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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구조개혁 상공사례로 꼽히는 독일철도(DB)가 위기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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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철도는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1990년대부터 진행된 이른바 철도구조개혁의 성공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유럽 내에서 독일철도의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인력의 축소도 없었고, 만성적인 부채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최근 독일의 철도에 대해 유쾌하지만은 않은 뉴스들이 들린다. DB의 만성화된 지연 운행, 화물부문에서 항상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DB-Shchenker의 매각. 통상적인 철도 관련 이슈와 더불어 이런 문제들에 대한 점검을 위해 독일을 방문했다.

파리 동역에서 베를린 중앙역까지 우리 일행을 실은 독일의 고속열차 ICE는 밤새 달렸다. 프랑스 SNCF와 독일의 DB가 양국 간 통행열차를 공동으로 운행한다.

‘개방과 경쟁’이 EU 철도시장의 통합 목적인데, 심지어 유럽 2대 철도운영사들이 개방 속에서 경쟁이 아니라 협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의아했던 점은 파리에서 직선 거리로 약 350km에 달하는 두 나라의 국경까지는 약 3시간 만에 도착했는데, 이후 독일 영토 내에서는 약 600km에 달하는 거리를 8시간이 넘게 걸렸다. 아무리 야간이라고 하더라도 표정속도가 100km가 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일지 여전히 궁금하다.

떨어진 정시성, 투자 부족이 원인

베를린에 도착해 독일의 철도교통노조인 EVG 관계자, DB 지주회사 정책담당자들을 만나 가장 먼저 대화를 나눈 주제는 최근 독일 철도의 정시성이 떨어지는 원인이 무엇인가였다. 통계에 따르면 독일 철도의 정시성은 최근 63%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EVG노조는 정시성 하락의 원인을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투자의 부족을 꼽았는데, 그 직접적인 책임은 연방정부에 있다고 했다. 철도는 전체적인 망체계를 기반으로 이를 합리화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이른바 철도 구조개혁 이후 이러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DB는 시설투자회사(DB Infrago)와 운영회사가 하나의 지주회사 체제 하에 있다는 점에서 DB의 자체 문제가 아닌가 하는 질문이 있었지만, DB 시설투자회사는 국가의 투자계획에 기반하여 이를 실천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국가 투자계획이 없으면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오후 DB경영진 측과의 토론과 이튿날 독일 연방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궁극적으로 철도에 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투자 규모가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고(아래 표 참조), 더 나아가 기술과 경험을 가진 인적자원의 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현재의 정시성 하락 같은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대답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연방정부의 재정준칙 때문에 특정 사업에 대한 정부 투자를 단기에 급격히 늘릴 수 없다보니 지속적인 악순환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연방의회 교통위원들은 그나마 최근에 결정된 철도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자랑스러워했다.

이에 따라 DB는 2031년까지 총 4,000km에 달하는 주요 노선 41개를 현대화하고 1,800개의 기차역을 개량할 계획이다. 연방정부로부터 270억 유로를 제공받아 2027년까지 인프라 관련 지연을 20% 줄이고, 장거리의 정시성을 75~80%로 증가시키기 위한 철도네트워크 전체에 걸친 확장 및 신규 건설, 디지털화를 진행하기로 했다. 총 1,500km의 노선을 정비하고, 200개의 신호박스를 교체하고 매년 100개의 역을 현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2030년까지 추가로 300억 유로를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다.

절반의 상하분리, 제한된 경쟁

토론 주제는 자연스럽게 철도의 운영과 시설의 분리, 즉 상하분리 문제로 이어졌다. 하나의 지주회사에 운영회사와 시설회사가 속해 있는 독일식 철도지배구조가 프랑스, 이태리까지 확산되었는데, 과연 이런 거버넌스 구조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DB지주회사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하나의 지주회사에 속해 있지만, 운영회사와 시설회사 간에는 철저하게 정보의 통제가 이뤄지고 있으며, 운영회사 내에서도 광역철도, 지역 간 철도, 화물회사는 서로 간 정보의 소통이 제한된다. 시설과 운영회사가 하나의 지주회사 아래 통합그룹으로 묶여있으면서도 이를 통해 상하분리와 같은 효과를 도모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시설회사는 경쟁하는 운영회사 간의 Open access를 보장하기 위해 매년 시설물 제공 규칙을 발간하면서 참여하는 운영회사들의 의견을 끊임없이 수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쟁의 형태는 지역 간(또는 장거리)여객수송, 광역교통, 화물 사이에 편차가 있다. 특히 Open Access를 기반으로 하는 장거리 여객수송은 현실적으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대부분의 장거리 시장은 DB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극히 일부 구간에 Flixs버스라는 영세업체가 들어와 있는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각국의 기존 국영철도들이 상호 시장에 진입하여 경쟁하는 것처럼 보고 있으나, 이는 국제여객수송노선에서 외관상으로 보이는 것이지, 아직까지는 이를 실질적인 경쟁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보다 실질적으로 경쟁을 하고 있는 시장은 franchise bidding을 통해 특정 노선 운영권을 일정 기간 민간기업에게 이양해주는 방식인 광역철도시장이다. 이 시장은 현재 DB가 아닌 운영기업이 약 40% 정도의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독일에서 이 시장은 모두 연방정부가 아니라 지역의 주 정부에게 완전히 권한이 이양되었는데, 이는 1991년 독일이 통일된 이후 이전까지 두 개로 분리되었던 철도기관의 통합과 동독지역 시설 투자 등으로 재정이 부족했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광역 및 도시 철도를 연방 주정부로 이양한 것에서 비롯된다. 이후 ‘개방과 경쟁’이라는 철도구조개혁 과정에서 주 정부들은 연방정부의 충분한 재정지원을 조건으로 이들 시장에 경쟁을 허용했다.

하지만, 전체 운영예산의 2/3 정도를 주정부로부터 지원 받을 수 있는 민간운영기업들은 노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현실에 맞지 않는 운임과 계획을 바탕으로 운영했으나, 이후 운영과정에서 누적적자 등 심각한 재무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주 정부와 노선 운영회사 간의 상이한 운영계약으로 인한 망 전체의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DB노조와 경영진 사이에서 동시에 제기되는 문제점들이었다.

나락에 빠진 화물철도시장

독일을 포함해서 유럽의 대부분의 화물철도시장은 심각한 적자에 직면에 있다는 것이 토론에 참여한 관계자들의 솔직한 표현이었다. DB Cargo도 오랜 기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독일 철도는 전체 화물수송의 19%를 차지하고 있고, 이 중 DB Cargo가 41%, 나머지는 민간철도 운송회사가 담당하고 있다. DB Cargo가 적자를 빚음에도 불구하고 민간 철도회사들이 철도화물시장에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모든 관계자들이 ‘Cherry Picking’을 그 이유로 들었다. DB Cargo는 그 성격 상 전국의 모든 노선에 대해 소화물운송 등의 방식으로 운행을 할 수밖에 없는 반면, 대부분 특정 노선에 특화하여 운영을 하는 민간 철도화물회사는 이른바 train-load와 같은 대형화물만을 수송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승객과 화물을 혼재하는 차량구성을 통해 비용절감과 더불어 수입극대화를 도모하고 있다. 더구나 화물수송수요는 유럽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기업들은 국지적으로 이런 틈새시장을 찾아 이윤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를 이용하는 화물운송사업은 유럽 전체적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 결과, EU 전체적으로 화물철도에 대한 보조금의 확대를 허용하는 방안을 현재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

철도시장 구조개혁에 숨겨진 의미

이렇게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은 개방과 경쟁을 유럽은 왜 고집할까? EVG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경제 전문가의 사견을 전제로 한 대답은 제법 큰 울림이 있었다.

첫째, 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모토를 강조함으로써 현실에 있는 다른 문제들을 은폐할 수 있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 경쟁력 제고라는 정책은 비단 철도뿐만 아니라 자동차, 항공 등의 산업에도 적용되고 있고, 또 다르게 기능하고 있을 수도 있다. 각 산업 분야에서 정치적 이해가 작용한다는 얘기다.

둘째, 결국은 자본의 이해에 충실하고 노동자의 임금비용을 줄이는 프로세스다. 현재 심각한 적자를 빚고 있는 화물수송도 비용 절감을 통해 흑자로 반전할 수 있는데 해법은 바로 노동자 임금이다. 적자로 산업이 망하게 생겼다는 위기의식은 어떤 다른 정책 수단도 정당화한다.

셋째, 광역철도의 경우 비록 중앙정부가 많은 돈을 제공하면서 주 정부가 맡게 되었지만, 끝내는 연방정부의 법적 부담이 줄어들었고, 점차적으로는 재정적 부담도 축소될 것이다. 정부 차원의 이해관계에도 일련의 흐름이 존재하는 것이다.

▲독일 연방의회 교통위원회 의원들과 간담회 ⓒ철도노조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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