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용 30인분 밥솥이랑 업소용 제로 사이다 30개 묶음 얹어서 1만원! 1만원이에요 1만원. 어머니 가져가셔…오케이 1만원~.”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0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만물도깨비경매장. 이곳에서는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내놓은 물건 등이 주로 경매되고 있다.
이날 경매에서는 식당에서 쓰던 김치냉장고가 5만원, 플라스틱 접시 30개 묶음이 5000원에 낙찰됐다. 노래방이 문을 닫으며 내놓은 대형 블루투스 스피커도 7만원에 낙찰됐다. 또 폐업한 마트에서 나왔다는 음료수와 과자도 10~30개 묶음으로 각각 3000~5000원 정도에 팔려나갔다.
이 경매장에서 9년째 경매업자로 일하고 있는 50대 남성 김모씨는 “요즘 폐업이 코로나 때보다 많아졌다”면서 “폐업한 가게에서 먼저 물건을 팔아.달라며 연락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폐업 100만명 육박… 폐업 물품 경매에 넘기는 가격도 떨어져
자영업자 폐업은 작년에 98만6487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19년 92만2159명이었던 폐업자 수는 2020년 89만5379명으로 줄어든 뒤 2022년까지 80만명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급증한 것이다.
올해 자영업자 폐업은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8월 사이 전국에서 폐업한 일반·휴게 음식점은 6만5363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1754곳)보다 3609곳 늘었다. 일반 음식점은 한·중·일식 등을 조리해 판매하는 업장이고, 휴게 음식점은 카페나 페스트푸드점 등이다.
작년 1~8월과 올해 1~8월을 비교하면 미용실 폐업은 7749곳에서 8033곳으로, 당구장 폐업은 510곳에서 797곳, 헬스장 폐업은 355곳에서 406곳으로 모두 늘어났다. 이와 함께 대형마트,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 폐업도 작년 1~8월 16곳이던 게 올해 1~8월에는 28곳으로 늘었다.
경매업자인 이산(46)씨는 “24년간 강원도에서 음식점을 했는데 코로나 때 가게가 망한 뒤 살 길을 찾다가 경매업을 하게 됐다”며 “물건을 떼러 전국을 다니는데 폐업하는 가게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정말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폐업이 많으면 물건도 많이 나오니 우리 입장에선 좋긴 한데, 한때 자영업을 했던 입장에서 좀 서글프기도 하다”라고 했다.
이렇게 폐업이 늘면서 경매업자들이 폐업한 자영업자들에게서 물건을 사오는 값도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 경매업자는 “예전에는 1500만원 주고 사 왔을 만큼의 물건들을 최근에는 1300만원 안팎에 사 올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권리금 없이 가게 내놓는 ‘급처 매물’도 잇따라
최근에는 권리금 없이 가게를 내놓는 자영업자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가게를 운영할수록 손해를 볼 정도로 장사가 안되자 하루빨리 정리하려는 것이다.
50대 남성 A씨는 지난 2018년부터 6년간 서울 송파구에서 운영해온 국밥집을 최근 권리금 없이 ‘급처 매물’로 내놨다고 한다. A씨는 “처음 가게를 열고 항상 흑자를 내 왔는데, 작년부터는 적자를 보는 달이 조금씩 늘었다”라며 “요샌 뭘 해도 장사가 점점 안되니 불안해서 잠도 안 오고 마음의 병만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빨리 가게를 털고 싶다”고 했다.
권리금 없이 급처하려 해도 인수 문의가 거의 없다고 한다. 송파구의 한 빌라촌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50대 남성 이모씨는 올해 초 영업을 접고 권리금 없이 가게를 내놨다. 이씨는 “도로 하나만 건너면 1300세대 넘는 아파트가 있는 등 위치가 좋아서 편의점을 차렸는데 장사가 안돼서 금방 접었다”라며 “인수 문의가 일주일에 2건 정도 들어오는 게 고작이고 실제 거래 성사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씨가 매물을 내놓고 6개월이 지났으나 여전히 가게 유리창에는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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