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성수동처럼 청년들이 찾는 ‘문화융합 선도 산업단지(산단)’가 될만한 곳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1964년 구로공단을 시작으로 조성된 산단은 우리나라를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나 최근에는 노후화 및 문화시설 부족 등의 이유로 청년 기피공간이 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는 선정된 산단에 청년들이 선호하는 복합문화공간·카페 등 문화·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상징물(랜드마크)을 중심으로 광장·공원 등 특화 브랜드 공간을 개발해 ‘청년들이 찾는 문화 산단’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문화체육관광부·국토교통부 3개 부처는 이러한 내용의 ‘문화를 담은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12일 발표했다. 지난 2월 경상남도에서 진행된 민생토론회의 후속 조치다. 산업부와 문체부, 국토부는 범부처 합동 전담팀(TF)을 구성하고 현장 방문·전문가 의견수렴·기업 간담회를 거쳐 이번 계획을 수립했다.
정부는 산업단지를 청년에게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산업단지에 문화를 입힌 ‘문화융합 선도산단’을 내년도 3개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총 10개를 선정해 집중 지원한다.
정부는 각 산단의 특성에 맞는 통합 브랜드를 구축한다. 독일 자동차 기업 폴크스바겐이 볼프스부르크 산단 지역에 자동차 테마파크를 만들어 ‘자동차의 도시’로 각인되도록 한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정부는 산업단지별로 주력업종, 역사성 등 특성을 반영한 브랜드를 개발하고, 도서관·기록관·박물관 기능의 복합 문화공간인 ‘산업 라키비움(Larchiveum)’을 건립한다. 아울러 상징물(랜드마크)을 중심으로 특화 브랜드 공간을 개발하고, 제품 전시·체험관 등을 운영해 지역의 인기명소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산업단지 내 문화·편의시설을 확충하고 경관을 개선해 산단의 일상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재창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컨대 산단 입지 제도를 개편해 산단 내 녹지나 폐기물처리시설구역에 극장이나 야외 운동시설과 같은 문화·체육시설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고, 성수동처럼 젊은이들이 찾는 식당·카페(Food & Beverage) 시설이 많아지도록 장려한다.
정부는 현재 감정가 기준으로 분양했던 공공체육시설용 토지를 조성원가로 분양하도록 바꾸고, 공장 내 부대시설 중 ‘구내식당 내’에만 설치가 가능했던 카페·편의점 설치 조건을 ‘공장용지 내’로 바꾼다.
또한 매년 전국 산단 소재 ‘아름다운 공장’을 선정해 특전(인센티브)을 제공하고, ▲야간경관 개선 ▲산단 기반 시설과 조형물·미디어아트를 접목하는 공공미술과 공공디자인 도입 ▲청년문화센터 건축 확대를 통해 청년들이 찾는 문화 산단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청년들이 산단을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도록 산단 내 근로자 처우도 개선한다. 산단 근로자에게 임대료가 시세 대비 35~90% 저렴한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산단 내 카풀·동승택시 이용을 지원하는 교통 플랫폼도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대량 구매해 중소 입주기업 근로자에게 공급하는 ‘천원의 일상 문화 티켓 사업’, 근로자 문화 체험·야외 벼룩시장·지역예술가 전시회와 같은 문화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구석구석 문화배달 사업’, 산단 내 식품사와 협력한 구미시 라면축제처럼 산단 별 축제를 만드는 ‘산단 문화 주간’을 활성화하기로도 했다.
또한 정부는 젊은 예술인들이 노후 산단에 입주해 활약할 수 있도록 문화·지식산업 인구의 산단 입주 수요를 확인해 입주를 확대하고, 청년에게 휴폐업공장 리모델링 공간(26개), 청년문화센터(70개), 산학융합지구(17개)를 활용한 창업·협업 공간을 저렴하게 제공하기로 했다. 아울러 산단 내 ‘청년 공예 오픈스튜디오’(열린 공방), 예술인 레지던스 등 예술인 입주공간도 조성한다.
입주기업·지역상의·지자체·문화단체·산단 유관기관이 지역별 ‘산단 문화 융합 협의체’를 구성해 자발적으로 문화 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문화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하면 정부 사업을 우선 지원한다. 예를 들어 입주기업이 공장 인근 외벽에 디자인을 접목하면, 정부가 인근 주요 가로를 정비하는 식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1960년대 경공업 수출기지로 시작한 산업단지는 1970~80년대 중화학공업, 1990~2000년대 첨단산업 중심지로 변모해 우리 ‘제조업의 심장’ 역할을 수행했으나 회색빛 낡은 이미지와 문화·편의시설 및 콘텐츠 부족으로 청년이 기피하고 있다”라며 “이번 계획을 통해 산업단지에 문화를 담아 청년이 찾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우리 제조업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청년이 일하고 싶은 산업단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산업단지만의 이야기를 담은 문화 여건 조성이 필수적”이라며 “산업단지를 지역주민, 청년, 관광객이 찾는 지역의 새로운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산업단지가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 성장 엔진으로서 지속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사람과 기업이 모일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함께 문화와 산업이 어우러지는 융복합 공간으로 바꿔 나가겠다”라며 “신규 국가산업단지도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부지 공급을 넘어 계획 수립 단계부터 문화가 담길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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