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인 하나은행 코리아오픈(총상금 100만 달러)이 톱 랭커들의 출전 철회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많은 팬을 코트로 불러 모으며 성공적인 대회를 이어가고 있다.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 코트에서 개막한 올해 코리아오픈은 원래 세계 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 3위 제시카 페굴라(미국), 4위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 등 상위 랭커들이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열린 메이저 대회 US오픈에서의 체력 부담과 부상 등의 이유로 개막 직전 불참을 통보했다. 이진수 대회 토너먼트 디렉터(TD)는 “올해 US오픈 4강 중 3명이 코리아오픈에 출전할 예정이었지만 실제로 톱10 선수 4명이 동시에 불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US오픈 4강에 진출한 페굴라와 에마 나바로(8위·미국), 카롤리나 무호바(51위·체코) 모두 코리아오픈 출전을 포기하게 되었다.
이 TD는 “올해 윔블던이 끝난 후 파리 올림픽이 예정되어 있어 선수들이 빡빡한 일정 속에서 연이어 경기를 뛰어야 했다”며 “특히 페굴라는 올림픽에 출전한 후 토론토 대회 우승과 신시내티 및 US오픈 준우승을 기록하며 4주간 매일 경기를 치른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시비옹테크는 스스로 코리아오픈에 출전 신청을 했다가 철회한 경우고 리바키나는 부상으로 인해 출전을 포기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리아오픈은 여전히 흥미로운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으며 많은 팬들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2021년 US오픈 우승자인 에마 라두카누(70위·영국)가 팬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톱 시드인 다리야 카사트키나(13위·러시아)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카사트키나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단체전 은메달리스트인 나탈리아 자비아코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그녀는 2022년에 커밍아웃한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해 온 소신파로도 알려져 있다.
또한 2019년 프랑스오픈 4강에 오른 어맨다 아니시모바(46위·미국)와 한국에 대한 애정을 자주 표현해온 2022년 코리아오픈 챔피언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31위·러시아)도 주목받고 있다. 20위 내 선수로는 카사트키나 외에 류드밀라 삼소노바(15위), 디아나 슈나이더(16위·이상 러시아), 베아트리스 아다드 마이아(17위·브라질), 마르타 코스튜크(18위·우크라이나) 등 5명이 16강에 진출했다.
한국 선수들은 단식에서는 전원 탈락했지만 복식에서는 장수정(대구시청)이 2017년 US오픈 단식 우승자 슬론 스티븐스(미국)와 함께 8강에 올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진수 TD는 “추석 연휴 직전에 톱 랭커들이 불참을 통보해와 홍보 배너 등을 새로 만들지 못했을 정도”라며 “입장권 환불 요청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티켓 정책 변경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16강에 오른 선수들을 보면 앞으로 톱10에 들어갈 수 있는 30~40위 선수들이 많다”며 “전체적인 경기 수준이 높아진 만큼 경기장에 오신 분들께 더 나은 환경에서 수준 높은 테니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 코리아오픈 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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