기준, 부모 10명 중 6명 아동학대 우려

‘시사위크’는 아동학대 예방과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문조사를 기획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약 한 달간 온라인 설문 형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300명의 응답이 취합됐다. 응답자의 성 비율은 여성 70% 남성 30%다.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다양한 연령이 설문에 참여했고, 18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응답자 비율은 58.6%였다.

설문 구성은 이렇다. △아동학대 경험 유무 △부모의 양육기술 현황 △일상에서 주로 사용하거나 들어본 말상처 현황 등을 조사했다. 말상처는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제작한 ‘말상처북 100가지’와 각종 연구 문헌, 전문가 의견 등을 취합해 50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설문의 전체적인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아동학대의 경험과 관련된 질문을 ‘자녀가 있는 응답자’와 ‘자녀가 없는 응답자’로 구분해 진행했다. 질문과 함께 아동학대는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 등 4가지로 분류됨을 명시했다.

시사위크가 일반인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녀가 있는 응답자의 62.9%는 자신이 자녀에게 하는 말과 행동 등이 아동학대에 해당된다고 응답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시사위크가 일반인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녀가 있는 응답자의 62.9%는 자신이 자녀에게 하는 말과 행동 등이 아동학대에 해당된다고 응답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자녀가 있는 응답자의 62.9%는 자신이 자녀에게 하는 말과 행동 등이 아동학대에 해당된다고 응답했다. 이와 비교해 자녀가 없는 응답자에게는 성장기에 아동학대를 받았다고 느껴본 적이 있는지 물었고, 33.3%가 ‘예’라고 답했다.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고민하거나 우려하는 인식 비율이 높았고, 자녀가 없는 응답자는 성장기에 아동학대를 받았다고 인식한 비율이 낮았다. 개연성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두 가지 응답의 공통점은 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는 비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부모의 양육기술과 관련한 질문을 했다. △아이를 훈육한다는 명목하에 신체적 체벌한 경우 △장시간 아이에게 혼자 유튜브 등을 시청하게 두고 다른 일을 한 경우 △일명 셰어런팅(아이의 프라이버시를 SNS에 공유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아이가 울고 있는 것이 귀여워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한 경우 등으로 구성했다.

신체적 체벌에 ‘예’라고 응답한 비율은 44.3%, 유튜브 시청 방임에 ‘예’ 응답은 57.9%, 울고 있는 아이가 귀여워 사진을 찍어 SNS 공유했다고 한 응답은 17.1%였다. 이는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일상에서 쉽게 하고 있는 행위들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양육과정에서 행해지는 자연스러운 행동이지만 아이의 복지 측면에서는 다를 수 있다.

특히 아이와 충분한 소통 없이 이런 행위들이 반복되고 강요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컨대 △훈육이란 명목으로 신체적 체벌을 지속적으로 가한다면 신체적 아동학대 △부모가 자신의 일을 위해 아이를 혼자 방치한다면 방임적 아동학대 △자신의 SNS를 위해 아이의 상황과 의사를 고려하지 않는 셰어런팅은 정서적 아동학대로 확대될 수 있다.

대전에 사는 김민희(여 40대, 가명) 독자님은 집안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 그림=김민희
대전에 사는 김민희(여 40대, 가명) 독자님은 집안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 그림=김민희

끝으로 일상에서 주로 사용하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지를 묻는 말상처 50가지 유형에 대한 질문에 90.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예’라고 답한 응답자는 1인당 평균 8가지 이상의 말상처 유형에 체크를 했다. 이는 일상에서 아동들이 너무도 쉽게 말상처에 노출될 수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상처가 되는 말을 했다고 해서 아동학대라 단정할 수 없지만 아동학대로 발전될 수 있음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아동학대 사후 개입보다 예방이 효과적

아동학대는 폭력만이 전부가 아니다. 신체적, 정신적, 성적 가해를 비롯해 방임, 유기에 이르기까지 아동학대는 아주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때문에 학계의 많은 연구결과는 아동학대 문제를 사후 개입보다 예방적 차원의 접근이 더욱 효과적이라 말하고 있다.

기존 선행 연구들은 부모의 양육태도가 적대적, 통제적일수록 아동학대가 발생한다고 봤다. 이런 결과를 고려해 최근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아동학대와 관련해 예방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동학대 예방교육은 아동학대의 민감성을 높이고 아동학대의 잠재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아동학대 예방교육이 부모의 긍정정서 반응, 양육 스트레스, 아동학대 잠재성에 미치는 영향: 무작위 대조군 사전·사후 연구, 2024.)

‘시사위크’가 진행한 설문에서도 “아이를 낳고 키우기 전, 올바른 양육을 위한 ‘부모교육(언어,행동지침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97.9%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거의 모든 응답자가 사전 교육에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대전에 사는 김민희(여 40대, 가명) 독자님은
대전에 사는 김민희(여 40대, 가명) 독자님은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일상에서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상처주는 말을 많이 하는 거 같다”며 속상함을 내비쳤다. / 그림=김민희

이미 이런 의견을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캠페인들이 다수 운영중이기도 하다. ‘긍정양육 129원칙’도 그중 하나다. 이는 보건복지부, 아동권리보장원, 국제아동인권센터,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아동을 존중하고 긍정양육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한 원칙이다. 이 원칙은 자녀를 존중받아야 할 독립된 인격체로 보면서 이해와 믿음을 통해 긍정약육을 실천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한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고우현 선임매니저는 “세이브더칠드런에서는 아동에 대한 이해와 양육기술 등을 안내하는 ‘긍정적으로 아이 키우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부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 많지만 부모들이 생계 등을 이유로 접근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손근형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아이를 키우는 일은 부모에게 엄청난 희생이 요구되며, 많은 시간, 노력, 경제적인 투자까지 필요하다”며, “이런 상황을 우리 사회가 충분히 공감하고 인식해 나누려는 노력 즉, 정책적 제도적 노력과 함께 아동학대 등과 같은 인식 제고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동복지단체 한 관계자는 “실제 범죄행위보다 실생활에서 너무 쉽게, 아무렇지 않게 쓰이고 있는 말과 행동들이 더 큰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며, “결국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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