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의료계가 ‘2025년 의대 증원 재논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여당 내부에서 이를 수용할지에 대해 이견이 불거지면서 여야의정 협의체가 난항을 겪고 있다. 의료계는 협의체에 참석하는 여・야・정, 대통령실까지 모두 의견이 다르다며 추석 전 협의체 참석에 선을 그었다.
앞서 여야정은 협의체에 의료계의 참석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는 데 중지를 모았다. 하지만 의료개혁을 단행한 정부・여당은 2026년 증원 검토는 가능하지만 2025년 증원 재검토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의료계는 내년도 증원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협의체 구성에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자 추석까지 협의체 구성이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1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025년 의대 증원은 협상의 여지가 없냐’는 물음에 “여야의정 협의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실한 마음으로 모이는 곳”이라며 “어떤 전제조건을 걸어 출범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의제에 조건을 걸어 협의체 출범을 막기보단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협의체 구성에 나서자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2025년 의대 증원 재검토’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서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한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대표의 발언에 대해 “진실성 있게 지켜진다면 의료계 쪽도 (협의체에) 못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덧붙였지만 참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원내 지도부는 정부의 입장을 재차 견지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중앙대학교 응급의료센터에 방문해 추석 명절 대비 응급진료체계 현장 점검에 나섰다. 그는 현장 점검 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의 전날 발언에 대해 “누차 말씀드렸다시피 지금 수시 접수가 시작됐다”며 “25년 정원은 현실적, 제도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정부 입장에 이견을 낼 수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협의체 구성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일부 의료 단체가 참석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이르면 내일(12일) 출범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의료계의 참석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친한계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 의료계의 협의체 참석 가능성에 대해 추 원내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추 원내대표는 (협의체 구성) 협상에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라며 “협의체 출범 소식도 기자들의 전화를 듣고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협의체가 구성되면 한 대표가 직접 협상에 참석해 의견을 나눌 가능성이 높다”며 “추석 밥상에 ‘여야의정 협의체 극적 타결’, ‘한동훈 성사’ 이런 게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내일 오전에 의협이 국민의힘 분들과 만나기로 한 적이 전혀 없다”며 이를 일축했다. 임 회장은 “여・야・정부・대통령실 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협의체에 들어갈 의사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한 의료계 단체장은 이날 통화에서 “좀 전에 다 만났다. 의협 회장님과 회의했는데 솔직히 우리는 들은 게 없다”며 “(국민의힘 측에서) 공문을 보냈다는데 저는 받은 적이 없고 기자들이 말해줘서 알았다”고 말했다. 또 여당 측 공문에 대해선 “시간, 장소도 없고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며 “지금 상황에서 할 얘기가 없다”고 했다. 그는 “한 대표가 추석 전에 (성과) 하나 더 만들려고 하는 것 우리도 안다”며 “우리는 그렇게까지 해줘야 될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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