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얼굴도 모르고 성도 다른 조상 모시는 며느리에게 감사해야”..

서울경제 조회수  

“얼굴도 모르고 성도 다른 조상 모시는 며느리에게 감사해야”..
최영갑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이 서울 종로구 명륜동 유림회관에서 차례 표준안을 설명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마음이 편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무엇보다 차례 상 준비 걱정에 벌써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여성의 호소가 적지 않다. 오죽하면 ‘명절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차례를 지내지 않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게 혹 불효가 아닌지 마음 한편이 무겁기도 하다. 2년 전 추석을 앞두고 ‘차례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던 최영갑(61)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유림회관에서 만났다. ‘유교의 현대화’를 추진하는 그는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제철 과일과 나물·백김치·송편·구이·술 등 여섯 가지 음식을 올리는 차례 표준안을 제시해 화제를 모았다. 최 회장은 성균관대 유학과를 나와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유학 전문가다.

“문헌(주자가례)을 보면 설과 추석 같은 민속 명절에는 ‘그 계절에 나는 음식을 올린다’는 것만 간단하게 나와 있을 뿐 제사처럼 이런저런 복잡한 예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사 형식을 차례에 그대로 잘 못 옮겨오다 보니 성대한 차례 상이 되고 말았죠. 차례 표준안은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하는 것입니다.”

전 부치지 않아도 돼…김장쟁 기름진 음식 올리지 말라’ 근거

“얼굴도 모르고 성도 다른 조상 모시는 며느리에게 감사해야”..
9일 추석을 앞둔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서울경제DB

그는 2022년 ‘전을 부치지 않아도 된다’고 한 것은 ‘기름진 음식을 올리지 않는다’는 사계 김장생(1548~1631년)의 ‘가례집람’에 근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례의 제사화’에 대해서는 세 가지 학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갑오개혁(1895년)으로 신분제가 폐지되자 양반가보다 더 부유한 신흥 계층이 과시욕에서 화려한 제사를 모방했다는 학설이다. 또 전반적으로 물산이 풍부해졌다는 학설, 풍성하게 차리는 종갓집 제사를 따라갔다는 학설도 있다. 이 중 ‘갑오경장설’이 좀 더 유력하다는 게 유학계의 분석이라고 최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갑오경장 이전 유학이 지배한 조선 시대에는 정작 차례 상차림은 매우 단순하고 간소했다”며 “예컨대 추석에는 송편을, 설에는 떡국을 올리면 되는데도 제사처럼 메(밥)와 탕(국)을 올리는 관습이 내려오면서 상차림 가짓수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홍동백서·조율이시 예법에 없어예법은 인정을 따라 마음 편한 대로

“예법의 기본은 인정(人情)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인정을 따른다는 것은 마음을 담고 마음이 편한 대로 한다는 것입니다. 인정을 거슬러서는 예법이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예법은 형식과 실질 두 가지 모두 중요한데 실질은 빼버리고 형식만 남다 보니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배치)’ ‘조율이시(棗栗梨柹·대추·밤·배·감)’ 하고 따지는 것이죠. 하지만 홍동백서는 예법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는 “홍동백서는 상 차릴 때 헷갈리지 않고 외우기 쉽도록 하기 위해 구전으로 내려온 것이 아닌가 추정만 할 뿐”이라고 했다.

“얼굴도 모르고 성도 다른 조상 모시는 며느리에게 감사해야”..
2022년 9월 성균관이 제시한 차례 간소화 표준안에 따른 상차림. 품이 많이 드는 전은 상에 올리지 않았다. 연합뉴스

최 회장은 2022년 차례 표준안에 대해 “일부 종갓집에서도 ‘잘했다’고 격려해준다”면서 “아무래도 종부가 고생하는 것을 아니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성균관이 진작 제시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며 “얼굴도 모르고 성도 다른 조상을 모시는 며느리들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차례 상차림 문제로 가족이 힘들고 서로 불편하다면 조상들이 반길까”라고 반문하면서 “차례는 조상에 대한 작은 추모이자 가족 화합의 장이기에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형편에 맞게 지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차례의 제1 원칙은 ‘가족 화합’ ‘가족 협의’라고 했다. 다만 간소화가 차례를 안 지내도 된다는 식으로 곡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례가 예법에 맞는지 물어봤다. 최 회장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나 스파게티 같은 것을 올려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권장하지는 않겠지만 문제 삼을 일이 아니고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답했다. 또 “여행지에서 간단한 상차림으로 차례를 지내는 것도 무방하고 수입산 과일도 괜찮다”고 말했다.

차례(茶禮)인데도 차 대신 술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주자가례를 보면 차를 올린다는 대목이 나온다. 중국은 차 문화가 발달했지만 우리는 차를 구하기 어려워서 대신 술을 올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문중에서는 지금도 차를 올린다”며 “차와 술 대신 물을 올려도 된다”고 설명했다. “문헌에는 물을 현주(玄酒·검은 술)로 올렸다고 해요. 밤에 제사를 지내다 보니 어두컴컴하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차례는 명절 아침 맏아들이 지낸다?가정의례준칙 현실에 안 맞아

“얼굴도 모르고 성도 다른 조상 모시는 며느리에게 감사해야”..
건전가정의례준칙 제21조에 적시된 차례 규정

제사도 한날에 부모를 함께 모셔도 된다고 했다. “아버지 제사를 지내다 보면 어머니 생각도 날 것 아닙니까. 굳이 안 될 이유가 없지요. 부모의 제사를 함께 지내는 것을 문헌에는 ‘합설(合設)’이라고 해요. 옛날에도 함께 모시기도 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서 “제사든 차례든 장손만 지내지 않고 자녀 세대가 돌아가면서 해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고려 시대에는 ‘윤회봉사(輪廻奉祀)’라고 해서 자녀들이 돌아가면서 부모님을 모시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차례는 매년 명절 아침 맏손자의 가정에서 지낸다’고 명시된 건전가정의례준칙은 마땅히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뉴스] 랭킹 뉴스

  • [인터뷰] 김윤경 "NAC UNIVERSE서 한국 피트니스 위상 높이고 싶어"
  • 윤 대통령, 후반기 국정과제는 '양극화 해소'…김한길과 대책 논의
  • [인터뷰] NAC코리아 이경란 "피트니스 선수로서 목표는 우주정복"
  • 푸틴이 직접 공개한 극초음속 IRBM은 어떤 무기?
  • 똑같은 사안인데 뒤바뀐 결론…법원 “방통위 2인 체제 하에서 KBS 이사 7인 임명 합법"
  • 김호상 밀양공업사 대표, 9년째 이어오는 지역인재 육성 위한 손길 ‘귀감’

[뉴스] 공감 뉴스

  •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9주기 추모식’ 고향 거제서 열려
  • ‘거창군 고향사랑기부금’ 기부 잇따라
  • [동십자각] 가짜뉴스와 ‘미공표’ 여론조사
  • 장금상선, 그룹사 간 은밀한 자금대여 이면 속 급성장한 ‘오너 2세’ 기업
  • [‘추경 검토설’ 논란] 예산안 처리 앞두고 당정 엇박자
  • 적격비용 재산정 앞두고 카드업계 ‘깊어가는 고민’

당신을 위한 인기글

  • ‘감칠맛 최고봉’ 보글보글 끓이는 소리마저 맛있는 꽃게탕 맛집 BEST5
  • 고소한 맛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는 파전 맛집 5곳
  • 입소문으로 유명하던 맛집을 한 곳에서! 인천 맛집 BEST5
  • 눈으로 한 번 먹고, 입으로 두 번 먹는 브런치 맛집 BEST5
  • [맥스무비레터 #78번째 편지] 극장 온도 급상승 ‘히든페이스’ 문제작의 탄생💔
  • [인터뷰] 봄의 햇살 닮은 채서은, 영화 ‘문을 여는 법’으로 증명한 가능성
  • “야한데 야하지 않은 영화”…’히든페이스’ 관객 후기 살펴보니
  • [위클리 이슈 모음zip] 민희진 아일릿 대표 고소·개그맨 성용 사망·’정년이’ 끝나도 화제 계속 외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르브론+AD 70점 합작에도 졌다! LA 레이커스, 올랜도에 1점 차 패배…바그너, 종료 3초 전 역전 3점포

    스포츠 

  • 2
    “김하성 강력한 수비와 테이블 세팅” 시애틀행 美 파격전망…개막전 1번·2루수 선발출전

    스포츠 

  • 3
    ‘강릉 당일치기’ 숲과 바다를 함께 즐기는 강릉 여행 코스 추천

    여행맛집 

  • 4
    누가 뭐라 해도 그 시절, 최고 남배우의 고백

    연예 

  • 5
    "곧 토트넘에 입단한다는 그 한국선수가 대체 누구야?" 유명 영국매체 집중 조명

    스포츠 

[뉴스] 인기 뉴스

  • [인터뷰] 김윤경 "NAC UNIVERSE서 한국 피트니스 위상 높이고 싶어"
  • 윤 대통령, 후반기 국정과제는 '양극화 해소'…김한길과 대책 논의
  • [인터뷰] NAC코리아 이경란 "피트니스 선수로서 목표는 우주정복"
  • 푸틴이 직접 공개한 극초음속 IRBM은 어떤 무기?
  • 똑같은 사안인데 뒤바뀐 결론…법원 “방통위 2인 체제 하에서 KBS 이사 7인 임명 합법"
  • 김호상 밀양공업사 대표, 9년째 이어오는 지역인재 육성 위한 손길 ‘귀감’

지금 뜨는 뉴스

  • 1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Uncategorized 

  • 2
    노경은, SSG와 2+1년 25억원 잔류 계약 체결

    스포츠 

  • 3
    전유진 "김다현, 마인드도 프로...배울점 많은 동생" [화보]

    연예 

  • 4
    [리뷰: 포테이토 지수 80%] '대가족', 가족 의미 곱씹게 하는 착한 영화

    연예 

  • 5
    ‘1천만 원대’의 역대급 가성비라는 오프로드 SUV 등장.. 토레스랑 닮았는데?

    차·테크 

[뉴스] 추천 뉴스

  •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9주기 추모식’ 고향 거제서 열려
  • ‘거창군 고향사랑기부금’ 기부 잇따라
  • [동십자각] 가짜뉴스와 ‘미공표’ 여론조사
  • 장금상선, 그룹사 간 은밀한 자금대여 이면 속 급성장한 ‘오너 2세’ 기업
  • [‘추경 검토설’ 논란] 예산안 처리 앞두고 당정 엇박자
  • 적격비용 재산정 앞두고 카드업계 ‘깊어가는 고민’

당신을 위한 인기글

  • ‘감칠맛 최고봉’ 보글보글 끓이는 소리마저 맛있는 꽃게탕 맛집 BEST5
  • 고소한 맛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는 파전 맛집 5곳
  • 입소문으로 유명하던 맛집을 한 곳에서! 인천 맛집 BEST5
  • 눈으로 한 번 먹고, 입으로 두 번 먹는 브런치 맛집 BEST5
  • [맥스무비레터 #78번째 편지] 극장 온도 급상승 ‘히든페이스’ 문제작의 탄생💔
  • [인터뷰] 봄의 햇살 닮은 채서은, 영화 ‘문을 여는 법’으로 증명한 가능성
  • “야한데 야하지 않은 영화”…’히든페이스’ 관객 후기 살펴보니
  • [위클리 이슈 모음zip] 민희진 아일릿 대표 고소·개그맨 성용 사망·’정년이’ 끝나도 화제 계속 외

추천 뉴스

  • 1
    르브론+AD 70점 합작에도 졌다! LA 레이커스, 올랜도에 1점 차 패배…바그너, 종료 3초 전 역전 3점포

    스포츠 

  • 2
    “김하성 강력한 수비와 테이블 세팅” 시애틀행 美 파격전망…개막전 1번·2루수 선발출전

    스포츠 

  • 3
    ‘강릉 당일치기’ 숲과 바다를 함께 즐기는 강릉 여행 코스 추천

    여행맛집 

  • 4
    누가 뭐라 해도 그 시절, 최고 남배우의 고백

    연예 

  • 5
    "곧 토트넘에 입단한다는 그 한국선수가 대체 누구야?" 유명 영국매체 집중 조명

    스포츠 

지금 뜨는 뉴스

  • 1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Uncategorized 

  • 2
    노경은, SSG와 2+1년 25억원 잔류 계약 체결

    스포츠 

  • 3
    전유진 "김다현, 마인드도 프로...배울점 많은 동생" [화보]

    연예 

  • 4
    [리뷰: 포테이토 지수 80%] '대가족', 가족 의미 곱씹게 하는 착한 영화

    연예 

  • 5
    ‘1천만 원대’의 역대급 가성비라는 오프로드 SUV 등장.. 토레스랑 닮았는데?

    차·테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