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이 수전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소재 기술을 확보하고 실증에 성공했다. 수전해는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으로 공정 비용 절감이 확산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수소 분리막 제조 기업 하이젠에너지는 고체수소분리막 설비 실증을 마쳤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실증은 SK에코플랜트가 보유한 창원 고체산화물수전해기(SOEC)와 연계해 진행됐다. SOEC를 통해 물로부터 전기 분해된 수소를 하이젠에너지가 개발한 고체수소분리막 설비를 통해 정제했다.
고체수소분리막 설비는 원기둥 형태의 지지체 다발로 이뤄진 반응기 시스템을 통해 수소를 정제한다. 하이젠에너지는 기존 금속 기반 지지체 소재를 세라믹으로 대체했고 여기에 수소만 선택적으로 투과, 정제할 수 있는 팔라듐을 도금했다.
이 지지체를 활용한 분리막으로 올해 5월부터 3개월 이상 수전해 설비를 가동한 결과 수소 정제율이 99.99%로 나타났다. 수소 회수율 또한 90%를 넘어 실증 성공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번 실증은 수전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소재의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체수소분리막 지지체는 수소가 투과할 수 있도록 미세하게 구멍을 내야 하는데 기존 금속 소재의 경우 타공 비용을 포함한 지지체 가격이 ㎠당 12만원을 오간다. 세라믹 소재는 같은 면적일 경우 가격이 13원에 불과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대규모 수전해 사업을 추진 중인 대기업의 설비와 연계해 실증에 성공함으로써 상용화 가능성도 한층 높였다.
SK에코플랜트는 월드에너지GH₂가 주관하는 ‘뉴지오호닉 그린수소 1단계 프로젝트’의 지분 20%를 확보하고 수전해 설비 공급권을 확보했다. 사업은 45억달러(6조원) 규모로 전기 생산을 위한 육상풍력발전 1GW,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SOEC·고분자전해질수전해기(PEMEC)가 총 600㎿ 규모로 구축될 예정이다. 최근 캐나다 정부가 환경영향평가 통과를 승인한 상태로 당초 계획대로 내년 설비 가동에 어려움이 없는 상태다.
정창훈 하이젠에너지 대표는 “분리막 기반 수전해 프로젝트에는 고체수소분리막이 수만개 단위로 쓰인다”면서 “지지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수전해 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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