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여의도=제갈민 기자 “급발진 ‘의심 사고’는 대부분 휴먼에러로 인한 것입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자동차는 감속하고 정지합니다.”
국내 자동차 전문가들이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해 대부분 ‘운전자의 조작오류(휴먼에러)’로 인한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12일 오전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연사로는 최영석 원주한라대학교 스마트모빌리티공학부 객원교수(차지인 대표이사),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박성지 대전보건대 경찰과학수사학과 전임교수(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교통사고 분석과장), 조민제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 4명이 참석했다.
설명회는 차례대로 △EDR(사고기록장치) △브레이크 시스템 △급발진 의심사고 분석절차 △경찰청의 공학적 교통사고 조사 및 사례를 주제로 전문가들 발표가 이어졌다.
EDR 주제에 대해 발표한 최영석 교수는 “EDR은 교통사고를 분석하기 위한 장치로 해상도가 충분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가속페달 작동, 엔진 회전수, 브레이크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한 장치”라면서 “EDR은 전 세계에서 수만건 이상의 교통사고 분석에 활용됐고, 활용 중인 법적 신뢰성을 확보한 장치로, 이 장비를 계속 사용한다는 것은 신뢰성이 직간접적으로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기계장치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오류발생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면 거짓이다”며 “다만 차량 오류(데이터 오류)가 발생하면 EDR에는 오류가 발생한 대로 저장이 되고, ‘오류데이터’라고 기록이 된다”고 강조했다.
EDR 자료는 충격 시점을 기준으로 5초간 데이터가 저장되며, 0.5초 간격으로 저장되는 자동차 사고기록장치다. EDR 데이터는 전용 장비로 추출 및 암호화하므로 조작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EDR 데이터를 추출해 분석하면 차량 급발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일부 운전자들은 이러한 EDR 자료마저도 ‘신뢰하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의 EDR 분석 자료를 보면 대부분 제동페달(브레이크) 작동여부가 ‘off’로 기록돼 있고, 가속페달 변위량은 99%로 표기돼 있기 때문인 게 대부분이다. 또 가속페달 변위량이 5초간 99%로 기록됐음에도 엔진 스로틀밸브 열림량이 오락가락하는 점은 일반 소비자 및 운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전문가들은 가속페달을 밟은 정도와 엔진 스로틀밸브 열림량은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량 속도는 감소하게 돼 있고 EDR에도 정확하게 기록이 된다고 꼬집었다.
국과수에서 교통사고 조사를 16년간 맡았던 박성지 교수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지 않더라도 자동차 엔진 스로틀이 100% 열리고, 반대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음에도 엔진 스로틀이 50% 이하로 열릴 수도 있는 게 테스트 드라이빙을 통해 확인이 됐다”며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는 EDR을 통해 가속페달·브레이크 페달 조작 여부를 분석하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량의 속도는 감속하고 정지하게 되는 게 사실이고 팩트”라고 말했다.
이어 “급발진 의심 현상은 가속케이블 고착, 플로어매트 간섭, 엔진오일의 흡기 유입 등의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며 “급발진이 완전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급발진 의심 사고는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것인 만큼 ‘밟고 있는 게 가속페달일 수도 있다’라는 인식을 하고, 양발로 좌우 페달을 동시에 밟으면 브레이크 제동력이 가속을 하려는 힘보다 더 크고 우선시 돼 차량은 정지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호근 교수 역시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시스템(BOS)은 자동차의 전자제어 장치가 브레이크와 엑셀 신호를 동시에 보낼 때, 제동신호를 우선시 하는 시스템”이라면서 “가속페달을 밟은 상태일지라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동력을 차단하면서 감속이 이뤄지고 브레이크를 강하게 끝까지 밟으면 자동차는 무조건 감속 및 정차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급발진 의심 사고가 휴먼에러인 만큼 실수를 인정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차량이 의도한 것과 다르게 움직일 때는 자신이 밟고 있는 페달이 브레이크 페달인지, 가속페달인지 인지를 하고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하는 요인이다.
강남훈 KAMA 회장은 “이번 설명회가 제동장치 작동 원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EDR과 교통사고 조사절차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아 향후 급발진 의심 사고 예방에 더욱 힘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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