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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돈값하는 단점 없는 자동차, 볼보 XC90 T8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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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C90을 보면 볼보라는 브랜드의 발끝이 어느 쪽을 향해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홈페이지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볼보는 이미 오래전부터 디젤 혹은 가솔린 엔진만 달린 모델을 라인업에서 지웠다. 순수 내연기관과 잡았던 손은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혹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옮겨 잡은 것이다. 

볼보 XC90 T8 전측면. / 허인학 기자
볼보 XC90 T8 전측면. / 허인학 기자

이번에 시승한 XC90은 알파벳 ‘B’가 아닌 ‘T’, 그리고 숫자 ‘8’과 ‘리차지(RECHARGE)’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은 모델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은 모델이라는 뜻이다. 두 유닛을 품고 달리는 XC90은 볼보가 그리는 모빌리티 시대로 안내해 줄 이정표와 같다. 

굳이 손댈 필요 없는 디자인 

볼보 XC90 T8의 테일램프. / 허인학 기자

볼보는 모델 생애 주기가 아주 길다. 1세대만 하더라도 2002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로 무려 12년이나 세대를 유지했다. 강산이 바뀌고도 남을 시간동안 한 디자인을 고수한다는 건 대단한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2세대 역시 그렇다. 무난하지만 질리지 않고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입은 탓에 꽤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보기 좋다. 벌써 두 차례나 부분 변경을 거쳤지만 굳이 디자인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이유다.  

볼보 XC90 T8의 토르의 망치 헤드램프와 그릴. / 허인학 기자

XC90의 디자인은 꽤 익숙해져 있지만 언제나 산뜻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그리고 질리지도 않는다. 새로 등장한 신차와 나란히 있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다. 그 중심에는 토르의 망치 헤드램프와 수직 크롬 형태 그릴, 아이언 마크가 있다. 이는 볼보를 대표하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핵심이다. 

볼보 XC90 T8의 측면. / 허인학 기자
볼보 XC90 T8의 측면. / 허인학 기자

눈여겨 볼 점은 단순히 시각적인 부분만을 위해 완성한 디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볼보는 늘 사람을 위한 디자인 요소를 적용한다. 이를테면 사이드미러의 위치다. 시야 확보를 위해 A 필러가 아닌 도어에 사이드미러를 위치시켰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앞코는 보행자와 충돌 시 충격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정말이지 안전 외골수가 따로 없다. 

볼보 XC90 T8의 배지. / 허인학 기자
볼보 XC90 T8의 배지. / 허인학 기자

볼보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과하게 티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T8은 친환경의 대명사처럼 사용되는 푸른색 컬러는 단 한 방울도 사용하지 않았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인 B6와 다른 점이라고는 후면에 붙은 배지와 측면 하단에 RECHARGE 레터링, 충전구가 전부다. 

오직 탑승자를 위한 실내 구성 

볼보 XC90 T8의 실내. / 허인학 기자
볼보 XC90 T8의 실내. / 허인학 기자

XC90의 실내는 그야말로 ‘사람 중심’의 정수다. 대형 SUV에 속하는 만큼 공간에 대한 불만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성인 4명이 타도 어깨를 비빌 일이 전혀 없다. 또 1열과 2열을 계단식으로 배치한 점 역시 탑승자의 시야 확보를 위한 배려다. 

볼보 XC90 T8의 운전석. / 허인학 기자
볼보 XC90 T8의 운전석. / 허인학 기자

300억원을 들여 투자한 티맵 기반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쓰임새가 아주 높다. 특히 연식 변경 모델부터는 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을 기반으로 실시간 신호등 정보를 비롯해 3D 지도 등 한층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 목적지 설정, 음악 재생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발화어로 통합 설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개인화 루틴과 데일리 브리핑 기능, 티맵 스토어도 추가됐다. 현명한 투자의 표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볼보 XC90 T8의 바워스&윌킨스. / 허인학 기자
볼보 XC90 T8의 바워스&윌킨스. / 허인학 기자

디자인 구성은 단조롭지만 고급스럽고 여전히 매력적이다. 커다란 센터 디스플레이는 해상도와 빛 반사 현상도 거의 없다. 또 오레포스 크리스탈 변속 레버는 손에 쥘 때마다 와인잔을 만지는 듯한 촉감을 전달한다. 바워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은 XC90의 실내를 하이엔드 스피커가 빼곡한 청음회 장으로 바꿔 버린다. 

두 유닛의 조화로 만든 462마력 

볼보 XC90 T8의 충전구. / 허인학 기자
볼보 XC90 T8의 충전구. / 허인학 기자

볼보는 XC90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을 꾸준히 손보고 있다. 눈에 보이는 자극적인 변화보다 내실을 다지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배터리 크기가 대표적인 예다. 처음 선보였던 T8은 배터리 용량이 9.2킬로와트시(kWh)에 불과했지만 세 차례에 걸쳐 배터리 용량을 18.6kWh까지 늘렸다. 덕분에 전기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는 거리도 기존 21킬로미터(㎞)에서 53㎞로 늘었다. 하루 주행거리가 50㎞를 넘지 않는다면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주행이 가능하다. 

볼보 XC90 T8의 엔진. / 허인학 기자
볼보 XC90 T8의 엔진. / 허인학 기자

출력도 기존 대비 50마력이나 높아진 462마력이다. 엔진은 317마력을 내고 전기모터가 145마력을 보탠다. 넉넉한 힘은 2.3톤(t)의 무게를 움직이기에 차고 넘친다. 최대토크는 72.3킬로그램미터(㎏·m)에 달한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빠르게 원하는 속도에 도달할 수 있다. 안전을 이유로 최고시속을 180㎞로 묶지만 않았다면 어지간한 스포츠 세단 혹은 스포츠 쿠페 따위는 충분히 사이드미러 속에 가둬둘 수 있다.  

볼보 XC90 T8의 오레포스 크리스탈 변속 레버. / 허인학 기자
볼보 XC90 T8의 오레포스 크리스탈 변속 레버. / 허인학 기자

변속 과정은 매우 매끄럽다. 일상적인 주행은 물론이고 과격하게 몰거나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정체 구간에서도 충격이 느껴지지 않는다. 8개로 쪼개진 기어를 바꿔 무는 과정을 혼신의 힘을 다해 티 내지 않는다. 럭셔리 SUV에 딱 어울리는 움직임이다. 

볼보 XC90 T8의 휠. / 허인학 기자
볼보 XC90 T8의 휠. / 허인학 기자

공기주머니에 바람을 가득 채운 에어 서스펜션은 시종일관 푹신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어떤 환경에서도 촐싹거리는 법이 없다. 매끈하고 정제된 승차감 덕분에 탑승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또 무거운 짐을 싣고 내릴 때를 대비해 트렁크 부분에 리어 서스펜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을 마련했다. 

볼보 XC90 T8의 전면. / 허인학 기자
볼보 XC90 T8의 전면. / 허인학 기자

다만 4기통 엔진이 잠에서 깨어나는 과정이 석연치 않다. 소음과 진동이 약간 크게 느껴진다. 조금 더 방음에 신경을 썼으면 어땠을까 싶다. 또 전기모터와 엔진이 배턴을 주고받는 순간 하부에서 ‘딱’하는 소음이 들리기도 했다. 마치 새하얀 옷에 김칫국물이 튄 것처럼 느껴졌다. 

볼보 XC90 T8 후측면. / 허인학 기자
볼보 XC90 T8 후측면. / 허인학 기자

XC90 T8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지다. 1억원이 넘는 가격표를 달고 있지만 그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넉넉한 배터리 용량과 400마력이 훌쩍 넘는 힘, 배려심 넘치는 실내는 돈이 아깝지 않을 수준이다. 수도 없이 XC90을 경험했지만 단언컨대 XC90 T8은 단점이 없는 자동차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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