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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추석 연휴 직후 2박 4일 일정으로 체코 순방 강행군에 나서는 것은 최대 48조 원으로 평가되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계약을 확정 짓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원전 사업을 계기로 유럽 제조업 전진 기지인 체코의 강점과 미래차, 배터리, 수소, 첨단 로봇 등 우리 기업의 강점을 결합, 대한민국의 경제 영토를 한 차원 더 넓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오는 19일 서울공항을 출발해 체코를 공식 방문한다. 윤 대통령은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단독·확대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강화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파벨 대통령이 주최하는 공식 환영식과 만찬에도 참석한다.
윤 대통령은 파벨 대통령과 한-체코 비즈니스포럼에 함께 하는 것을 비롯해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프라하에서 약 90㎞ 떨어진 풀젠시를 방문, 원전 관련 기업도 시찰한다. 윤 대통령과 피알라 총리는 원전 협력을 포함해 무역과 투자·첨단기술·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제도화할 양해각서(MOU)에도 서명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체코 상·하원의장과 각각 회담하고 양국 관계 심화를 위한 체코 의회 차원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한 후 동포 만찬간담회를 주재하는 것으로 체코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는 지난 7월 17일 총 24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최종 계약은 내년 3월이다. 만약 팀 코리아가 최종 계약자로 선정되면 향후 체코 정부가 추진하는 비슷한 규모의 원전 2기 신규 건설 사업 역시 우리가 맡는다. 총 48조 원 이상의 경제 효과가 기대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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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순방을 통해 체코 원전 계약을 사실상 마무리 짓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번 원전 수출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수출 이후 15년 만이자 유럽 첫 수출이라는 점에서 각별히 정성을 쏟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바로 체코를 방문해 우호를 다졌고, 체코에서는 국가안보보좌관이 방한해 윤 대통령과 상호 긴밀한 협의를 진행했다. 체코 특사는 “한국과 최종계약 체결을 확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체코를 우리 기업의 미래 최첨단 제조업 유럽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양국 간 경제협력 관계를 한층 더 확대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체코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유럽에서 세 번째로 높은 21.4%(2023년 기준)다. 실제로 체코는 독일과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유럽의 4대 자동차 생산국이다. 체코는 한국과 1990년 수교했고 현재 약 100여 개 이상의 우리 기업들이 진출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은 독일과 일본, 미국에 이어 체코의 4위 투자국이다.
우리 기업들은 체코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연산 35만대 규모의 공장을 풀 가동 중이다. 현대모비스와 넥센타이어 등 자동차 기업 뿐 아니라 원전용 증기 터빈 제작사인 현지 기업 스코다파워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최대주주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50~60개 대·중소기업은 경제 사절단으로 참가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 원전의 세계 수출을 위한 기반도 마련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한미가 원전동맹 파트너십을 맺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원천기술 지식재산권을 빌미로 항의했던 내용이 조율되는 한편 글로벌 원전 시장을 파트너로 함께 공략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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