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황무지를 배경으로 한 보테가 베네타의 2024 겨울 컬렉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는 아이러니하게도 황무지를 통해 새로운 재생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부활이라는 개념은 아름다워요. 땅이 불타고 난 뒤에도 꽃들이 피어나면 희망을 느낄 수 있잖아요. 꽃들은 전보다 더 강하게 자라나겠죠.” 쇼가 끝난 후 이런 코멘트를 남긴 그는 컬렉션 곳곳에 재생의 의미를 심어두었다. 두드러지는 건 뱀과 불꽃, 꽃처럼 회복과 부활을 상징하는 모티프를 컬렉션 전반에 반복적으로 사용했다는 점. 또 아무것도 없던 때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뜻을 담아 보테가 베네타에서 인트레치아토를 발명하기 이전의 뿌리에서 영감받은 다양한 옷과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2024 겨울 컬렉션의 백 라인은 인트레치아토가 존재하기 전의 기본 소재인 부드러운 가죽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초창기의 장인 정신을 상기시키는 이런 회귀는 아이코닉한 가방의 실루엣과 본연의 모습에 집중하려는 마티유 블라지의 명확한 의도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실키 카프 가죽으로 제작한 안디아모·홉·까바·리베르타 백이다.
안디아모는 이탈리아어로 ‘가자(Let’s Go)’라는 뜻이다. 활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을 떠올리며 만든 캐리올 백(Carry-all Bag)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 안디아모는 2023 여름 컬렉션에서 인트레치아토 기법으로 선보인 이후 보테가 베네타를 대표하는 백으로 자리 잡았다. 보테가 베네타는 이후 2024 여름 컬렉션에서 내구성이 뛰어난 캔버스와 브리스톨 송아지가죽을 조합한 안디아모 백을 처음 선보였고, 이번 2024 겨울 컬렉션에서는 안디아모 백에 부드럽고 얇은 실키 카프 가죽을 적용했다. 실크 원단의 촉감과 광택을 닮았다는 점 때문에 ‘실키 카프’라는 이름이 붙은 이 가죽은 놀랍도록 얇고 부드럽다. 이는 보테가 베네타 공방의 혁신적 기술력과 장인 정신이 빚어낸 결과다. 까다로운 태닝과 드럼 염색, 드라이 텀블링 단계를 거쳐 가죽은 한층 자연스러운 모습을 갖추며 촉감 역시 더욱 유연하고 부드러워졌다. 안디아모 백 고유의 코액시얼 스트랩과 아일릿, 시그너처 놋(Knot) 디테일은 그대로 유지했다. 작은 예술 조각 같은 브라스 매듭으로 가방의 끈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그대로다. 숄더백처럼 짧게 메거나 크로스백으로도 연출할 수 있다. 유연한 소재 덕에 가방을 열어두면 가방 안쪽의 인트레치아토 포켓이 밖으로 살짝 드러나는데, 이는 인트레치아토 안디아모 백으로 연출할 수 없는 실키 카프 안디아모 백만의 귀여운 매력 포인트다.
이탈리아어로 ‘자유’를 의미하는 ‘리베르타’ 백은 하우스의 1970년대 아카이브 백에서 영감받은 부드러운 카프 소재의 크로스백이다. 리베르타 백의 탄생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재생시킨다’는 2024 겨울 컬렉션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 디자인은 아주 심플하고 우아하다. 특징이 있다면 기존 벨트 컬렉션에서 선보인 시그너처 클로저 형식, 브레이드 스트랩과 독특한 브라스 고리로 잠금장치를 완성했다는 것. 또 길이 조절이 가능한 스트랩이 달려 있어 크로스백이나 숄더백, 클러치백으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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