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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12 터보 엔진과 수동변속기의 미친 조합, 애스턴 마틴 발러를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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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부터 알고 있어야 한다. 자동차 역사상 터보 V12 엔진과 수동변속기를 연결한 차는 단 하나뿐이다. 단 110대만 생산할 예정이니, 지금 보고 있는 차는 그중 한 대다. 솔직히 말해, 길을 가다 애스턴 마틴 발러(Valour)와 우연히 마주치는 것보다 인접한 들판에서 요동치고 있는 말을 보게 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그러니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100만 파운드 : 약 17억7200만 원)을 보면서, 도대체 이 가격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지 너무 오랫동안 궁금해하진 말기 바란다. 엄청난 추가 비용은 특별한 탄소섬유 차체나 다른 어떤 특별한 장비에 지불하는 게 아니다. 부자들이 갈망하는 건 따로 있는데, 그건 바로 다른 부자들에게는 없는 것을 손에 넣는 것이다.

앞서 여러 번 말했듯, 발러는 1970년 DBS V8로 삶을 시작해 1977년(17위)과 1979년(완주에는 실패)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참가하며 레이스카로 발전한 애스턴 먼처(The Muncher)에 대한 오마주로 디자인한 한정판 모델이다.

구조적으로 이 차는 A-필러 뒤쪽으로는 본질적인 V8 밴티지라 할 수 있다. 오리지널 V12 밴티지에서 가져온 6단 수동변속기를 뒷바퀴 사이에 배치하고, 전자식 디퍼렌셜(e-diff) 대신 수동 디퍼렌셜 록을 탑재한다. 그 반대쪽 끝에는 DBS 770에서 가져온 엔진이 자리 잡는데, 변속기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최고출력 705마력, 최대토크 76.7kg·m로 디튜닝했다.

수석 엔지니어인 사이먼 뉴턴(Simon Newton)은 이를 강화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자면 변속 품질을 희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애스턴의 마지막 수동 모델인 7단 밴티지 V12 S의 비참한 기어변속을 경험했기 때문에, 나는 그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열심인 이유를 충분히 이해한다.

인체공학적 측면에서, 실내는 순수한 ‘올드 스쿨’ 애스턴 마틴 스타일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스위치 기어와 스크린이 들어간 바람에 분위기를 조금 망쳤지만, 거의 무한대인 개인 맞춤형 선택의 범위 덕분에 최소한 멋진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시승차는 최첨단 소재와 트위드 패브릭을 혼합한 디자인으로 확실히 멋지다. 엔진은 익숙한 V12 사운드와 함께 돌아가기 시작하지만, 기대했던 만큼 웅장하게 울리진 않는다.

이 차는 그 자체로 대단한 이벤트일 뿐 아니라 외관만큼 사운드도 멋있어야 한다. 어쨌든 실제로 내는 소리는 아름답다. 예상과 달리 클러치가 아주 무겁진 않았고,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 스티어링 휠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차는 당당하게 도로 주행용으로 만들어졌다(만약 트랙 데이에서 친구들을 앞지르고 싶다면, 38대 한정판 발리언트(Valiant) 서킷 튜닝 모델 중 하나를 기대해야 한다).

발러는 규정을 철저히 따르는 순응적인 주행과 부드러운 기어 변경을 제공한다. 실제로 이 섀시는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댐퍼가 부드럽게 설정되어 승차감이 탁월하지만, 수직 방향 움직임이 너무 크다고 느껴질 때 댐퍼를 ‘스포츠’로 전환하면 차체가 단번에 안정된다. 차체 앞머리의 무게감과 코에서 질량이 느껴지고, 뒤쪽 디퍼렌셜이 팽팽해 원하는 대로 언더스티어를 유도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스티어링이 매우 정확하기 때문에 항상 차체를 원하는 위치로 잡을 수 있으며, 앞 엔진-뒷바퀴굴림 방식의 차체로 코너를 빠져나가기 위한 특별한 그립력을 믿을 수 있다.

이 같은 성능은 트랜스 액슬과 디퍼렌셜 및 부드러운 스프링 성능에 기인한다. 더 좋은 건 기어박스가 훌륭하다는 것이다. 기어 변속은 매끄럽고 약간의 기계적 감각이 살아있으며, 2단에서 3단으로 넘어갈 때는 예외적으로 정교하다. 거의 모든 면에서 이 차에 기대했던 높은 수준과 정확히 일치한다. 매끄러운 작동과 V12 엔진의 부드러운 사운드의 조화를 즐기며 잘 닦은 도로를 달리다 보면, 자동차가 주는 극한의 쾌락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할지라도 까다롭게 구는 게 자동차 기자의 일이고, 내가 만약 엔지니어링 팀에 속해 있다면, 이 차의 성능을 더 끌어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엔진 파워와 섀시 설정과 같은 크고 값비싼 부분은 그대로 두고, 조향과 브레이크 지원을 조금 줄이며 스로틀과 클러치를 나란히 민감하게 조정해 만족스러운 반응을 얻을 것이다.

시승차는 전체 기어 단수의 절반 정도에서도 시속 177km의 속도를 낼 수 있다. 또한 일반, 스포츠 및 트랙 모드 사이의 반응 변화를 더 크게 만들기 위해 동력 전달 맵을 새로 작성했다. 자, 이제 하고 싶었던 말을 해야겠다. 나는 이 차를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보고 싶다. 미리 말하지만, 나는 그리 교양 넘치는 사람은 아니다. 터보 V12의 반응은 자연흡기 엔진보다 추측하기 어렵고 힐앤토를 구사할 때 다운시프트를 잘못하면 거슬리는 사운드가 들리게 마련인데, 그래서 레브 매칭 프로그램도 집어넣고 싶다. 하지만 그 정도일 뿐이다.

나는 이 차가 빨리 달리는 것보다 운전 즐거움에 더 신경을 쓰는 ‘특별한’ 애스턴이라는 게 너무 좋다. 진정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흡족하다. 그들이 더 많은 걸, 더 접근할 수 있을 만한 가격대로 만들어주면 좋겠다. 그리고 페달이 꼭 세 개라면 더 좋을 것이다. 

글 앤드류 프랭클 (Andrew Frankel)

오토카코리아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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