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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소설] 그림자와 칼 <7> – 정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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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가 소설을 연재합니다. 작가의 단편소설을 매일 오전 업로드합니다. 독자님들께서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브런치가 있는 카페에서 깊이와 재미를 더한 단편소설을 즐기며 하루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처음 소개하는 작품은 정찬주 작가의 ‘그림자와 칼’입니다. 소설은 어느 날 사람들의 그림자가 사라진다는 충격적인 상상으로부터 시작됩니다.[편집자]


남무는 술집을 나왔다. 남무의 얼굴에 뜨거운 햇살이 한꺼번에 꽂혀 왔다. 술기운과 겹쳐져 얼굴이며 목덜미가 화끈거렸다. 약간의 현기증까지 일게 하였다.

남무는 ‘아!’하는 소리와 더불어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제, 그 패도공을 만나기만 하면 돼.”

남무는 새삼 여행용 가방 속에 든 물건들을 생각했다. 가방에는 그녀의 속옷과 세면도구들이 들어 있었다.

“지금쯤 그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몸을 만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남무와 함께 가는 긴 여행을 위해서. 또는 여행을 한다는 설렘 때문에 가슴이 부풀어 있을 수도 있었다. 물론 남무와 그런 약속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남무는 이 세상의 신비를 믿었다. 불가사의를 믿고 싶었다.

“그녀는 그림자가 있으므로 해서 괴로워하고 있었어. 결국 그녀는 내 뜻을 이해하고 말 거야.”

남무는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이글거리는 불볕에 대항이라도 하듯 휘적휘적 나아갔다.

사람들은 서둘러 걷고 있는 남무가 이상스런 모양이었다. 구각의 달팽이처럼 건물 속에서 흘끔흘끔 쳐다보았다. 남무는 땀을 닦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쏟아지고 있는 햇살과 지열 때문에 자꾸만 정신이 몽롱했다.

나는 왜 이처럼 떳떳한가. 내 자신에게 너무나도 충실하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 남무는 며칠 전 꾼 꿈을 생각했다. 그리고 흐뭇한 기분에 빠졌다. 그녀가 보내준 암호를 해독하고 있는 것처럼…그래, 그랬었지. 난 그녀를 만난 뒤부터 희망을 가질 수 있었어. 어쩌면 그녀는 그녀의 그림자를 나에게 선사할지도 몰라. 그녀의 그림자를 떼어낼 수 있다면…

남무는 시간이 생기는 대로 거의 두 달 간이나 그녀 집 부근을 찾아가 서성거렸다. 그녀를 만나는 데는 그때마다 실패를 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의 이상한 버릇이 남무를 위로해 주었다. 그녀는 늘상 라디오를 켜놓고서 집을 비우곤 하였다. 라디오 소리는 너무 작아 출입문에 귀를 바짝 붙여도 웅얼웅얼 들릴 듯 말 듯하였지만…남무는 차라리 그렇게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좋았다. 남무는 그 소리를 그녀가 보내주는 암호인 듯 여겼다.


참으로 이상한 꿈이었다. 식구들이 늦잠을 자고 있었다. 늦잠이 아니라 잠으로부터 깨어나지 못했다. 남무는 가스가 새어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을 했지만 식구들의 손목은 따뜻했고, 맥박 또한 분명하게 뛰고 있었다. 늦잠은 식구들만이 자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웃집은 물론, 그 이웃집까지 모든 사람들이 잠에 빠져 있었다. 주위는 어찌나 고요한지 마당에 서 있는 수도꼭지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엄청나게 큰 소리로 들려왔다.

남무는 놀라움으로 견딜 수 없었다. 길거리는 텅텅 비어 그 누구도 만나볼 수 없었다. 까마귀처럼 생긴 검은 새들이 몇 마리나 길바닥에 그대로 잠들어 있을 뿐이었다. 남무는 엉겁결에 새 한 마리를 호주머니에 넣고서 뛰기 시작했다. 제자리에 머무는 것 같았지만 땀을 뺄뻘 흘리며 끝없이 뛰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갑자기 옆구리가 가려워졌다. 호주머니 속에서 잠들었던 새가 깨어나 날갯짓을 했다. 바로 그 순간, 온 세상이 밤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늘에는 어느새 작은 별들이 몇 개 돋아나 남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비로소 영영 기울지 않을 것 같던 해가 져버린 것이었다.

조이뉴스24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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