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가장 충격적인 발언 중 하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발언이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홍명보 감독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참담한 성적을 냈지만 유임을 하고 싶어했다. 여론만 아니었다면 아시안컵까지 맡기고 싶어했다”고 질문했다.
그러자 정 회장은 “러시아에서 우리가 독일을 2-0으로 이겼다. 르뵈 독일 감독은 0-2로 지고 탈락했고, 당시 FIFA 랭킹 1위였다. 그 당시에도 르뵈 감독은 4년을 더 감독을 했다. 감독이 연속성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한 경기 못했다고 물러나라고 하는 건 좋은 관행이 아니다”고 답했다.
충격적인 발언. 당시 독일 대표팀 감독은 요아힘 뢰브 감독이었다. 뢰브 감독을 ‘르뵈’로 말한 것도 놀랍지만, 이 보다 더욱 충격적인건 정 회장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인식’이다. 홍명보라는 인물에 빠져 판단력을 잃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다. 맹신이었다. 정 회장의 이런 맹신은 냉정함을 잃었다. 한국 축구는 나아갈 길을 잃었다.
감독의 연속성을 말하기 위해 뢰브 감독의 이름을 꺼낸 정 회장. 그리고 뢰브 감독 공식을 홍명보에게 대입시킨 정 회장이다. 이런 인식과 판단력을 가진 이가 어떻게 한국 축구의 수장일 수 있는가. 참담하다. 둘은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아니다. 축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절대 뢰브 감독과 홍명보를 비교하지 않는다. 이런 일을 한국 축구의 수장이 했다. 이런 기본을 알려주는 이가 주변에 없는가. 이 역시 대한축구협회의 참담한 현실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충격적인 조별리그 탈락을 한 독일 대표팀. 당시 뢰브 감독의 유임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또한 박수를 받기도 했다. 뢰브 감독은 암흑기의 독일 축구를 다시 부흥기로 이끈 영웅이었다. 그에 대한 신뢰와 예우, 그리고 존경을 유임이라는 장치로 표현한 것이다. 뢰브 감독은 그럴 가치가 충분이 있고, 그럴 자격이 충분이 있는 감독이다.
뢰브는 2004년 독일 대표팀 코치로 시작해 2006년 감독이 됐다. 그리고 꾸준히 가능성을 보여줬고, 희망을 선사했고, 결실을 만들었다. 그는 대표팀에 오랜 기간 부임하면서 ‘증명’을 했다. 이 증명이 독일 축구를 다시 살려냈다.
2004년 독일 대표팀 코치로 시작해 2006년 감독이 됐고, 유로 2008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3위에 올랐다. 경쟁력이 쌓이고, 쌓여서 독일 대표팀을 FIFA 랭킹 1위 팀으로 올려놨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정상으로 이끌었다. 감독 연속성에 있어서 가장 좋은 롤모델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했지만, 독일이 그를 유임시킨 건, 증명된 감독에 대한 신뢰였다. 뢰브 감독은 2021년까지 지휘봉을 잡고 물러났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처음 지휘봉을 잡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면, 당연히 뢰브 감독도 경질이다.
이런 뢰브 감독은 홍명보와 비교 대상이 아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감독은 한국 축구를 후퇴 시킨 최악의 선택이었다. 성인팀 경험이 없는 감독을 성인팀 최고 수준의 무대 월드컵 감독으로 선임했다. 예견된 참사였다. 그리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1승도 챙기지 못한 채 한국 축구는 추락했다. 다시 변방이 됐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홍 감독의 유임을 시도했고, 격렬한 여론의 반발에 눈물을 참고 이별을 해야 했다.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 홍명보가 뢰브처럼 유임을 해야 한다고? 홍명보가 성인팀에서 보여준 것이 무엇인가. 한 번 더 기회를 받을 자격과 가치가 있는 지도자인가. 아니다. 유임될 그 어떤 명분도 없다. 당연히 경질이 맞다. 결론은 정 회장이 세계 최고의 대회 월드컵을 홍명보의 성인팀 첫 경험 무대로 선물한 것이다. 이것이 특혜다. 홍명보만 받을 수 있는 특혜다.
그런 특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홍명보가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2번의 월드컵 감독이 될 자격과 가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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