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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열의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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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열 열사 동상. 사진=창원시 제공
▲ 김주열 열사 동상. 사진=창원시 제공

김주열 열사 입상(立像)은 마산 도심을 바라본다. 이렇다 할 표정은 없다. 슬픔도 의기로움도 묻어나지 않는다. 등 뒤로는 바다의 잔잔히 물결이 일렁인다. 마산 중앙부두다. 눈에 최루탄이 박힌 시신으로 떠올랐던 그곳. 표지석에는 ‘김주열 열사 이 바다에 민주의 횃불로 떠 오르다’ 쓰여있다.  

1960년 4월11일 김주열의 시신을 본 마산 시민들은 일제히 궐기했다. 오후 6시경 거리에 시민 3만 명이 모였다. 시위에는 수많은 어머니들도 가담했다. “죽은 내 자식을 내놓아라”라고 소리 쳤다. 이승만 대통령은 시민들을 용공분자로 몰았다. 담화문에서는 다급함이 묻어났다. 4월13일 그는 ‘이 난동에는 뒤에 공산당이 있다는 혐의가 있어서 지금 조사 중’이라고 했다. 15일에는 ‘공산당’이라는 단어만 아홉 번을 썼다. 

마산 부둣가는 긴 세월 음습했다. 2021년이 돼서야 새단장했다. ‘3·15해양누리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에게 개방했다. 총연장 2.3㎞ 규모의 수변공원은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에서 끝이 난다. 아침에 조깅을 하는 시민도, 오후에 반려견과 산책하는 시민도, 저녁에 유유히 길을 거니는 시민도 김주열 열사 동상을 지난다. 민주화 역사가 마산 시민 일상으로 들어왔다.

▲ 2023년 4월11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김주열 열사 시신인양지에 추모 조화가 놓여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제63주년 4·11 민주항쟁 기념 및 김주열 열사 추모식’이 거행됐다. ⓒ연합뉴스
▲ 2023년 4월11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김주열 열사 시신인양지에 추모 조화가 놓여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제63주년 4·11 민주항쟁 기념 및 김주열 열사 추모식’이 거행됐다. ⓒ연합뉴스

열사 동상 인근에 기념비적인 공간이 생긴다. 2019년부터 추진한 ‘민주주의전당’이다. 지상 3층 전체 면적 7894㎡ 규모다. 공정률 94%로 외관 공사는 마쳤다고 한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에 맞섰던 시민들의 역사를 기록·조명하고,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취지로 전시실·수장고·도서관·다목적 강당 등을 갖췄다.

창원시가 최근 민주주의전당의 공식 명칭을 정한다며 그 후보군에 ‘자유민주주의전당’을 올렸다. 지역에선 으레 ‘민주주의전당’으로 불렸는데, 개관을 목전에 두고 ‘자유민주주의’가 불현 듯 끼어든 것이다. 수도권 언론에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지역에서는 ‘졸속으로 명칭을 결정하려는 행태’(경남도민일보)라거나 ‘역사 논쟁이 예고된다’(KBS 창원)는 보도가 나왔다.

창원시는 시민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8월달에 마산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건물 명칭을 ‘자유민주주의전당’으로 하자는 시민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창원시는 앞서 공청회 개최를 예고하는 보도자료에서 ‘공간 활용, 관리·운영 방안에 대해’ 시민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썼다. 실제로 공청회는 공간 활용과 관리·운영 방안 발표, 전문가 토론, 시민 의견 청취 순으로 진행됐다. 공청회 취지에서 벗어난 제안을 수용했다는 것이 창원시의 해명인 것이다.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반북·반공을 내포하는 의미로 쓰여 왔다. 그 시초는 이승만 정권이다. 반공 이데올로기를 견지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를 사수할 수 있다는 메커니즘은 한국전쟁을 거치며 독재를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그것은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동아일보는 1960년 4월16일 사설에서 부정선거에 항거하는 시민들을 폭압하는 이승만 정권을 맹렬하게 비판했다.

“이 사건을 적색으로 꾸미기 위해 무고한 시민을 대량구속하여 빨갱이로 몰기 위해 악독한 고문을 가했었는데 이것이 바로 제2마산사건을 일으키게한 근인이라고 한다면, 진짜 적색분자를 잡아내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시민을 빨갱이로 몰려는 정책의 도습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가히 알 수 있을 것이다.”

▲ 찢겨진 자유당 정부통령 선거벽보. 사진=3·15의거기념사업회(기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 찢겨진 자유당 정부통령 선거벽보. 사진=3·15의거기념사업회(기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자유민주주의전당’ 명칭 소동을 보며 김주열 동상을 떠올린다. 의중을 알 수 없는 그 무표정함, 감정의 여백이다. 비움으로써 상상을 부른다. 열사의 시선으로 작금의 상황들을 곱씹어 본다. 민주화의 화신인 그가 오늘날 마산의 광경을 목도한다면 어떨까. 무슨 표정을 지을까. 

창원시는 9월20일 시정조정위원회의를 열어 공식 명칭을 ‘한국민주주의전당’으로 결정했다. 이로써 명칭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작은 불씨는 살아있다. 창원시는 ‘한국민주주의전당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창원시의회가 조례안을 심의하는 절차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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