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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이 강점을 지녔던 철강과 건설, 심지어 김치까지 중국의 저가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인상 등 무역 갈등으로 한국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에 가려져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품질을 위주로 한 차별화 전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 시간) 한국 수출기업들이 중국 경쟁사들의 홍수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대표적인 품목으로 김치와 철강, 석유화학, 화장품을 꼽으며 다양한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과잉생산과 자국 내 수요 부진의 영향을 받아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김치를 무역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품목으로 지목했다. 우리나라는 올 상반기 수출량보다 많은 양의 김치를 중국에서 수입하면서 장기간 무역수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김치 수입의 99%를 차지하는 중국산 김치는 국산보다 6배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돼 식당 등으로 유통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김치 수입액은 7153만 달러, 수출액은 7069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액 중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99.97%(7151만 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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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철강 업체들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몇 년째 이어진 중국 내 건설 부문의 둔화와 맞물려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 탓이다. 현대제철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8.9%나 쪼그라들었으며 포스코와 동국제철 역시 각각 50.5%, 23%씩 감소했다. 대한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철강의 가격은 톤당 평균 863달러인 데 반해 한국산 철강은 톤당 2570달러로 3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또 석유화학 기업들도 핵심 사업에서 손실이 불어나는 가운데 일부 기업은 생산 중단, 합작투자 철수, 확장 계획 연기를 발표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소개했다.
FT는 미중 무역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산업 부문에서 고통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여한구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위원은 “중국의 과잉생산은 중국과 서방의 무역 분쟁, 전기차, 태양광, 배터리에 집중돼 있다”며 “녹색 산업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1월~2024년 4월까지 전 세계 중국 수출품의 평균 가격은 매달 하락해 -10.2%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수출품의 가격은 -0.1%에 그쳤다. 중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로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원빈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중국의 수출 물량이 미국과 유럽에서 줄어드는 것은 우리에게 양날의 검과 같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에 수출할 기회가 더 많아졌지만 올해 들어 베트남·사우디아라비아·브라질·카자흐스탄 등에서 중국의 수출이 크게 늘어나 해당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거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FT는 한국 기업들이 품질을 통한 제품 차별화로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제조 업체들이 소비자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 기업 2228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중국 경쟁사에 비해 기술 및 품질 우위를 일관되게 유지했다’고 답한 기업은 26.2%에 불과했으며 이들 기업의 73.3%는 ‘향후 5년 이내 중국 경쟁사에 추월당할 것’으로 봤다.
최근 들어 우리 기업들이 중국 경쟁사에 대한 반덤핑 및 특허침해 소송에 적극 나서는 등 법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그간 우리나라는 기술 유출 위험에도 불구하고 중국 투자에 대해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며 “지금은 경제안보를 위해서 보다 정교한 조치가 필요하며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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