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원’ ‘지역화폐법’ 추석 연휴 이후
줄줄이 국회 본회의 표결 앞둔 가운데
‘죽자니즘’ ‘빚 잔치’ 등 與 맹폭 이어져
금투세에는 ‘단일대오’ 무너진 채 혼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는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임 한 달을 맞이한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7월 10일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2027년 민주당의 집권을 염두에 두듯 ‘수권정당’이란 키워드와 함께,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슬로건)이 유일한 이데올로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랬던 만큼, 이재명 2기 출범 후 만 한 달 동안 이 대표의 ‘먹사니즘’이 얼마만큼 나아갔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 2기 체제 들어 민주당이 ‘민생을 되살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기치를 토대로 정부·여당을 맹폭해 왔던 것과 달리, ‘전국민 25만원 살포법’의 패키지격인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지역화폐법 개정안)’은 ‘죽자니즘(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란 수식어부터 얻은 상황이다.
여권에서 이를 ‘현금 살포’ ‘이재명 하명법’ 등으로 규정하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은 데다, 설상가상 우원식 국회의장이 ‘임시 제동’까지 걸어, 지역화폐법 본회의 통과를 통해 추석 민심을 공략하려던 민주당의 계획마저 불발됐다.
먹사니즘과 관련해 민주당 내부의 사정 또한 긍정적으로는 흘러가지 않고 있는 기류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한 당내 혼란 상황도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에서 85.4%라는 역대 최고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하며 ‘2기’의 막을 올렸으나, 일각에서는 이것이 무색하게 금투세 앞에선 ‘이재명 일극’ 단일 체제는 이미 깨졌다는 인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연임을 한 이재명 대표는 차기 대권을 위해 중도 외연 확장, 실용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이것이 당이 가진 기존 경제 가치관과 충돌하다 보니 금투세의 시행과 유예 여부 등을 둘러싼 내부 분열으로 당내 난맥상과 분열만 더욱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다. 중도층에 소구하려던 행보가 오히려 당을 술렁이게 하면서, 금투세와 관련한 당론 도출 방향이 어디일지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좌우될 전망이다.
추석밥상 올리려던 ‘속도전’ 불발 가운데
19일 ‘지역화폐법’ 본회의 상정될 전망
26일엔 전국민 25만원 살포법 재표결
재의요구권 행사 후 폐기 수순 재연될듯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채상병·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본회의에 ‘지역화폐법’을 상정하려던 민주당의 당초 계획이 불발됐다. 법안의 상정 일정이 당초 12일에서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뤄지면서, 민주당은 일주일 간의 숨 고르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민주당은 연휴가 끝난 직후인 오는 19일 그리고 26일에 걸쳐 먹사니즘과 관련한 쟁점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태세다.
민주당은 민생 회복과 소비 진작을 위해 ‘전국민 25만원 살포법’과 ‘지역화폐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 중 지역화폐법은 ‘전국민 25만원 살포법’으로도 수식되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의 패키지격인 법안이다. 이 법안은 국가의 재정 지원을 재량 규정에서 의무 규정으로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지역사랑상품권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 등의 이름으로 발행하고 있다. 이를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판매·환전 등 운영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해 상품권 발행을 활성화하겠단 것이다. 여권에서는 지역화폐법 개정안은 전국민 25만원 살포를 아예 상시화 하겠다는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는 26일에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포함해 ‘방송4법’ ‘노란봉투법’ 등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로 되돌아온 법안에 대한 재표결도 예정돼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최근 현행 30%인 지역화폐 소득공제율을 80%까지 상향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상품권이나 선불카드)을 사용한 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기존 30%에서 80%로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연간 신용카드 초과 사용액 중 지역화폐의 경우 30%가 적용되던 소득공제율을 80%로 확대하는 것이다. 여기에 추가로 100만원 한도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해 지역화폐 사용 촉진을 유도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이 같은 민주당과 이재명 표 ‘지역화폐’를 둘러싼 광폭 행보에는 번번이 제동이 걸리는 수순이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와 이후 재표결, 결국 법안이 폐기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불가피하다.
지난 6일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5일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지역화폐법에 대해 “자식 세대 빚 잔치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또 “만약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에 의해 강행 처리된다면 반드시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및 재표결 후 폐기돼야 하는 악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이재명 대표의 연임을 계기로 진행됐던 여야 대표 회담에서의 유일한 성과였던 ‘민생 공통공약 협의기구’ 발족도 야권의 ‘지역화폐법’ 강행을 고리로 결국 무산이 된 상황이다.
22대 국회는 여야의 강대강 대치로 3개월간 ‘개원식’도 열지 못했었다. 그러다 지난달 28일 전세사기특별법, 구하라법 등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에 이어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이뤄지며 어렵게 협치의 물꼬가 트여지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하지만 양당 정책위의장이 민생 공통공약 협의기구 발족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 전날, 야당이 ‘지역화폐법’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했다. 이와 관련해선 김상훈 의장은 “집권여당 대표와 제1야당 대표의 회담 공동 발표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민주당의 일방적 입법 폭주가 재발하는 상황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양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공통 공약 협의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유감을 표명했다. 이미 경색될 대로 경색됐던 정국은 이 대표가 힘을 실어온 ‘지역화폐’ 등으로 인해 더 큰 혼란으로 빠져들었다.
李, 금투세 공식 입장 밝히지 않은 채
24일 당 ‘토론회’에서 당 노선 정리 예정
‘이재명세’ 수식어 정치권 안팎 등장에
예정대로 시행 땐 먹사니즘 타격 불가피
이재명 대표가 ‘먹사니즘’을 강하게 부르짖어온 가운데,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 중 이의 일환으로 ‘금투세’와 관련한 전향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문제는 금투세 시행이 4개월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원내 1당인 민주당은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에는 ‘예정대로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당초 민주당 내부에선 금투세가 ‘부자감세’란 인식이 강했었기에, 이 대표의 전향적인 발언들을 놓고 금투세를 둘러싼 내부 논쟁은 점점 가열되고 있다.
‘예정된대로 시행’ ‘또 유예’ ‘보완 후 시행’ 등 당내 봉합되지 않는 의견들이 여러 경로로 표출되면서 시장의 혼란 또한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민주당의 정책 수장이자 ‘예정대로 금투세 시행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 진성준 정책위의장의 블로그가 개미투자자들로부터 댓글 폭격을 받는 등 여론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이미 당의 ‘단일대오’는 깨진 채 진 의장을 향한 원내의 공개 반발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소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진성준 의장과 장외 설전을 하면서 “모바일 주식투자가 보편화돼 이제 핸드폰 몇 번 만지면 해외주식 투자가 가능하다. 해외시장은 통행세가 있지만 우리 시장보다 훨씬 투명하고 수익률이 높은 ‘아스팔트 도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우리 도로가 ‘포장도 안 깔고 통행세 받겠다’라고 하면, 차량들이 바로 옆 아우토반(고속도로)으로 빠질 것이 분명하고, 우리 도로는 통행량이 줄어들어 한산한 비인기 도로가 될 것인데 그렇게 만들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했다. 진성준 의장은 “비포장도로라도 수익을 올렸으면 세금 내는 것이 맞다”고 응수했다.
이 같은 논란의 불을 쏘아올린 이 대표는 전당대회 레이스 당시 “시행 시기 문제를 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출마 기자회견)” “금투세는 5년간 연간 5000만원, 2억5000만원 이상을 벌어야 세금 대상이 된다. 이것을 연간 1억원 정도로 올려서 5년간 5억원 정도를 버는 것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주자(당대표 후보 2차TV토론회)” “주식은 꿈을 먹고사는데 5000만원까지 과세하는 문제에 많은 분들이 저항하고 있다(4차TV토론회)”는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진성준 의장은 표면상 이 대표와 금투세를 둘러싼 ‘이견’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 이재명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유임됐다. 진 의장은 유임 후에도 여전히 금투세의 도입과 예정대로 시행을 찬성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과연 이 대표의 실제 의중이 무엇인지를 두고도 정치권과 시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투세는 2023년 시행을 목표로 했지만 전산 시스템 구축의 어려움, 투자금의 해외 유출 우려, 조세 저항 등으로 인해 내년 1월 시행하는 것으로 시기가 유예된 상태다.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 금액이 넘는 금융투자소득(국내 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에 세금을 매기는 것을 핵심으로 한 금투세는 이대로라면 예정대로 내년 1월 시행을 하게 된다.
이 대표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오는 24일 공개토론회를 통해 당의 금투세 관련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금투세 시행 강경론자인 진 의장과 ‘유예·폐지론자’ 의원의 장외 설전 등에 비춰보듯 금투세 논의 과정에서의 진통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투세 공개 토론회에서는 당내 찬반 주장이 강하게 부딪힐 전망이다.
자칫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개미 투자자들 사이에서 ‘금투세는 이재명세’란 인식이 더욱 퍼지며 이 대표의 ‘먹사니즘’ 행보에는 타격이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미 투자자들은 이미 금투세를 ‘재명세’라고 부르고 있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7일 “민주당이 기어이 금투세 폐지라는 국민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금투세의 또 다른 이름은 ‘이재명세’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지난 12일 또 한차례 이 대표를 겨냥하면서 “이 대표는 금투세와 관련해 이리저리 말을 돌려왔다. 먹사니즘을 한다더니 실제로는 ‘간보기즘’을 하고 있다”고 맹폭했다. 권 의원은 “민주당이 기어이 금투세 시행을 강행한다면 금투세는 ‘이재명세’로 불러야 마땅하며, 민주당은 ‘KDP(코리아 디스카운트 파티)’라고 불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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