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코리아의 첫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4회까지 공개됐다.
1라운드에서 재야의 고수인 ‘흑수저’ 80명 중 20명이 생존해 스타 셰프인 ‘백수저’ 20명과 피 말리는 경쟁을 벌여나가는 중이다.
제작진은 거대한 스케일, 지금껏 본 적 없는 요리 계급전쟁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수긍이 간다. 과거 방영된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들과 클래스가 다른 규모(참가자, 스튜디오 등)가 도드라지며 ‘흑수저’와 ‘백수저’의 노골적인 대결 역시 본 적 없기 때문이다.
장르를 달리해 다른 서바이벌(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신인이나 재야고수들이 주로 참여하는 경연에 ‘기성’이 참여하는 경우는 있었다. 그 기성이 대중적 인기를 얻어 유명하든 무명이든 관계 없이. 하지만 이들의 숫자는 ‘원 오브 뎀’이었다. 제작진도 공정성,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로 제한했을 듯 싶다.
말이 좋아 ‘재야의 고수’지 흑수저 대부분은 열정 가득한 요리 전공 초보이거나 독학으로 요리를 공부했거나 유명 셰프의 어시스턴트로 활동했거나 자기 식당을 운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백수저들은 한식, 일식, 중식, 양식, 퓨전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으며 방송사 요리 경연 프로그램 우승자 및 심사위원, 오너셰프, 미슐랭 스타 요리사 군단이다. 이미 실력을 검증받았을 뿐만 아니라 무수히 대중 앞에 노출되고, 평가받아온 ‘경험’을 축적한 이들이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결과물을 만들어 평가받고 최종 3억원 상금의 주인공이 되는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그런 경험은 강력한 승리 도구이지 않을까.
4화까지 7대 1로 백수저들이 승리를 싹쓸이했다. 파인다이닝 요리사인 노련한 스타셰프 최원석과 ‘젊은 피’ 원투쓰리의 고추장, 간장, 된장을 활용한 ‘장트리오 스테이크 vs 제주 장트리오’ 2라운드 결과에 따라 8-1이 될지, 7-2가 될지 판가름이 난다.
제작진은 “실력으로 계급을 넘어서야 하는 흑수저, 실력으로 계급을 증명해야 하는 백수저들의 진검승부”를 강조한다. 이 명제를 진심 믿는다면 세상 순진한 거고, 아니란 걸 알면서도 들이밀었다면 교활하다. 물적 토대가 다른 계급간 전쟁은 공정할 리 없다.
설마 흑수저여도 실력만 있으면 성공한다는 유효기간 끝난 교훈을 되살려보겠단 걸까. 계급상승의 사다리조차 치워져버린 시대에, 실력도 돈과 시스템의 뒷받침 속에 만들어지는 21세기에 이를 강조하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심사위원 백종원이 대결 누적 스코어를 듣고는 “이러면 안되는데…학살인데”라고 말한 것은 이 프로그램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방증한다.
반면 결이 다른 두 심사위원의 조합은 흥미롭다. 외식 경영인이자 요리 멘토 백종원은 대중적 시각과 ‘맛’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한끗을 잡아낸다.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인 ‘모수 서울’ 안성재는 파인다이닝 정점에 오른 최고의 셰프답게 미세한 간과 채소의 익힘, 셰프가 표현하고자 했던 의도까지 살핀다. 방송을 탄 스타셰프 군단 1기가 아닌 뉴 페이스인 점이 신선하며 보완재인 둘의 조화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안대로 눈을 가린채 블라인드 심사를 하는 모습은 불필요한 쇼맨십으로 여겨진다. 보는 시청자도 불편하다. 맛으로만 평가를 하겠단 의도인데 ‘오감의 예술인’ 요리는 맛뿐만 아니라 시각적 완성도 역시 중요하다. 플레이팅의 퀄러티도 평가받는 부분이다. 더욱이 동점이 나왔을 경우 경연자를 불러들여 다시 안대를 푼 채 최종평가를 하지 않나.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5~7회는 오는 24일 공개된다. 이어 10월 1일 8~10회, 10월 8일 11~12회까지 매주 화요일 새로운 회차가 전 세계 시청자들을 찾아온다.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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