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됐지만 여전히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KT그룹의 현실은 인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현 정부 출범 이후 KT의 임원과 그룹 사외이사를 조사한 결과 정치권 출신뿐 아니라 검찰, 충암고 출신들도 임명됐다.
검찰 출신, KT요직·계열사 사외이사에 임명
미디어오늘이 지난달 30일 기준 KT본사 주요 인사와 그룹 사외이사 등을 조사한 결과 검찰 출신만 6명이 확인됐다.
김후곤 KT 컴플라이언스위원장은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지냈다. 그는 2022년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 국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낸 인물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 방통위원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이기도 하다. 현재 연합뉴스 수용자권익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용복 KT 법무실장은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보를 지냈다. 추의정 감사실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이다. 허태원 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은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이다.
계열사 사외이사 가운데는 검사장 출신의 오인서 케이뱅크 사외이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다. KTIS 박두순 사외이사는 수원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출신이다.
尹대선캠프 출신에 보수정부 ‘올드보이’ 귀환
정부와 정치권 출신 인사들도 많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거나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 출신, 현재 대통령직속기구 소속 인사들이 대거 KT그룹에 등용됐다. 최영범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 출신이다. 박순애 BC카드 사외이사는 윤석열 정부 교육부 장관을 맡은 인사다. 이들은 현 정부에서 요직을 맡은 직후 KT그룹 사외이사가 됐다.
최양희 KT 사외이사는 박근혜 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출신으로 현재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다. 의장은 대통령이다. 윤종수 KT 사외이사는 이명박 정부 환경부 차관 출신으로 현재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을 맡고 있다. 이들은 이전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고, 현 정부에 다시 기용된 상황에서 KT 사외이사로 임명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인혁 KT알파 사외이사는 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이기도 하다. 임현규 KT 부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홍보단장을 맡았으며, 2013년 KT에서 부사장을 역임한 후 지난해 12월 재기용됐다.
캠프·정치권 출신 인사들도 있다. 최차규 KTSAT 사외이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공군참모총장을 역임했고 윤석열 후보 대선캠프에서 북핵대응특보를 맡았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조선영상비전 대표를 역임한 임현찬 나스미디어 사외이사는 윤석열 후보 대선캠프 홍보특보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방송정보통신 비서관 출신인 김대희 KT스카이라이프 사외이사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선언을 했던 인사다. 차인혁 KT알파 사외이사와 마찬가지로 충암고 출신인 윤정식 KT텔레캅 사외이사는 2020년 미래한국당 비례대표에 공천 신청한 전력이 있다.
‘주인 없는’ KT의 비극
KT의 낙하산 인사 문제는 이명박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석채 회장 체제 주요 보직에 낙하산 인사를 대거 기용해 논란이 됐다. 황창규 회장은 낙하산 인사 근절을 선언했지만 정권 교체 국면에서 ‘방탄’용 사외이사 선임이 시작됐다. 이후 정부에서도 ‘낙하산’ 관행은 근절되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 들어 정치권 출신 인사뿐 아니라 검찰 출신 인사들까지 대거 기용하고 있다.
KT는 민영화를 거쳐 민영 기업이 됐지만 여전히 정부의 눈치를 보거나 정부에 ‘줄대기’를 위한 인사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최근 검사 출신 인사들의 기용에는 ‘줄대기’를 하려는 의도와 함께 KT에서 오랜 기간 요직을 맡은 이전 경영진에 대한 사법리스크에 대응하려는 측면이라는 분석도 있다. 자의든 타의든 ‘공익’과는 거리가 먼 인사인 것이다.
김미영 KT새노조 위원장은 “KT는 ‘주인 없는 회사’로 불려 왔다. 국민·주주·종사자 등 다양한 이들이 KT의 주인이지만, 그동안 주인을 주인답게 대접하지 않았다”며 “경영진 입장에선 정치권에 줄을 대야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역시 문제가 있다. KT가 정치권이 요구하면 자리를 내놓는 약체가 돼 버렸다”고 했다. 김미영 위원장은 “KT가 범죄 집단도 아닌데 검사 출신들이 기용되는 것도 의문이고, 이명박 정부 당시 부사장을 역임한 이(임현규 부사장)가 다시 기용되는 일도 있다.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소리 전국언론노동조합 스카이라이프지부장은 “KT는 국민 세금으로 성장한 통신사업자인데, 현재 현 정부와 관련된 인사들이 대거 등용하면서 공정성이 파괴되고 있다”며 “특히 계열사 대표와 이사회를 정부 코드에 맞춘 인사들로 채우면서 공정성뿐만 아니라 전문성까지 훼손시키고 있다. 정치적 외풍을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는 KT그룹 계열사들은 낙하산 인사와 CEO 리스크로 인한 경영 불안에 몸살을 앓아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철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은 “선거에서 이기면 KT를 전리품으로 보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지난 정부에서도 그런 관행이 없었다고 말하기 힘들다”며 “정치권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외이사가 많은데, 이런 인사가 KT의 미래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 출신의 KT그룹 사외이사 선임에 관해 “검사 출신 인사들이 KT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거나 전문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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