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여・야・정이 모두 나서 의료계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는 ‘대표성이 있는 의료 단체 참석’ 여부를 두고 이견이 불거지며 난항을 겪고 있다.
의료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표명과 책임자에 대한 경질, 대통령실의 태도 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으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의정갈등의 평행선이 지속되는 가운데 의료대란 사태 수습을 위해 정부와 대통령의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협의체 구성’두고 여야의정 모두 각개전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오전 경기도 안성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추석을 앞둔 성수품 수급 상황 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이보다는 추석을 앞둔 응급 의료대란 대책 논의를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구성될 수 있을지에 집중됐다. 앞서 한 대표는 일부 의사 단체들이 참여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추석 이전에 출범시켜 논의를 진행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한 대표는 “지금 의료계는 하나의 단체로 통합되어 있지 않고 각각의 입장들이 다 다르다”며 “그러면 참여가 가능한 단체들만이라도 일단 출발해야 되지 않겠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까지 대표성이 있는 의료단체의 참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일단 야당을 끌어들여 ‘중재자 한동훈’을 명절 밥상에 올려놓고 싶은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께 진심 어린 사과부터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보건복지부 등 주무부처 장관과 차관의 경질과 문책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또 “명실상부한 의료계 대표의 참여가 없는 식물협의체 발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여전히 ‘의료개혁’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과거의 이런 전례를 볼 때 저희들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도 가정하고 대비를 해 왔다”고 말했다. 또 2025학년도 의대증원 백지화에 대해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 간담회에서는 정부의 입장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사태의 본질은 의대 정원 숫자가 아니라 신뢰의 붕괴”아며 “의료계가 나서야 사태해결될 것처럼 하지만 정부의 입장이 바뀌어야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는 의료개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보인 태도를 대신 사과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협의체 구성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의사는 정부의 적이 아니다. 의료계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오셨고 그 일을 잘해왔다”며 “그간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관계자들이 다소 상처를 주는 발언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여당의 대표로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 보면 대신해서 사과한 것일 수 있다”며 “정부 측에서는 한 번도 없었는데 의료계가 원하는 것 중 하나가 사과여서 본인이 유감을 표한다는 말로 대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의사협회 단체장은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실의 입장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단체들로 구성된 협의체는 유명무실하게 끝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통령실 생각은 (한 대표와) 다른데 협의체 구성해서 아무리 협의해봐야 나중에 뒤집으면 끝난다”며 “이번에 협의체 구성으로 국민의힘에서 공문을 보낸 곳들도 전공의들과 각을 세운 곳도 있어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들어갈 수가 없다”고 했다.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선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일부 단체들만 참여한 형태로는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정부여당의 이견이 커지고 있는 것도 지적했다. 그는 “적어도 여당과 대통령실이 똑같은 입장이어야 한다”며 “전공의들은 어디 하나 힘을 잘못 실어줬다가 완전히 잘못될까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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