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수장으로서는 역대 처음으로 기획재정부에 직접 방문한 이창용 한은 총재가 “두 기관이 거시 정책을 하는 양축으로서 정책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3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재부를 방문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지난 2월 최 부총리가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을 찾은 데 대한 답방 성격의 방문으로, 한은 총재가 기재부를 직접 방문한 것은 역대 처음 있는 일이다.
두 수장은 과거와 달리 통화·정책당국의 공조가 중요해진 시대라며 이날 만남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 총재는 “과거엔 한은과 기재부 간 교류가 적었지만, 현재 경제 상황은 정책 공조가 필요한 시대”라며 “일례로 한은의 역할이 물가 안정인데,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300bp(1bp=0.01%p)만 기준금리를 올려서 (물가 상승률) 2%를 안정적으로 달성한 뒤에는 기재부의 노력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다음 달 11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통화정책 전환이 이뤄질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이 총재는 이와 관련해선 언급을 꺼렸다. 그는 정부 정책에 의해 집값 상승세가 주춤했다는 반응과 이에 따른 10월 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한 평가를 요구하는 질문에 “현재 일어나는 정부 정책의 효과에 대한 판단은 금통위원들과 상의를 못했다”며 “(직접적인) 코멘트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날 두 수장이 만난 것은 ‘한국경제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기: 지속 가능 경제를 위한 구조 개혁’이란 주제로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이 총재는 “과거에는 어떻게 공급을 늘릴 수 있느냐가 큰 프레임워크(framework·기본 구조)였다면, 지금은 민간 구조로 수요가 움직이는데 정부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민간이 뛰는 데 방해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최근 강남 3구 출신 서울대 진학 비율이 높은 점에 주목해 과열된 대학교 입시 경쟁 해법 등을 다룬 다소 파격적인 보고서를 연이어 내놓은 것과 관련해 이 총재는 “한은의 최근 보고서가 여러 오해를 낳아서 가슴 아프다”며 “이런 사회가 지속되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 보자, 뭔가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 전문 기관도 아닌 한은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한 보고서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교육 전문가들이 저희보다 더 좋은 방법으로 이런 문제를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 부총리도 “과거 한은 조사국이 보고서를 통해 많은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듯이, 우수 인재들이 해법을 정리하는 것은 한은 입장에선 너무나 당연한 책무”라며 “어떻게 보면 ‘시끄러운 한은’이라고 볼 수 있는데, 사회에서 공론화할 수 있는 의제들을 띄워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날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함께 청사를 둘러본 뒤, 구조 개혁과 관련해 논의하는 ‘타운홀 미팅’을 1시간여가량 개최한다. 이 행사에는 기재부·한은 직원 100명이 함께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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