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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놓은 윤석열 정부? 오물 풍선 날아온다는 문자, 추석에도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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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맞대응으로 시작된 북한의 오물 풍선이 끊이지 않고 남한으로 내려오는 가운데, 남한 민간인의 재산 피해까지 발생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정부는 오물 풍선을 막지도, 예방하지도 못한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지난 8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경 경기도 파주 광탄면의 한 공장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지붕 330㎡가 불에 타면서 약 8700만 원의 재산 피해가 일어났다. 화재를 조사한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3시간 만에 진화된 이 불의 원인은 북한의 오물 풍선이었다.

이에 10일 이창현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 공보차장은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화재 발생과 관련 “풍선에 포착된 발열 타이머가 풍선과 적재물을 분리하는 열선을 작동시키는 과정에서 불완전 분리 상태로 낙하하게 되면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오물 풍선에 기폭장치를 이용해 폭발을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기폭장치라는 표현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며 “군에서는 발열 타이머라고 판단하고 있고 그것의 인화성은 아직까지 확인된 바 없다. (풍선에) 폭발물이 있는지 등을 다 판단하고 있고 현재까지 그런 정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차장은 “풍선을 공중에서 격추하게 되면 적재물 낙하 또는 유탄에 의한 위험성이 더 높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자연낙하 후 신속히 수거하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되고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참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이후 이같은 입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부양하는 오물 풍선 안에는 그 특성상 무엇이 사전에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자칫하면 격추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합참의 설명대로 오물 풍선이 지상에 떨어지면 최대한 빠르게 수거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대응 방법이다.

그런데 이는 상황이 벌어지면 취할 수 있는 사후적인 차원의 조치라는 점에서 그 한계가 명확하다. 이번 공장 화재 사건과 같이 오물 풍선으로 인해 또 다른 피해가 생기지 말라는 보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 당국자의 반응도 별로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풍선 피해에 대해 북한에 배상 청구를 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의 지적에 “그 문제에 대해선 북한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 당국자 입장에서는 북한이 날린 오물 풍선으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었으니 선언적인 차원에서라도 북한에 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수는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대응이 현실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0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한 정부 시설인 소방서를 철거하자 손해배상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남한 법원에서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집행할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6월 14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을 때 통일부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하 경문협)이 북한에 지급해야 할 저작권료가 재판 승소 시 집행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는 식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는 법적 주체성 문제 및 경문협의 저작권료 성격 등으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08년 대북 송금이 막힌 이후 경문협은 북한에 지급해야 할 저작권료 약 18억 원을 법원에 공탁한 상태다. 이 금액을 집행하는 것에 대해 법원은 저작권료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이를 국가 책임에 해당하는 ‘배상금’으로 지불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관련 소송에서 원고가 패소하기도 했다. 지난 2월 14일 서울동부지법 민사항소2-3부(오덕식 조규설 신신호 부장판사)는 국군포로인 고(故) 한재복 씨 등 2명이 경문협을 상대로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는 ‘경문협이 북한에 지급해야 할 저작권료’를 ‘북한이 자신들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추심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북한이 “피압류채권을 가지는 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언급했다. 즉 남한 헌법상 북한이 독립 국가도 아니며, 그렇다고 법적 주체가 될 수 있는 ‘비법인 사단’등 다른 유형으로 인정할 수 있는 증거도 부족하다는 설명이었다.

따라서 오물 풍선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격추나 법적 책임 등 사후적인 방법보다는 사전에 북한이 풍선을 부양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오물 풍선 부양의 원인이 되는 남한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거나 최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거나 자제시킬 의지가 없어 보인다. 김 장관은 전단 살포 단체와 만나 항공안전법 위반 등 실정법 위반 문제를 이야기했냐는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의 질문에 “실무진에서 단체들과 유선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민간단체가 항공안전법과 관련해서 경찰에 조사를 받고 있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국혁신당이 9일 기준 전단을 살포하는 민간단체와 대면 면담을 했냐는 질의에 대해 통일부는 답변 자료에서 지난 4월 이후 현재까지 대북전단 민간단체와의 면담은 4월 28일, 5월 27일, 6월 14일, 6월 18일, 7월 1일 등 다섯 차례였으며 이후 면담 없이 전화통화 등을 통해 실무적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단 살포가 항공안전법뿐만 아니라 저작권법 등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도 통일부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민간 단체들이 이동식저장장치(USB)에 한국 드라마나 영화, 음악 등을 담아 북한으로 보내는 것이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고발 조치를 해야하지 않냐는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의 질문에 김 장관은 “경찰 조사가 우선”이라며 고발을 하는 주체도 통일부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라고 한다고 답했다.

통일부의 이러한 태도는 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에서도 명시 돼있듯이 표현의 자유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조건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기본권은 아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전단 살포에 대해 처벌 조항을 명시한 남북관계발전법의 일부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했을 때도 전단 살포의 무조건적인 자유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통일부가 전단 살포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남북관계발전법 조항의 위헌 결정 이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뿐만 아니라 여당의 일부 의원들도 이를 대체할 법안 마련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 대체법안을 마련한 의원도 있는데 정작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이를 실행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점도 문제다.

통일부 안팎에서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통일부가 “표현의 자유”만 중시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이미 스텝이 꼬여버렸기 때문에 지금 와서 상황을 정리하고 입장을 조정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는 현재 통일부 내의 구성원 면면을 봤을 때 이 문제를 정리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런데 통일부가 지금처럼 전단 살포에서 비롯된 오물 풍선 문제에 손을 놓고 있으면 국민의 피해는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가장 간단하고 현실적인 방법인 전단 살포 제지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한데, 통일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잘못된 인식 하에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도록 스스로의 손발을 묶어 놓고 허우적거리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 이마저도 제대로 못하면 정부로서의 자격이 없다. 이미 정부의 미진한 대처로 북한의 오물 풍선이 날아들어 국민이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북한 오물 풍선이 날아온다는 안전 안내 문자를 보는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 정부가 하루라도 깨닫고 실효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지난 5월 29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발견된 북한의 대남전단 풍선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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