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도로에서 트럭 2대가 빠질 정도로 커다란 땅꺼짐(싱크홀) 현상이 발생했다. 부산 뿐 아니라 서울 등 전국 도심 곳곳에서 땅꺼짐이 잇따라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으나, 땅꺼짐을 사전에 발견하는 전문 장비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부산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날 아침 8시45분께 부산도시철도 2호선 사상역과 부산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을 연결하는 공사 구간(6.9㎞) 가운데 사상역에서 1.3㎞가량 떨어진 부산 사상구 도로에 가로 5m, 세로 7m, 깊이 5m와 가로 4m, 세로 8m, 깊이 5m 크기의 땅꺼짐 2개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사고로 폭우로 넘친 물을 빼내기 위해 출동한 소방 배수지원차와 트럭이 대형 구덩이에 빠졌고, 전봇대 1대가 파손됐다. 다행히 두 사고 모두 인명 피해는 없었다. 부산 사상구·부산상수도사업본부·소방당국 등은 대형 크레인과 굴삭기, 견인차 등을 동원해 배수지원차와 트럭을 끌어올렸고 이틀째 되메우기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땅꺼짐 장소 인근에선 올해 4월부터 6차례 크고 작은 땅꺼짐이 있었다. 지난 4월, 5월, 7월 각각 한차례씩, 8월에는 3차례나 땅꺼짐이 발생했다. 이날 발생한 땅꺼짐까지 더하면 7차례 8건이다.유독 이 구간에 땅꺼짐이 잇따르자 2026년 12월 완공 계획인 사상역~하단역 공사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부산도시철도를 운영하는 부산교통공사는 “땅꺼짐의 원인을 조사 중이어서 아직 공식 입장을 말하기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부산교통공사는 잇따른 땅꺼짐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지난달 대한토목학회에 용역을 맡겼다. 용역결과는 11월에 나온다고 한다. 부산시는 지난달 민·관 인사 12명으로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땅꺼짐 현상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전국 땅꺼짐 현황’을 보면, 2020년부터 지난 6월까지 전국에서 땅꺼짐 805건이 발생했다. 경기도 15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광주시 105건, 부산시 79건, 서울시 72건 등의 순이었다. 이들 사고로 1명이 숨지고 34명이 다쳤다. 땅꺼짐의 원인을 보면 하수도 손상이 336건(41.7%)으로 가장 많았고 다짐 불량 153건(19%), 굴착공사 부실 77건(9.6%) 등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지반침하 예방대책을 만들고 이듬해부터 국토안전관리원을 통해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장비를 활용해 전국 지하 도로를 대상으로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 6월까지 발견된 공동(빈 구멍)은 총 787개로, 매년 증가 추세다.
하지만 지반탐사가 끝난 도로길이는 전체 도로길이의 9%뿐이다. 현재 국토안전관리원이 보유·운용하고 있는 지반탐사 장비가 8대, 인력은 12명인 데다 지반탐사 전문 장비와 인력을 보유 중인 광역자치단체가 서울과 부산뿐이기 때문이다.
부산 사상구 땅꺼짐 현장을 둘러본 정진교 부산과학기술대 첨단공학부 교수는 “사고 구간은 하천을 매립해서 도로로 이용하고 있는데 도로 개설 당시 50년 동안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서 설계했으나 기후변화로 강우량이 설계 기준치를 넘어서면 도로가 감당할 수 없다. 또 지하 15~20m 아래에 지하철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과 상·하수도관이 낡은 것도 원인으로 본다. 사고 구간은 지반 침하의 최악의 조건들을 갖추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꺼짐 현상을 예방하려면 사전 점검이 필요한데 그나마 잘하는 편에 속하는 부산도 지표투과레이더가 1대뿐이고 인력도 4명뿐이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전문가 양성과 장비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김광수 기자 /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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