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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업계가 좀처럼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소설을 원작으로 한 중소 작품들이 잇달아 제작되면서 극장가에 활력을 주고 있다. 코로나로 대형 작품 외에는 제작비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웹툰보다 상대적으로 지식재산권(IP) 가격대가 낮게 형성된 소설이 주목받고 있다. 베스트셀러로 작품성과 상업성을 인정 받은 데다 출판과 영화·드라마의 주 소비자 층이 2030여성이라는 점, 최근 불고 있는 ‘텍스트 힙’ 등 트렌드가 맞아떨지면서 영화, 드라마업계가 ‘아날로그 감수성’의 대표 콘텐츠인 소설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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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이 싫어서’에 이어 ‘대도시의 사랑법’ 등 영화를 비롯해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안나’ ‘가녀장의 시대’ 등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방영 중이거나 제작이 진행되고 있다. 8월 개봉한 장경명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 계나(고아성)가 행복을 찾아 어느 날갑자기 직장, 가족, 남자친구 등을 뒤로 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 소설이 발간됐던 2015년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로 우리 사회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청년들의 박탈감과 좌절이 폭발하던 시기다. 출간 이후 9년이 지난 2024년의 청년들은 여전히 고된 삶을 살고 있고, 탈출구를 찾고 있다. 책 출간 당시와 다르지 않은 요즘 청년의 모습은 영화 ‘한국이 싫어서’가 개봉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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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소설로는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며 주목을 받은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내달 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눈치 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대학생 재희(김고은)와 태생적 비밀을 숨기는 법에 통달한 흥수(노상현)가 동고동락하며 펼치는 사랑법을 그린다. 성별만 다를 뿐 동성 친구나 다름없는 ‘남사친’과 ‘여사친’ 사이의 우정을 다루고, 방황하던 청춘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은 2030 관객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만한 요소로 꼽힌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에 출연해 인기를 얻은 노상현의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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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츠지 히토나리 작가의 2005년 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드라마로 27일 공개된다. 운명 같던 사랑이 끝나고, 모든 것을 잊은 여자 홍과 후회로 가득한 남자 준고의 ‘사랑 후 이야기’를 그린 감성 멜로로 그동안 OTT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세영과 사카구치 켄타로가 홍과 준고 역을 각각 맡았다. 한결 같은 순애보를 지닌 민준 역으로 홍종현과 뒤늦게 깨달은 사랑을 찾으려 하는 칸나 역에는 나카무라 안이 각각 캐스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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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를 대표하는 이슬아 작가의 첫 장편 소설 ‘가녀장의 시대’도 드라마로 제작된다. ‘빨간 풍선’ ‘신성한, 이혼’ 등을 제작한 하이그라운드와 이슬아 작가는 지난해 ‘가녀장의 시대’ 드라마 제작을 위한 원작 판권 및 드라마 각본 집필 계약을 체결했다. ‘가녀장의 시대’는 가부장의 ‘부’(父)를 ‘녀’(女)로 바꾼 ‘가녀장‘이 주인공이다. 문학으로 가세를 일으킨 딸과 그의 가족이 겪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시트콤처럼 풀어내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드라마업계가 원작 소설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제작 환경과 주요 소비자층을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1970~1990년대까지만 해도 영화의 원작은 대부분 소설이었는데, 2000년대부터는 소설 등 출판업계가 침체되면서 웹툰, 웹소설 등 특유의 정서를 담은 콘텐츠들로 트렌드가 옮겨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웹툰 등은 네이버 등 유력 포털이 IP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중소 규모의 제작사가 나서기는 어렵다”며 “코로나로 제작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IP 확보가 용이한 소설, 그 중에서도 2030 여성, 청년들의 정서를 파고드는 소재의 소설들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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