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시리즈 가면 우승해야 하는 것이고, 우승 못하면 안 된다. 부담 없다. 선수들을 믿는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소위 말하는 ‘앓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2월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갑자기 지휘봉을 잡고도 “우승해야 하는 전력이다. 내가 봐도 우리 팀은 강하다”라고 했다. 17일 인천 SSG 랜더스전을 통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하고도 위와 같이 한국시리즈 우승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요한 건 그 자신감이 곧 자만 혹은 일방통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범호 감독은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한국시리즈서 우승할지 고민하겠다. 어떤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고, 힘든 상황이 생길 때 어떻게 돌파할지 한번 더 돌아보려고 한다. 많은 분에게 조언을 구해볼 생각이다”라고 했다.
감독이 다른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한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다. 당연히 코칭스태프, 프런트와는 긴밀하게 소통하고 토론하며 조직의 방향성을 정립한다. 이범호 감독 역시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마운드 운용에 대해선 정재훈 투수코치의 의견을 철저히 신뢰한다. 선수들과 신뢰관계를 잘 유지하고 확실하게 판을 깔아줘야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한다고 믿는다. 때문에 선수들 컨디션 체크를 보고도 받지만, 직접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범호 감독은 귀를 외부까지 열겠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최종결정은 감독인 자신이 내리니, 그 과정에서 다양한 생각을 수렴하겠다는 의미다.
이범호 감독은 17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김기태 전 KIA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추석 안부전화라고 했다. 지난 2월 사령탑이 됐을 때도 김기태 감독과 통화도 하고 격려를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선배, 은사들을 잘 챙기는 야구인이다.
이범호 감독은 웃더니 “매직넘버 1개 남아서 기운 한번 받고자 전화를 드렸다. 내가 선수이고 주장일 때 계셨고, 어릴 때 좋은 성적을 내면서 함께 걸어온 분이다”라고 했다. 이밖에도 “기억에 남는 분들에게 며칠간 계속 연락 드리려고 한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이 실제 누구에게 조언을 구할지 알 수 없다. 조언의 의미보다 선배 야구인들에게 가볍게 덕담을 듣는 수준일 수도 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자신감이 넘치지만 직진만 하지 않는, 좌우도 살필 수 있는 남자, 이범호 감독의 첫 한국시리즈가 1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범호 감독은 “1달 남았는데 해야 할 것은 엄청 많다. 어떻게 하면 우승할 수 있는지, 이길 수 있는지 계속 고민하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겠다. 한국시리즈에 12번째로 올라가도 우승할 것이다. 제임스(네일)나 (윤)영철이까지 돌아올 선수들은 전부 돌아와야 한다. 최고의 전력으로 준비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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