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이 신규 이사진 확대 여부를 결정할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를 확정지으면서 경영권 싸움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시주총을 통해 최대주주 3인 연합의 요구대로 정관 변경과 신규이사 선임이 결정되면 모녀 측이 주도권을 되찾게 되지만 일각에서는 특별결의 안건인 정관변경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미약품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27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한미사이언스 본사에서 임시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날 임시이사회에서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에 대한 결의와 기준일 설정 등이 논의됐고 안건 모두 가결됐다.
세부적인 안건으로는 이사회 구성원 확대 등이 담긴 정관 변경 건을 비롯해 이사 2인 선임 건 등이다. 추가적으로 사측에서 제안한 감액배당 안건도 가결돼 임시주총에 상정될 예정이다.
앞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한미 오너 일가 송영숙·임주현 모녀로 이뤄진 최대주주 3인 연합은 9월 중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개최를 요구했으나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회장이 실권을 잡고 있는 이사회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며 주총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3인 연합이 법원에 주총 강행을 위한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을 진행하면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임시주총 논의를 본격 시작하게 됐다.
3인 연합은 기존 10명 이내로 정하고 있는 이사회 구성원 수를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 건과, 이에 따른 이사 2인 추가 선임에 대한 안건을 이번 주총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3인 연합이 추가 선임을 요청한 이사 2인은 신동국 회장(기타비상무이사)과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사내이사)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정관상 이사회 정원은 최대 10명이다. 정관에 따르면 ‘이사는 3명 이상 10명 이내로 하고 사외이사는 이사총수의 4분의 1이상으로 한다’고 명시됐다.
올해 초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송영숙 회장과 신유철·김용덕·곽태선 사외이사 등 4명으로 구성됐다. 한미사이언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을 거치면서 이사회 구성원이 9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3인 연합은 임시주총을 통해 이사회 구성원 확대가 결정된다면 녀 측 추천 이사 2명이 선임되면 이사회 구성원은 모녀 측 6명과 형제 측 5명으로 재편되길 원하고 있다. 즉 모녀 측이 형제 측으로부터 이사회 지배권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11명으로 2명을 늘리는 정관변경은 특별결의 안건이므로 임시 주총에서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2 동의가 필요해 최종 변경안이 현실화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보통결의 안건인 이사 추가 선임은 상대적으로 통과될 가능서이 높다. 보통결의는 출석 주주 주식 수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하고 동시에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 주주가 찬성하면 통과할 수 있다.
만약 정관이 변경되지 않아 현재 정원인 기존 10명을 유지한 상황에서 신규 이사 1명만 추가하게 되면 양측 이사진이 5대 5가 돼 어느 한쪽도 우세한 상황이 아니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최대주주에 오른 신동국 회장이 최종 1명의 추가 이사로 선임된다면 신 회장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 7월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의 지분 6.5%(444만4187주)를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달 계약이 마무리됨에 따라 신 회장과 한양정밀은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각각 약 14.97%, 약 3.95%씩 보유하게 된다.
신 회장 지분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12.46%),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9.15%), 임주현 부회장(9.70%), 송영숙 회장(6.16%) 등 오너 일가보다 월등히 앞선 상황이다.
더불어 임종윤 이사 등 창업주 가족 지분 상당 부분이 상속세 납부와 투자 자금 마련 등의 이유로 주식담보 대출에 묶여있어 사실상 신 회장의 지분 영향력 또한 오너 일가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임시 주총 소집을 둘러싼 법적 절차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이달 4일 최대주주 3인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소집을 위해 법원에 허가를 신청했다. 해당 건의 수원지방법원 심문기일은 내달 2일이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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