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에 대한 불신이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중고차 플랫폼 ‘첫차’에서 8월 한 달간의 전기차 매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월 대비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기차 처분 물량이 약 2배 늘어났다. 특히 중고 벤츠 전기차 매물 증가율은 26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차는 8월 1∼31일 온라인 내차팔기 서비스 ‘첫차옥션’을 통해 발생한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기차 매입 현황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지난 한 달 동안 온라인 경매장에 차량을 처분하기 위해 출품된 전체 전기차 수는 7월 대비 98% 증가했다. 연식별로 살펴보면 2024년식 매물의 출품 대수가 250% 증가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절대적인 비중은 2022년식 전기차 모델 증가율이 가장 높다. 신차 출고일로부터 3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차량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출품된 차량들의 주행거리나 컨디션(상태) 등도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전기차 출품량 가운데 주행거리가 5만㎞ 미만인 중고 전기차 비중은 72% 정도로 집계됐다. 통상 자동차의 연간 주행거리가 1만5,000∼2만㎞ 수준으로 여겨지는 것을 고려하면, 운행을 시작한지 3년이 채 되지 않았거나 차량을 교체할 컨디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처분하기를 희망하는 고객이 급증했다고 볼 수 있다.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벤츠의 전기차는 7월 대비 267% 늘어난 물량이 온라인 경매장에 출품되며 가장 가파른 증가폭을 기록했다. 화재 사건이 발생한데다 벤츠 EQA, EQB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기차에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보유 중인 벤츠 전기차를 처분하고자 하는 이들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뒤이어 테슬라 전기차 또한 225%로 대폭 증가했으며, 기아 전기차는 169% 증가했다. 반면 현대 전기차의 출품량 변화는 5% 증가에 그쳤다. 이 중 출품 대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모델은 기아 EV6다. 7월 대비 300% 증가하면서 판매하고자 하는 보유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V6 역시 지난달 6일 충남 금산에서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전기차 화재의 중심에 있는 벤츠 EQE 역시 7월 대비 8월에 135% 가량 출품량이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 전기차 화재사건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라며 “특히 벤츠 전기차를 중고로 처분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벤츠 전기차에 탑재된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에 대한 안전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중고차 매매상사에서는 중고 전기차 매입을 꺼리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어 향후 전기차 시세 하락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고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고, 특히 중고 전기차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더 큰 분위기라 전기차를 중고로 매입하더라도 다시 되팔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면서 “장기간 차량을 가지고 있게 되면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는데 캐피탈 이자를 비롯해 차량 관리비가 계속 지출돼 손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중고차 딜러들은 전기차 매입을 주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첫차 데이터센터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첫차옥션에 출품되는 전기차의 비중은 높지 않았다”면서 “최근 전기차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온라인 경매를 통한 전기차 매각 활동은 한동안 강세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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