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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철도는 어떻게 민영화됐고, 지금은 어떤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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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가 있고, 그 다음에 도시가 있었다. 도쿄의 도시는 철도망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철도 산업은 일본의 가장 큰 산업 중 하나였고, 철도 회사들은 일본 내수 경제의 기둥을 이루고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일본처럼 철도 회사들이 내수 경제의 축을 이루고 있는 나라는 드물다.

서울연구원이 2015년에 내놓은 ‘서울과 세계 도시’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의 교통수단 분담률은 철도가 36.7%를 차지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으로 도보가 27.3%, 자전거가 16.3%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자동차는 고작 14.2%, 버스는 3.8%에 불과하다.

서울도 철도가 38.2%를 차지하지만, 버스가 27.4%, 자동차가 23.1%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다른 대도시와 차이점을 보면 더욱 극명하다. 베이징의 철도 교통분담률은 11.5%에 불과하고, 싱가포르는 19%, 뉴욕은 12%, ‘철도 종주국’ 런던도 철도 교통분담률은 21.5% 수준이다. 거칠게 말하면 도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으로 주로 철도를 이용하고, 역과 목적지 등 나머지 거리 사이를 도보나 자전거가 메워준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특히 자동차나 버스의 교통분담률이 다른 도시에 비해 극명하게 낮은 것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쿄는 철도를 중심으로 설계된 도시다. 철도 도시 도쿄를 분석한 일본의 교통 전문가들은 도쿄가 철도 도시가 된 사연을 정치적 이유에서 찾는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지도자들은 봉건 도시 에도를 서양 도시에 준하는 근대 도시로 빠르게 개조하고 싶었다. 그때 들어온 게 철도다. 메이지 정부가 철도에 대해 얼마나 진심이었는가 하는 점은 이 글 1편에서 다룬 ‘오야토이 가이코쿠진'(お雇い外国人, 정부 고용 외국인)을 고용한 실태를 보면 알 수 있다. 1874년 기준으로 일본 정부가 고용한 오야토이 가이코쿠진 520여명에게 준 인건비는 당시 국가 연간 예산의 33.7%에 달했고, 520명 중에 거의 절반 이상이 영국인이었고, 그 대부분은 철도 종사자들이었다.

단기간에 봉건 도시 에도를 근대 도시로 성장시키기 위해 메이지 정부는 철도를 적극 도입했다. 일본에서는 마차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도로가 형편없었다. 서양이 로마시대부터 포장 도로 정비 기술을 발전시켜온 것과 달리 일본은 섬나라 특성상 수운이 상대적으로 발달했을 뿐,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서도 육상 이동을 주로 도보에 의존해 왔다. 일본은 막부 시대에 차량 이용을 금지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도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교통을 발전시켜야 한다. 대량 수송이 가능한 철도를 먼저 정비한 것은 단기간에 교통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위한 것이었다. 정치가들의 ‘조바심’이 도쿄를 ‘철도 도시’로 설계한 것이다.

철도가 먼저 생기고, 그 뒤를 이어 도로가 생겼다. 세계 최대의 역 중 하나인 신주쿠를 비롯해 시부야역, 이케부쿠로역, 도쿄역, 우에노역 등은 자연스레 도심 기능을 수행했고, 철도 회사들이 운영하는 백화점, 쇼핑센터, 오피스가 들어서면서 도쿄만의 특수한 ‘철도 도시’가 탄생했다. 철도로 인해 시가지가 확장됐고, 교외의 도심 접근성이 높아짐과 함께 도쿄 도심과 교외 인구가 함께 늘어나면서 거대한 메갈로폴리스가 형성됐다. 도쿄에서는 특정 위치를 설명할 때 도로보다 철도를 기준으로 설명하는 게 더 쉽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신주쿠를 설명할 때 고슈카이도(甲州街道)와 메이지도리(明治通り)의 교차로 근처라고 말하는 것보다 야마노테선(山手線)과 츄오선(中央線)의 교차점이라고 설명해야 이해가 쉽다는 것이다. (도요케이자이 신문 2016년 12월 29일자 ‘도쿄에서 도로보다 철도가 발달한 3가지 이유’ 참조)

▲JR오미야역에서 내려 ‘뉴셔틀’을 갈아타고 도착한 일본 철도 박물관.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박세열
▲철도 박물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유치원생 단체 관람객들. ⓒ박세열

일본을 이해하는 여러 수단 중엔 일본 철도를 연구하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방법으로 추천된다. 일본 철도의 역사에는 경제 발전, 사회 발전의 단면이 새겨 있고, 일본의 노동자들의 삶과 일본의 소비 문화 등이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의 시스템 변화에 따라 일반 시민들, 노동자의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 일본의 내수 경제를 떠받치는 한 축인 철도 회사희 흥망성쇠를 연구하면 그 실마리를 찾아 볼 수 있다.

도쿄를 만든 일본 철도의 역사는 1872년 신바시에서 요코하마까지 29킬로미터 구간을 개통하면서 시작됐다. 정부의 지원하에 여러 지역에 ‘사철’들이 생겨나 부를 쌓기 시작했지만, 전쟁을 수행하며 제국으로 팽창하던 일본은 철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깨닫고 거대한 ‘국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메이지 초기 전근대와 근대의 충돌이 빚어낸 혼란상을 극복하면서 부를 쌓기 시작한 일본은 1906년 철도 국유화법을 발효시키고 민영 철도들을 매수하기 시작하면서 철도 국유화를 차근차근 진행해 간다. 2차대전 종전 이후 1947년 공사(공기업) 형태로 바뀌긴 했지만 1987년 JR 분할 민영화 때까지 국유 철도 체제를 유지했다.

하지만 고도 경제 성장기를 거치고 자동차와 항공 산업이 발전하면서 철도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신칸센을 개통하는 등 철도 산업은 발전을 이어왔지만, 건설비 부담 등으로 국유 철도의 적자 폭도 늘게 됐다. 일본의 철도 민영화 과정에서 일본 철도 노조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50년대, 60년대 정치적 격변기 과정에서 철도 노조의 ‘민권 투쟁’과 ‘노동자 권익’ 관련 활약은 대단했지만, 점차 노조 운동에 대한 사회적 피로감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일본의 국노(국철노조)와 동노(동력차노조), 철노(철도노조)는 합계 40여 만 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거대 조직이었다. 노조 출신 국회의원을 십수명 보유한 적도 있을 정도로 일본 정계에도 영향을 크게 미쳤다. 이들의 활약 시기에 ‘평화 운동’, ‘민권 운동’ 등이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일본의 우익 사회는 전투적 투쟁으로 상징되는 철도 노조를 ‘경제 발전’의 걸림돌로 인식하며 ‘노조=악마화’의 프로파간다를 시작했다.

1975년 양대 세력이었던 국노와 동노의 주도로 파업권 탈환을 위한 총파업을 단행하게 되는데, 자민당 정권의 강경 방침과 여론 악화, 민간 부문 노동조합의 철도 노조에 대한 냉소적 태도 등으로 패배하면서, 일본의 철도 노동운동은 하락세를 겪게 된다. 1980년대 들어 영국의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으로 상징되는 전 세계적 ‘신자유주의’ 열풍 속에서 일본의 나카손네 정권은 노동운동을 와해시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공공 부문 노조에 대한 정치적 물리적 공세를 통해 1985년 통신공사와 전매공사를 민영화시킨 나카소네 정권은 노동운동의 핵심인 철도노조 와해와 철도 부문 적자 해소 및 운영 효율화를 목표로 1987년 일본의 국철 JR을 지역별로 6개로 쪼개는 민영화를 단행한다. 이 과정에서 노조 탈퇴자가 속출해 한때 20여 만 명이었던 조합원은 3만여 명으로 줄어드는 등 조직력이 급속도로 약화된다.

반대급부로 일본의 우익 세력들은 일본 정계를 차근차근 장악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의 고이즈미 내각이 ‘우정 민영화’를 필생의 과제로 추진한 것도,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노조를 완전히 억제해야 한다’는 신념의 발로로 이해하는 게 합리적이다.

철도 민영화 한다면서 철도 지하화? 완전히 모순된 이야기

6개의 JR 계열 민영 회사 중 도쿄를 중심으로 설립된 회사가 JR동일본이다. 공공철도 청년학교 일본 철도 실사 프로그램으로 지난 5일 JR동일본 철도노조를 방문했다. JR동일본은 JR계열 일본 철도 회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도쿄의 광역 철도망과 도쿄 북쪽 도호쿠 지역을 잇는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회사다. 전체 사원수는 한국의 코레일(종업원 약 3만1000명)보다 1만5000명 가량 더 많은 4만6000명 규모다. 일본 최대의 철도 회사라지만 6개 권역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회사 규모가 한국 전체를 커버하는 코레일보다 더 큰 규모인 셈이다. JR동일본은 다른 철도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백화점, 유통, 레저 등 수많은 사업체를 문어발처럼 거느리고 있다. 철도 회사지만 철도와 연계된 수많은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이 어마어마하다. 사실상 ‘종합상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한국에서 철도 민영화 이슈는 뜨거운 감자다. 하지만 일본의 민영화와는 정치 사회적 배경이나, 100년 넘게 이어져온 철도 역사와 문화가 서로 완전히 달라서 직접 비교하기가 어렵다. 간혹 철도 민영화론자들이 일본의 사철과 JR을 언급하며 1987년 권역 기준으로 분할한 민영화 결과 일본의 철도 회사가 적자를 해결하고 자구력을 갖췄다고 주장하지만, 일본이 당시 민영화를 단행하며 철도 및 부동산 자산의 민영 회사 소유를 인정하고 수많은 사업권을 보장해 줬다는 사실엔 눈을 감는다. 일본은 시설과 관제를 분리하지도 않았다. 철도 이용 요금은 비싸졌지만, ‘교통비’를 중시하는 일본 사회의 독특한 문화는 주로 직장인인 이용객이 부담하는 요금을 국가와 민간 기업이 함께 부담해 주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시스템이 돌아간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추진하려는 민영화는 시설(선로)과 운영(수송)을 분리하는 것부터 손을 대고 있다. 국내 철도 용량이 한계 상황인데, 그 위에서 운영 회사를 여러개로 쪼개면 아마 일본과 달리 모든 철도회사가 함께 적자로 공멸하는 상황이 벌어질 지 모른다.

일본 역시 민영화 여파로 홋카이도와 같은 교통 소외 지역의 철도 회사는 적자에 시달리고, 전국에서 서민들의 발이 되고 있는 지역 노선이 ‘적자 노선’이란 주홍글씨에 시달리고 있다.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철도 산업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한국의 당국자들은 이런 사실들에 더 주목해야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불붙고 있는 철도 지하화 논란은 철도 산업을 두고 벌이는 ‘탁상공론’의 전형을 보여준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공약으로 철도와 도로를 지하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총선 기간 동안 여야는 앞다퉈 1호선 등 철도를 지하에 집어넣고 만들어진 부지를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야 공약을 적용하면 서울역부터 군포, 의왕시까지 1호선 철로를 대심도(지하 40미터 이상) 밑에 집어 넣게 된다. 깊게는 아파트 20층 높이의 지하로 뚫고 내려가야 한다. 경부선 라인 서울 도심 주요 축을 온통 공사판으로 만들겠다는 거다.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말처럼 철도가 도시를 단절시키고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면 도쿄의 경우는 어떨까.

JR동일본 철도노조 위원장 마코토 카코 씨는 ‘철도 지하화가 일본에서도 논의되느냐’는 질문에 “(정치인들이) 그런 이야기를 공약으로 하는 사람이 없다. 일본은 민영 철도 체제다. 철도 지하화를 주장한다고 해도 (민영 철도 회사들이) 그걸 받아들일 수도 없고, 시민들에게 표를 얻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민영 철도 회사는 수익이 가장 중요하다. 이미 철도역과 그 주변 개발을 통해 철도역 자체가 복합 쇼핑몰과 오피스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사실상 개발이 끝난 데다가, 철도 주변 지역에 주거 시설과 상업 시설이 즐비한데, 엄청난 자본을 들여 좁고 길쭉하면서 천문학적으로 비싼 유휴 공간을 만들 필요가 없다.

한국의 정치인과 관료들은 ‘철도 민영화’를 외치면서 철도 지하화까지 추진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서로 모순되는 정책이다. 일단 철도가 민영화되면 민영 회사의 자산이 될 철로는 국가에서 어찌할 수 없다. 철도를 지하화하려면 민영화를 철회하고 법을 제정해 국가 주도로 대형 토목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쉽게 말해 한국에서 논의되는 철도 지하화는 철도 민영화와 충돌하는 정책이다.

마코토 카코 씨는 “일본도 과거 국철 시대에는 정부나 지역 정치인들이 무분별한 공약을 남발해 사람이 이용하지 않는 철도나 역들이 생겨났지만, 지금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철도 정책을 둘러싼 논란들은 모두 40~50여년 전 일본에서 겪었던 일들이다. 오히려 민영화된 이후 정부의 입김이 줄어든 것은 민영화의 ‘장점’이라고 봐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역시 민영화의 폐해로 시민의 발이 되어 온 교통 사각지대의 적자 노선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은 사회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은 모순된 철도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민영화의 장점과, 국철의 장점을 모두 취하려 하고 있다. 헛된 일이다. 오히려 한국은 북한과 통일 내지 관계 개선을 대비해 ‘대륙 철도’로의 확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일본 JR동일본 철도 노조와 교류회 ⓒ박세열
▲일본 JR동일본 노조 사무실 모습 ⓒ박세열

민영화된 일본 철도 노동자들이 걱정하는 것들

일본의 철도 민영화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일본에 있어 철도는 근대의 상징이면서 일본식 자본주의 체제를 표상하는 산업이다. 정부가 철도 전문 부처를 만든 후(철도청) 공사로 전환(철도공사)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국 철도와 그 위상과 상징성에 있어 결이 다르다. 100년 이상 주식회사로 일본의 내수 경제를 지탱해 온 철도 산업은 민영화된 이후 오로지 수익 창출을 지상 목표로 내달려왔다. 기술력과 인프라가 이미 탄탄하게 구축돼 있는데다 일본 특유의 철도 문화는 이용객 감소를 걱정할 필요 없는 상황이지만, 주식회사인 이상 철도회사들은 주주를 만족시킬만한 수익을 끊임없이 창출해야 한다.

그래서 철도 노동자들도 직접 수익 창출 사업에 내몰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본 철도 노동자는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 JR동일본 노조 측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회사는 성장하지만 철도 노동자는 줄어들고 있다. 일본에서는 우리와 달리 2인 승무가 거의 보편화 돼 있지만, 운행 규모나 수송 규모가 한국에 비해 수십배에 달하는 상황이라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역 이용객 수는 20만 명이 채 안되는 수준이지만, 신주쿠역의 철도 이용객은 360만 명이 넘는다. 도쿄의 5대 역은 모두 서울역의 규모를 훌쩍 뛰어 넘는다.) 하지만 회사는 철도 노동자를 채용하는 것보다 수익을 내는 계열사 ‘생활 사업부’의 인원을 더 중시한다.

일례로 JR동일본은 업무의 ‘융합과 연계’ 명목으로 ‘겸무’ 정책을 준비중이다. 기관사는 오전 9시부터 열차를 운전한 후 역의 쇼핑몰에서 물건을 파는 일에 내몰릴 수 있다. ‘철도 사업’이 아닌 이른바 ‘생활 사업’ 분야에 철도 노동자들을 활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JR동일본 노조 측은 “회사는 더이상 철도회사가 아니라, ‘여러가지 가게’가 되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회사는 무인 운전(드라이버리스)을 적극 도입하려고 하는 중이다.

노동자에게도 ‘성과’를 강요하는 성과 평가형 임금제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JR동일본 노조 측은 “노동자는 임금을 받아 생활하려는 게 목적이다. 경영자의 목적은 회사에 이익을 안겨 주는 게 목적이다. 경영 참여 의식이라며, 노동자에게 회사 이익을 위해 일하는 목적을 갖게 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자가 ‘생활 사업’에 열심히 매진해도 이익은 경영진이 가져간다. “철도 노동자는 임금이 정해져 있지만, 경영자는 이익이 늘어나면 임금도 늘린다. 노동자들이 성과를 내면 경영자들만 임금을 더 받는 구조가 된다”는 말은 불공정한 현실에 대한 타당한 지적으로 보인다.

실제 JR동일본 측은 겸무 직원, 즉 비철도 사업 분야 전환 직원 수를 2023년에 408명, 2024년도에는 392명으로 늘렸고, 이걸 2027년까지 누계 2000명까지 전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JR동일본은 ‘철도 회사’에서 ‘생활 종합 서비스 사업’으로 변환시키는 게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철도 사업과 생활 사업을 5대 5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철도 사업 분야 종사자는 현재 약 3만4000명인데, 이것을 3만 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게 목표다. 성과급 중심의 상대평가 임금제 도입 계획도 그 일환이다. 노조는 계속 분열되고 있다.

노조 측은 “회사는 경험 연수에 따라 순차적으로 승직해 나가는 형태(일종의 연공서열제)를 바꾸겠다고 하지만, 팀워크가 없어진 철도 회사에 안전은 지켜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일본 사회는 철도의 대대적 민영화를 결정했다. 정치인들이 난도질한 국철의 ‘적자’ 문제는 철도 회사를 온갖 걸 다 파는 ‘여러가지 상사’로 만들어 해결했다 치자. 우익들의 바람대로 ‘전투적 노동운동’을 다양한 프로파간다를 통해 타파했다고 치자. 민영 철도 회사에 대한 정부의 지원으로 사철과 JR계열 회사는 안정적인 ‘자립’을 할 수 있었고, 지금도 일본의 내수 경제를 뒷받침하고는 있지만, 정작 노동자들의 삶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민영화였을까? 일본의 철도 민영화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이것이 일본식 철도 민영화의 현실란 점을 우리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미야의 철도 박물관 풍경 ⓒ박세열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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