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강우 기자 정부가 발표한 8.8 부동산 대책을 두고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이 아닌 집값 띄우기에 훨씬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발표한 매입임대 공급 과정에서 시세대로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집값 상승을 야기하는 부작용이 있으며,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및 그린벨트 해제 등은 관련 업자들만 이득을 보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11일 정부의 8.8 부동산 대책에 대한 공개질의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현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은 정부가 발표한 ‘공급부족’이 아니며, 혈세낭비인 매입임대사엄을 즉각 중단하고 진짜 장기공공주택을 대거 공급할 것으로 요구했다. 그러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8.8 부동산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 경실련 “정부, 부동산 문제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아”
지난 8월 8일 정부는 제8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8.8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 내용은 서울과 수도권 등 수요 있는 곳에 47만7,000가구 이상의 주택과 신규택지를 공급하는 것으로, 주된 방식은 △그린벨트 해제 △비아파트 정상화 △매입임대 확대 등이 언급됐다.
경실련 측은 이 같은 정부의 발표를 분석한 결과, “8.8대책은 시장 안정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집값상승을 자극하고 환경파괴와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경실련은 네 가지 질문이 담긴 공개질의서를 대통령실에 보냈고, 질의서를 이관받은 국토교통부는 최근 답변서를 경실련 측에 보냈다.
답변서에 따르면 ‘집값 하락 및 최근 집값 상승의 원인에 대한 질의’에 정부 측은 “대선 전후 집값 하락 원인은 고금리, 유동성 축소 등 거시여건 변화와 시장 과열기에 도입됐던 과도한 규제 정상화 추진에 따른 결과”라며 “최근 벌어진 집값 상승의 원인은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아파트 쏠림현상 △금리인하 기대 △시장의 공급부족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답변을 두고 경실련 측은 “정부는 집값 상승 원인을 공급부족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전임 정부의 대규모 공급정책인 3기 신도시 개발과 2.4대책 등이 실행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공급이 없었는데 집값이 하락한 것은 공급부족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경실련 측은 특히 답변서에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아파트 쏠림현상’을 집값 상승 원인의 하나로 들고 있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고 전했다. 경실련 측은 “전세사기 문제가 세입자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것도 모자라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면서도 정부는 근본적인 전세사기 예방책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매입임대주택 공급물량 확대 관련 예산내역 및 관련 회의 결과’ 질의에 대해 “2024년 예산은 매입임대주택 공급 추이를 고려해 기획재정부 협의를 통해 추가 재정 소요안이 구체화 될 계획”이라며 “2025년 소요 재원은 국회 심의를 통해 세부 예산내역이 확정될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경실련 측은 “이는 매입임대주택 예산에 대한 추계나, 예산마련 방안 등에 대해 정해진 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경실련 측에 따르면 현행 매입임대 방식은 시세대로 집을 사들이기 때문에 혈세를 낭비한다. 경실련의 분석 결과, 매입임대 25평 다세대 주택 한 채를 매입하는 가격은 5억7,000만원으로, 서울주택도시보증공사(SH) 위례지구 25평 한 채를 짓는데 드는 분양원가 3억4,000만원보다 2억3,000만원 더 비쌌다.
경실련은 “매입임대를 사들이는 정부는 시장에서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다”라며 “주택 매입을 위해 시장에 수조원을 뿌려대면 기존 집값은 크게 자극을 받고 정부가 돈을 푸는대로 업자들이 주택을 지으면 다른 방식보다 공급 속도가 빠른 만큼 집값 자극 효과도 크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정부 측 답변이 명확치 않다는 게 경실련의 지적이다. 정부 측 답변에 따르면 ‘비아파트 공급 정상화’란, 공급이 특히 감소한 서울의 비아파트 공급(인허가·착공 등)이 적정 수준까지 회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적정수준’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데다, ‘공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지속 매입하겠다’는 점이 문제라고 경실련 측은 밝혔다.
경실련이 정부에 보낸 질의서의 마지막 내용은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 측은 이에 대해 “통상적으로 신규택지 발표 이후 입주까지 8년에서 10년 정도 소요되나, 그린벨트 해제 지역은 다른 공공택지와 비교할 때 지장물이 적어 보상이 빠른 측면이 있는 만큼 5년에서 6년 내 분양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실련은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계획도 매입임대 등 다른 정책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계획이 전무한 상태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이미 수차례 지적이 나왔듯 그린벨트 해제는 지금 당장 집값을 잡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으며, 오히려 투기심리만 자극한다”고도 꼬집었다.
경실련은 이 같은 정부 측의 답변을 토대로 “8.8대책은 국민의 주거안정보단 집값 띄우기에 훨씬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졸속으로 발표됐음을 인정하고 지금 즉시 전면 재검토를 지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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