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행 중인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했다가 무단이탈한 필리핀 출신 가사관리사 2명이 강제 출국 위기에 처했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들을 고용한 가사서비스업체가 이날 오후 4시쯤 서울강남지청에 이들이 사업장을 이탈했다고 신고했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근로자가 5영업일 이상 무단결근할 경우 사업주는 이를 신고할 의무가 있다.
이탈한 가사관리사 2명은 지난 15일 숙소에서 짐을 챙겨 나간 뒤 업체와 시범사업을 공동 운영한 서울시, 고용부와 연락을 끊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한국에서 근무를 시작한 지 13일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탈한 가사관리사들의 복귀 시한은 전날까지였다.
노동계는 이번 사건이 예견된 결과라고 주장한다. 가사관리사들이 낮은 임금과 한국 생활에 불만을 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가사관리사들의 임금은 제조업 고용허가제 근로자보다 낮았다. 더욱이 고용업체는 가사관리사들을 상대로 오후 10시 통금제를 운영해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노동자회, 참여연대 등 31개 단체로 구성된 연대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필리핀 출신 이주 가사돌봄노동자가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여 있다면서 사업의 개선을 요구했다.
이탈한 가사관리사들은 1개월 내 강제 출국 명령에 불응하면 불법체류자가 된다. 고용부는 현재 나머지 98명의 가사관리사는 문제 없이 근무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데일리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공동숙소 직원은 이들 가사관리사가 매일 통금 시간(오후 10시)을 지키는지 확인하려고 가사관리사들 방문을 두드렸다.
이와 관련해 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통금이 매우 불편하다면서 자유를 박탈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이 가사관리사는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으나 업체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업체가 자신들의 우려에 관심이 없었고 오직 돈에만 신경 썼다고 했다. 통금 규칙과 낮은 급여가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가사관리사들이 이탈한 이후부터는 통금 점검이 중단됐다. 현재는 가사관리사들끼리 자체 확인이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금 규칙이 근로자의 행동 자율성을 제약하는 인권침해라고 지적한다. 근로자 동의 없이 통금 규칙을 적용한 것은 노동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숙소가 법적으로 부속 기숙사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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