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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의 핵심 잠수함 전력인 손원일급 잠수함의 부품 불량 문제로 시작된 정부와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사 간 중재판정에서 최종적으로 정부가 승리해 배상 받게 됐다. 손원일급 잠수함은 현재 9대가 운용되고 있는데 향후 벌어질 수 있는 분쟁에서도 정부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최종 건조한 잠수함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은 것이 결국 외국 부품 탓이라는 결론으로 향후 수십조원 규모 글로벌 잠수함 사업에도 유리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9일 법조계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손원일급 1번함(손원일함)에 들어가는 추진전동기를 공급한 TKMS가 중재절차의 중대한 절차 위반 및 불공정 등을 이유로 국제 중재 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한 데 대해 국제중재 재판부는 “중재절차에 문제가 있거나 불공정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최근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방사청은 늦어도 다음 달께 수리비 약 136억 8000만 원에 대해 납입고지를 해 채권을 회수할 방침이다.
2000년부터 시작된 장보고-Ⅱ(KSS-Ⅱ) 사업으로 우리 군은 214급(1800t) 잠수함 9척을 운용하고 있다. 1번함을 건조한 HD현대중공업은 2007년 12월 해군에 최종 인도했는데 2011년께 잠수함에서 이상 소음이 발생하며 작전에 큰 차질을 빚었다. 잠수함은 작전 특성상 소음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데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당시 부품의 문제인지, 승조원이 잘못 운용했는지, 최종 조립사인 HD현대중공업의 문제인지가 논란이었다.
이에 추진전동기를 최종 공급한 독일의 TKMS와 방사청 간 국제 분쟁 소송이 시작됐다. 최초 계약과 관련해 발생하는 문제는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규칙에 의해 해결하기로 약정했다. 2021년 9월 국재중재판정부는 TKMS 부품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136억 8000만 원 및 이자를 정부에 지급하라고 했다. 하지만 TKMS는 중재에 절차 위반과 불공정 요소가 있다며 중재판정 취소의 소를 냈고 최근 ‘이유없음’으로 기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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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9척 운용되는 214급 잠수함에서는 모두 TKMS의 추진전동기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최종 승소로 앞으로 214급 잠수함에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가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중재 전문 변호사는 “TKMS가 인도한 제품에 하자가 있다고 최종 인정한 것이 큰 의의”라고 말했다.
현재 214급 잠수함 9척 모두 유사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해군이 당시 국회의원이던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에게 제출한 ‘214급 잠수함 부품결함 사례’에 따르면 9척 모두 인버터모듈(전원변환장치)에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장치는 잠수함 프로펠러를 회전시키는 추진전동기의 핵심 부품이다. 관련 고장 등으로 정지함(손원일급 2번함)과 안중근함(3번함)은 2019년과 2021년 고장이 나 작전에 투입되지 못하거나 육지로 예인되는 일도 있었다. 다만 현재까지 방사청은 1번함 외 다른 함정에서 국제 분쟁 소송이 있지는 않다고 했다.
우리 군 운용이나 국내 최종 조립사의 문제가 아니라는 최종 결과로 향후 수십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잠수함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캐나다정부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우리 조선소와 일본 및 유럽업체에게 잠수함 건조 사업을 위한 정보공개요청서(RFI)를 발송했다. 캐나다 정부는 3000톤급 디젤 잠수함을 최대 12척 발주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70조원이 들어가는 거대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이번 기회에 함정 부품 국산화에도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함정 부품 국산화 연구개발(R&D)비를 늘려서 주요 부품에 대한 해외 기술종속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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